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에 아일랜드에서 신원 불명의 남성이 의문의 방법으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망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단지 그가 가명으로 피터 버그만(Peter Bergmann)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임시로 사망자를 피터 버그만이라 명명하면서 이 사건을 피터 버그만 사건이라고 부른다. 

2009년 6월 16일 오전 6시 45분, 로스즈 포인트 해변에서 아서 킨셀라(Arthur Kinsella)라는 남성이 그의 아들 브라이언과 함께 철인 3종 경기 연습을 하던 중 해변에 나체의 남성이 누워 있는 걸 발견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남성은 물에 빠진 듯했는데 아서 킨셀라 부자의 신고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그 날 오전 8시 10분, 발레리 맥고완(Valerie McGowan) 박사가 이 남성이 공식적으로 사망했다고 공표했다.

죽은 남성은 가냘픈 체구의 소유자로 짧은 회색 머리를 했으며 연령대는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보였다. 1949~54년 생으로 추정되며 키는 179cm 정도였고 파란 눈과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를 지닌 인상이었다. 죽은 남자를 본 증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 남자는 독일계 사람으로 보였으며 독일어 억양이 강한 영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옷차림은 깔끔했으며 얼굴도 단정하게 면도했고 머리 역시 잘 빗질된 상태였다.

현장 주변에 이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 파란 양말, 검은 가죽 벨트와 검정 구두가 발견됐다. 그의 의상은 C&A 제품이었는데 유럽의 유명한 패션 소매상이었다. 이 C&A 매장은 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많이 있었다. 이러한 사망자의 옷차림과 그가 독일어 억양이 강한 영어를 구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자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 남자의 외모로 볼 때 전문직 종사자로 추정되었다.

현장에는 이 독일계 남성의 신원을 알 만한 신분증 같은 것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곧바로 신원 수배를 내렸다. 그리고 슬라이고(Sligo) 시의 로스즈 포인트 해변 근교에 있는 슬라이고 시티 호텔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직원은 죽은 남자가 그 호텔에서 투숙하던 오스트리아인 투숙객 피터 버그만(Peter Bergmann)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오스트리아인 피터 버그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손쉽게 사건이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피터 버그만이란 남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일랜드에 입국한 외국인의 기록을 조회해 본 결과 피터 버그만이란 오스트리아인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남자가 아일랜드에 입국한 사실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또 그가 슬라이고 시티 호텔에 체크인할 때 작성했던 빈의 주소 또한 공터로 밝혀졌다. 즉, 아일랜드에 입국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버젓이 며칠 동안 아일랜드의 호텔을 이용한 뒤 해변가에서 죽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남성의 이름이 피터 버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경찰은 다시 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