(봉투 앞면)

우편함에서 내가 가장 먼저 꺼내온 것만 해도

오늘 하루 운은 다 쓴 기분이다.

근데 우편함에서 반신욕하듯이 길쭉하게 밖으로 튀어나온 거 보니까

누군가 자기 편지 꺼내가면서 구경이라도 한 거 아닐까 불안해진다 시벌

그리고 진짜 당당하게 받게 해주고 싶었으면 

내 닉네임을 쓰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이름을 안 쓴 내 잘못이라기엔 너무 큰 보복 아니냐?

(봉투 뒷면)

점프 돌핀스키를 보니까 받고 좆될 참가자들을 보며 기뻐하는 주최자가 떠오른다.

편지 윗면을 테이프로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풀로 2중으로 접착한 정성이 돋보였다.

그 정성으로 참가자들의 인권도 보장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졸업하고 처음 받아보는 대상이다.

초개념까지 갔을 때는 그냥 웃었는데

힛갤 가서 저게 뭐냐고 욕 처먹는 거 보니까

다른 그림이 머상 받았어야 욕을 덜 먹었지 않았을까 싶어서

만갤럼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주최자한텐 안 미안하고.

대 상 이란 손글씨를 이쁘게 잘 써서 왠지 더 열받는다.

대망의 대상 상품.

내가 사진을 못 찍어서 알아보기 어렵겠지만,

일러스트가 노래방 조명처럼 번쩍거린다.

솔직히 우수상 상품이 많이 부럽더라.

처음엔 안 받을 생각으로 잊고 있었다가

주최자가 그림 그려가며 열심히 받아달라고 하길래 주소를 적어넣은 게 내 실수였다.

주최자가 편지 봉투 사진 올린 뒤로 피가 바짝바짝 마르더라.

그래도 그린 내가 봐도 개좆같은 그림에 투표해 준 갤럼들 고맙고,

정성스레 불안 증세까지 선물해 준 예의 바른 주최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