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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BGM을 통해본 한국사회앱에서 작성

2코어4쓰레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02 20: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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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음식점, 카페 등에 가보면 보통 음악을 틀어놓는데, 서울을 기준으로 참 신기한것이 어디를 가도 항상 비슷한 음악만 흘러나온다. 음악을 틀어놓는 업소들의 대부분이 최신 케이팝 아니면 이디엠을 틀어놓는 것이다.



1. 술집



우리나라 술집들의 음악 선곡 수준은 정말 저질스럽고 허접하고 유치하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그냥 멜론 탑 100 같은걸 틀어 놓는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기에 이디엠이 추가되었다. 정말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 노래만 나온다. 흘러간 노래들 (가요, 팝, 락등) 을 컨셉으로 하는 업소들을 제외하고 젊은 애들이 가는 술집들은 거의 백프로 이런 패턴을 따른다.



걸그룹, 아이유, 엑소, 방탄소년단, 질질 짜는 발라드, 싸구려 국힙, 여기에 홍대정신병 소품들.. 그리고 중간중간 마틴게릭스를 필두로 한 이디엠 소음이 더해지면 정확히 한국 술집들의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며 이것들은 동네 피시방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틀어놓는 음악들과도 겹친다.



그러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 가는 술집은 뭐 다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똑같다. 애들 컨셉으로 감각적으로 치장한 술집이나 동네 아저씨들 가는 호프집 사이에 음악 차이가 없다. 전부다 멜론 같은걸 틀어놓기 때문이다. 업주 나름의 음악관이 담겨있는 음악들을 정성스럽게 선곡해서 틀어놓는 술집은 술집 100군데를 가면 5군데도 안되는 것 같다.



근데 그나마 음악이라도 틀어놓으면 나은거지 손님들의 연령대가 높은 술집들은 사실 대부분 음악도 없이 그냥 티비를 틀어놓기 때문에 종편 아는형님, 효리네민박같은 예능이나 막장 드라마를 강제로 보고 들어야 된다. 가격이 좀 비싼 술집들은? 역시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비싼 술집을 가봐도 노래 선곡은 그냥 대학생들 가는 싸구려 술집과 다를것이 없다.



물론 바 BAR의 경우 그나마 좀 낫기는 한데, 젊은 아가씨들이 바텐더로 일하면서 가슴골 보여주는 유사 바 BAR들은 여자친구, 트와이스 같은 거 틀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울 이태원등의 외국인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의 경우 이태원의 역사 자체가 미군 기지촌으로서 성장을 했기에 음악적 다양성에 있어서는 일반 역세권 술집들과 비교해서 나은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특정 컨셉의 술집이나 특정 지역의 술집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술집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내 평생 소원중의 하나가 제발 술집에서 싸이, 이디엠 좀 안듣는 것이다. 싸이를 무시하는게 아니라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뜬 이후 지난 몇년간 술집에 가면 싸이노래를 한두곡도 아니고 아예 앨범을 통으로 틀어대서 솔직히 좀 괴로웠다.



2. 음식점



음식점과 술집의 플레이리스트 역시 딱히 차이가 없다. 티비를 틀어놓거나 멜론류를 틀어놓거나 둘중의 하나다. 요즘은 동남아 음식, 인도 음식등 다양한 세계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들도 많이 늘어났는데 그럼 이렇게 나름 외국음식을 즐기는 식당에서는 해당 국가의 음악이라도 나오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또 전부다 멜론이다. 베트남 쌀국수집을 가도, 네팔 커리집을 가도, 이탈리아 음식점을 가도 항상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이런 패턴이다.



3. 카페



카페는 그나마 술집과 음식점보다는 선곡이 나은 편이지만 내가 볼때는 사실 카페도 거기서 거기다. 국산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아무래도 스타벅스 BGM에 영향을 받아서 재즈도 나오고 하지만 역시나 멜론 탑 100 위주에 재즈, 하우스 양념 친 수준이며,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은 말할 것도 없다.



4. 힐링을 위한 혼술, 혼밥의 유행 그리고 멋을 위한 욕망



한 7, 8년전에 내가 친구와 이야기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사회는 집단성이 강하고 뭐든지 다 같이 똑같이 하려고 하는, 또 해야만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아직 한국에서는 혼자 술 마시는 문화가 많이 없지만, 몇 년 정도 지나면 한국에서도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2015년경부터 혼밥이니 혼술이니 하는 말들이 미디어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났고 혼자만의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혼밥, 혼술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볼때 한국 사회에서 혼밥, 혼술이라는 것은 이 마저도 커다란 집단주의 안에 또 다른 작은 집단주의가 새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인터넷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는데 저도 해보고 싶네요.’

‘티비에서 혼밥, 혼술 하는거 보니 멋있어서 저도 해보고 싶은데 좀 꺼려져요.’

‘혼술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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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실제적으로 정말 혼자만의 시간과 미각을 즐기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혼밥, 혼술이라는 유행이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나오니



“혼술? 그게 유행이야? 그럼 나도 한번 해봐야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존나 유치한 홍보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술집들도 혼술 전문이니 혼밥, 혼술이 가능하다는 마케팅 문구를 업소 앞에 걸어놓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혼밥과 혼술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면서 눈치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하는 문화라기 보다는 미디어와 업소들이 멍석을 깔아주어야 가능한, 즉 자의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타의에 의해 조장되는 일종의 유행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심야식당이나 혼술남녀등의 드라마들이 한국의 혼술유행에 있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물론 과거에도 중국집이나 분식집등에서 혼자 밥먹는 사람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몇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혼밥과 혼술이라는 것은 중국집에서 짜장면, 분식집에서 라면 한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과는 조금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할배들이 시장 대포집에서 쉰김치에 막걸리 한잔 먹는것과는 달리 혼자서 밥 한끼, 맥주 한잔을 마시더라도 청승맞게 보이기 보다는 가급적 우아하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이를 통해 세련된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다는 욕망이 내제되어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라는 서구에서 건너온 최신 문물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혼자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욕망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한식이나 한국의 전통 (?) 술집인 호프집 보다는 일본에서 물 건너온 일본 가정식 식당, 카레집, 라멘집, 꼬치집, 이자카야등이 그 유행을 이끌고 있다. 젊은층들에게 있어 혼밥, 혼술이란 분명 한국사회와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식 식문화 시스템과 미디어가 보여주는 혼술, 혼밥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혼밥, 혼술은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한번쯤은 소비해야 하는 일종의 멋과 패션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과 안주, 지저분하게 반찬을 공유하지 않고 1인 정식으로 셋팅되는 세련됨, 이쁘고 아기자기한 식기, 혼자 먹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일본식 카운타 (다찌, 바) 시스템,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지는 한잔의 술. 한국 사회에서 혼자서 멋지게 밥과 술을 즐기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이 한국의 전통과 식문화가 아닌 일본식 시스템를 통해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5. 스타벅스와 BGM



술과 차, 커피, 음식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유희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혼자, 혹은 단 둘이서 조용하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안식의 역할도 한다. BGM은 이러한 유희와 안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한국의 커피숍이라는 것은 퇴물이 된 접대부들이 남자 노인네들 사타구니 만져주는 다방, 최신가요와 팝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젊은이들이 가는 카페등 두가지 형태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1999년, 미국의 스타벅스가 신세계와 손잡고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한국의 커피업계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는 미국 최대의 커피 체인이었으며 기존 한국의 카페들과는 달리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커피 자체를 고급 문화로 만들어버린 공룡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도시의 바쁜 직장인들은 높은 품질의 커피와 함께 세련된 인테리어 속에서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꼈고 그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커피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이 바로 스타벅스의 BGM이었다. 스타벅스의 BGM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으며 커피와 문화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매장에서 틀어주는 BGM들을 시디에 담아 판매하였는데 스타벅스의 이러한 마케팅은 곧 선곡의 자신감에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최신 유행의 저질 싸구려 버블껌 팝보다는 클래식과 재즈, 블루스 그리고 수준높은 올드팝등을 통해 그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던 것이다. 최고의 커피와 함께 즐기는 편안함과 수준높은 음악은 미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열었고, 결국 전세계 커피시장마저 초토화 시켰다. 스타벅스 흉내내느라 한국의 카페문화까지 그 수준이 얼떨결에 덩달아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커피는 콜라보다는 고전古典에 가깝다.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지만 보다 중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이러한 이미지에 맞게 매장의 BGM 역시 멋지고 무게감이 있는 선곡을 하여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멋지게 포장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이다.



6. BGM의 중요성



혼자 혹은 두명이서 술집을 방문했는데, 재즈가 나오는 곳과 이디엠이 나오는 곳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를까?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당장 귀로 흘러들어오는 음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재즈 혹은 클래식이 들려오면 인간은 절로 릴렉스 되면서 차분함을 느끼게 된다. 대화 역시 조용하면서 깊이있는 대화를 하게되고, 이를 통해 매장의 분위기 역시 고급스러워진다.



하지만 높은 볼륨으로 싸이의 롸잇나우나 이디엠이 흘러나오게 되면 시끄러운 음악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너도나도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 웃고 떠들기 위한 농담들이 반복되고 술집 전체가 고성으로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모든 테이블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결국 술집의 분위기는 시장 바닥이 되어 멋과 분위기 역시 물 건너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테이블의 빠른 회전율을 위해 일부러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쎄..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술집에 가면 전부다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고 빠져나가야 된다는 말인가? 술집의 존재이유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다각도로 생각하지 않는 업주들이 대부분이라 본다. 그냥 알바 맘대로 아무거나 트는거지 무슨...



일식집에서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 연주를 틀어놓으면 자동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중국의 전통 악기인 얼후 연주나 중국 전통 음악이 나오는 중식당은 호텔급이 아니면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중국집의 일반적인 BGM은 사장과 배달원들이 보기위해 틀어놓은 티비 프로그램의 소음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쓸 필요도 없이 유행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중후하고 고전에 가까운 음악을 BGM으로 선택하면 돈으로 떡칠한 인테리어를 뛰어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며 매장의 분위기를 품격있게 끌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식당이나 술집을 찾아보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강남 청담동 같은곳의 고급 식당이나 술집을 가면 안그런데 니가 싸구려 식당과 술집만 다니니까 그런거라고?



7. 멋은 먼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준화가 문제다. 즉, 현재 한국의 식당과 술집, 카페들의 BGM 수준이 매우매우 하향 평준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상태이며, 각종 서비스 산업 역시 고도로 발달해있다. 하지만 꼭 구태여 강남의 고급 라운지바에 가야만 수준높은 선곡의 BGM을 들을 수 있다면 전세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국력과 문화수준을 생각해 보았을때 무엇인가 이상하다.



멋이라는 것은 엽서에 인쇄되어 있는 외국 어느 휴양지의 사진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멋이라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며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멋과 분위기, 훌륭한 BGM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즐길 수 없고, 주말에 잔뜩 멋을 부린채 강남, 홍대앞과 망원동, 이태원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만 즐길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서글픈 비극이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 근처에 있는 비싸지 않은 술집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시며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멋진 혼술이며 힐링이며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인 것이다.



사람들은 지쳐있고 쉬고싶다. 혼자만의 힐링과 휴식이 필요하다. 친구, 연인과도 멋진 분위기 속에서 우아한 식도락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식당과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무개성적이고도 획일적인 BGM들을 듣고 있다보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웃기지마라. 너는 이 산업사회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쉬고 싶다고? 티비 스타가 부르는 최신 유행가와, 최고로 핫한 이디엠을 왕창 틀어서 그 꿈을 산산조각으로 박살내주마. 니가 아무리 도망쳐도 너는 이 음악들에게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니가 어디를 가도 똑같은 음악만이 나올테니까.’



8. 재즈와 와인, 그리고 유행



한국에서는 종종 거대한 유행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이러한 유행은 역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사회에서 재즈가 유행했다. 최진실 주연의 한 드라마는 아예 제목부터가 ‘재즈’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년후인 2천년대 중반에는 일본의 만화 ‘신의 물방울’로 인해 와인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재즈와 와인 열풍의 공통점은 단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본질이 없는 껍데기 유행’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와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 근처에서 재즈와 와인을 값싸고 손쉽게 즐길 수 없는데 무슨놈의 유행이라는 말인가?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대중들은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환상에 휩싸여 한바탕 굿을 한 것 뿐이다.



방송과 언론에서



‘지금 재즈가 유행하고 있다!’

‘와인이 핫하니까 빨리 가서 와인을 마셔라!’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서둘러라!’



라고 계속 쏟아내면 대중들은 우르르 움직이며 재즈와 와인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획일적인 소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소비를 하면 뭐하는가? 90년대, 2천년대에 재즈와 와인이 유행했다고 해서 그 유행이 결국 한국 사회에 정착하여 재즈와 와인이 누구나 즐기는 일반 소비재로 자리 잡았는가?



재즈와 와인은 동네의 싸구려 술집에도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호프집에서 통닭을 먹으며 멋지게 와인을 마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상상하지 않았고 실행에 옮기지도 않았다. 재즈와 와인은 어디인가 멀리에 있는 외국의 풍경 같은 것이었고, 사람들은 그 환상을 쫒아다녔을 뿐이며, 그것이 우리 주변의 멋과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9. 재즈의 최대 소비국 일본



일본은 전세계 최고의 재즈 소비국이다. 일본의 수많은 이자카야 체인점과 카페의 기본 BGM은 재즈다. 심지어는 동네의 생선가게에서조차 재즈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지방과 시골 곳곳에까지 재즈가 파고 들어있다. 생선가게에서 재즈가 나온다? 한국같으면 생소하다 못해 엽기 유머 컨텐츠로 인터넷에 올라올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에서 재즈는 실제로 편의점, 라멘집에서 조차 흘러나오는 무척이나 대중적인 음악이다.



일본사회에 재즈가 뿌리내린 것은 일본인들의 국민성과도 연관이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인들은 강박적으로 자신들의 역사, 문화, 관습 모두를 멋있고 그럴듯하게 꾸미려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인들은 과거 20세기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전세계 모든 음악을 수용하였고, 재즈의 고급스러운 예술성에 주목했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술집과 음식점 카페등 힐링과 안식을 취하는 곳에 있어 BGM으로 재즈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간파하였고 일본인 모두가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동네의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한잔과 함께 주말의 여유를 즐길때 아무로나미에와 엑스재팬, 모닝구무스메 보다는 재즈를 선곡함으로서 최신유행의 대중문화와 잠시 떨어질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제공했다.



술집에서 역시 재즈의 고급스러운 연주는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멋진 분위기를, 친구 연인과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품격있는 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일본인들의 이러한 재즈중심의 선곡은, 자신들의 BGM 상당수의 지분을 재즈에 할애한 스타벅스의 BGM 마케팅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재즈는 큰 유행을 타지 않으며 그 어떤 장르보다도 매장내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https://youtu.be/pSYzPH8lNAQ

혼술을 하거나 지인과 대화를 할때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물론 좋다.


https://youtu.be/9bZkp7q19f0

하지만 술을 마실때는 이런게 좀 더 분위기 있고 멋지지 않은가?



https://youtu.be/4TYv2PhG89A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재즈의 저변이 아예 없는 수준이다. 경제가 발전하여 그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재즈가 반짝 부흥했지만 1회성 유행에 그쳤고,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매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이 두 재즈 페스티벌에 정말 재즈를 듣기위해 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거대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 축제라기 보다는 가족 소풍, 연인과의 데이트, 휴가의 개념으로 소비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10.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았다.



현재 한국의 요식업계에는 일본식 식문화와 시스템이 매우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다. 정통 일식집이 아니더라도 일본식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으며, 인테리어와 식기류 선정, 그리고 가게 운영 시스템까지 일본을 모방하고 있다.



일본을 모방하는 것은 나쁜것인가? 꼭 그렇게만 볼것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한국은 전통이 빈약할 뿐더러, 요식업계 역시 딱히 요식업계의 표준과 시스템이랄것도 없이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사회와 한국인들 스스로가 제대로 된 전통과 시스템을 만들어낼 역량이 없기에 결국 일본의 식문화 시스템이 무섭게 한국을 잠식하게 된 것이다.



문화와 산업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며, 2천년대 이후 일본식 식문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한국의 식문화 수준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일본 요식업 시스템의 요체는 요리의 다양성과 위생관념, 청결함, 정확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품격에서 나온다. 이 품격은 단순히 비싼 식재료나 식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자혼자 국밥집이나 곱창집에서 술을 먹으면 뭔가 쪽팔리고 민망하지만, 일본식 시스템은 이러한 왠지모를 창피함을 상쇄시켜 준다. 그리고 이 왠지모를 이유가 바로 품격이다. 음식의 조리법, 모양새, 식기의 청결함, 프로페셔널한 종업원의 응대, 인테리어 모두가 화학반응하여 품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자신 스스로가 아닌 일본의 문화를 통해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시스템이 있는 그대로 한국에 이식되지는 않았다.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 어차피 외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한국화하여 수입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화 과정에서 일본 요식업의 품격을 완성시켜주는 중요한 요인이 배제되었다.



바로 BGM에 대한 인식이다.



눈에 보이는 요리와 인테리어는 열심히 흉내내었지만 가게의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BGM의 중요성과 철학은 놓친 것이다.



더욱이 어차피 점주나 알바나 손님 모두가 획일적인 유행가만을 듣는 청취습관을 지니고 있기에 결국 멜론 탑 100에 이디엠을 가미한 플레이리스트가 전국의 술집과 음식점, 카페를 점령하게 되었다. 점주나 알바는 BGM의 중요성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으며, 손님들 역시 딱히 불만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한국 역시 일본처럼 모두가 재즈를 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술집과 음식점, 그리고 카페의 음악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시끄럽게 틀어놓은 길거리 핸드폰 매장과 보세 옷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의 질과 힐링은 강남의 고급 라운지가 아닌 우리 일상의 작은것에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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