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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갤 스압문학 ) 비겁자

대가엘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07 22:05:45
조회 38154 추천 118 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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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형태의 여러 짐승들이 들어있는 우리와.. 알아보지도 못할 기기들이 늘어서 있는곳.


수많은 터져나간 시체들에서 피어나오는 역겨운 냄새 사이에서,  홀로 한 여성만이 살아남아있었다.


벌벌 떨고 있는 여성은..자신의 몸에 뭔가 이변이 일어났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눈을 강제로 열어  동공의 수축을 확인하거나, 피를 뽑으려 했다.


여성은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물론 여성의 팔 다리는 사슬로 구속되어 있었으나...


사슬은 어이없이 파괴되었다.


그리고..여성은..다가온 인간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치즈덩어리를 손가락으로 미는듯한 느낌과 함꼐.


여성의 주먹 한번에 연구원의 머리는 터져나갔다,


방 안의..자신을 제외한, 모든 인간들을 처참히 살육한 뒤에.. 여성은 미친듯이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




제국령 외곽의.. 한 작은 마을,


그리 많은 인구가 살지도 않는 작은 마을에, 창칼을 든 수많은 군인들이 몰려있었다.


군인들은 강제로 민가의 문을 부셔 열어, 곡식이나..농기구..하다못해 밥숟가락까지 싹 쓸어 가져오는 중이었다.


말이좋아 공물의 징수지, 이것은 수탈이였다.



그리고, 군인들의 사이에.. 검은 머리의 남성이 있었다.


-크루거 님, 워낙 작은 마을이라 뒤져봐도 더 나올것같진 않습니다.


-작은 마을일수록 거지근성으로  어떻게든 숨겨보려 하는법이다. 마루,천장까지 전부 뜯어 올려 샅샅히 뒤져라.


크루거라 불린 검은 머리의 남성은..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하츠 폰 크루거, 제국 기사단. 아이언 울프의 부단장이다.


제국의 유력한 가문.. 크루거 가문의 적자지만..


청렴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말단으로 군에 입대.


그 실력 하나로, 제국 최강의 기사단인 아이언 울프의 부단장의 자리까지 올라온 사내..


라는건, 그냥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한탄이 나올정도로 비겁한 남자로써..


말단으로 입대한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저 크루거 가문이 군에도 손을 뻗치려 한다는 수를 들키지 않기 위해 그의 아버지가 세운 계획으로..

아들은 말단으로 입대하고, 아버지는 뒤에서 돈을 퍼부었다.


상부에 돈을 퍼먹여주니, 그대로 말단에 남아있을리가 있나. 하츠는 승승장구하며 위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간이 보기에는 가문의 힘을 이용하는걸 거부하고 자신의 힘만을 이용해 군의 상층부까지 올라온 사내로 보일것이다.


그럼 무예의 기량은 어떤가? 일반인 이하 수준이다.


그의 주변에는 그의 아버지가 돈으로 고용한 실력자들이 항시 동반되었다. 전투가 일어나면, 이들이 행한다, 하츠는 절대로 나서는법이 없다. 못 나서는 것이지만 "나서지 않는것" 이라 세상을 속이는것이다.


누가 봐도..솔직히 수상쩍은 상황이지만, 세상은 그를 단장인 반과 견줄만큼의 실력자라 말한다.


하츠라는 인물의 언변 때문이다,  텅 빈 속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츠는 항시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데..

이 위협하는 화술의  절묘함이 가히 예술에 비할정도로 완벽하다.


수행으로 단련된 달인은 싸워보지 않고도 상대의 기량을 알아볼수 있지만.


아무리 단련된 달인이라도 하츠의 위협을 들으면 알수없는 공포를 느꼇다. 아무 무예의 기량도 가지지 않은 사내의 위협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니.. 하지만 그게 하츠의 재능이다, 좋게 말하면 기백, 나쁘게 말하면 허세!


요약하자면..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일단은 말단으로 입대, 쥐뿔도 없지만. 뒤에서 가문의 돈을 이용해 승승장구.

근데 또 그런놈이 입은 되게 잘털어서 한번도 그의 실력을 세상에 내보인적은 없지만 세상은 그를 최강자로 본다는것이다.


부단장의 자리에 있는 자가, 작은 마을의 수탈같은 시시한 일을 하는것도 전부 하츠의 의도이다, 일부러 자신에게 이런 허접한 일을 분배시켰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같은 남자가,  한 민가 앞에 서서.. 민가의 문을 발로 차 열었다.


문앞에 무릎을 꿇고있던 젊은 여성은..조용히 하츠를 향해 절을 한뒤, 모아놓은 곡식을 넘겼다.

그 양이 아주 상당했기 때문에.. 하츠는 집을 더 뒤지려 하지 않았다.


-좋은 자세다, 처음부터 이렇게 싹 긁어서 넘기면 좀 좋은가.


곡식을 쓸어가는 병사를 보며..여성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리..청이 있습니다.  이곳 뒤의 허름한 민가에는 노부부가 살고있는데..두 명 모두 거동이 불편하여 공물을 바칠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대신 제가 두배의 공물을 드릴테니 그분들에 대한 노여움을 풀어주셨으면..


-허, 여기서 공물을 또 낸단말인가? 국가에 대한 충의가 갸륵하구만..


조용히, 여성은 마루를 뜯어, 이번엔 곡식은 아니지만..여러 약초들이 담겨있는 자루를 꺼냈다.


-음..풀때기라.. 연금술사 나부랭이들이 만지는거군, 좋다. 받아주지.


부하들이 공물들을 챙겨 나오고.. 하츠도 집 밖으로 나와.. 잠시, 뒤에 있는.. 허름한 집을 쳐다보았다.

그리고..허름한 집으로 다가가, 문을 발로 차 열었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츠는 천천히..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을 잠시 배회하며.. 천장을 한번 때려보기도 하고, 주변 가구들을 주의깊게 살펴보고있을때..


삐걱.


하츠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사용해, 마루를 뜯어냈다. 마루 안의 작은 공간에는 두 노인이 작은 자루를 들고 떨고있었다.


-그래.. 내 얼굴을 보고도 그 자루를 이리 넘기지 않는건 무슨 의미인가?


-나리..자비를..이게 없으면..저희는..


하츠는 조용히 뒤돌아 섰다.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병사들의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제발!! 자비를!!!


그리고..민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아까의 여성이 달려왔다.


-나리...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약속? 무슨 약속을 말하는것인가?


-제가 두배의 공물을 내면 이 집의 공물은 한번 넘어가주겠다는...


-아..너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잘 보았다. 헌데 내가 그런 약속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노인이 끝가지 자루를 넘기지 않으려 하자.. 병사들은 군화발로 노인을 밟기 시작했다.


여인은 말없이..문가에 놓여있던, 빗자루를 들었다.  그리고 마치..창을 쓰듯 자세를 잡았다.

이 빗자루는.."마도학자" 들이, 전투를 위해 개량한 빗자루가 아니다. 그냥 집안일을 하기위한 대나무에 짚을 엮어 만든 빗자루.


-크흐...

-푸..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


하츠와 병사들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지금 이 여자가 뭘하는건가?


-그래, 여성분이 국가 반역을 시도하고 싶으신가 보다, 대충 상대해 드려라.


절대로..승리가 확실한 상황이라도, 하츠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 자신의 움직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게 하츠가 자신의 평판을 지키는 방법이다.


병사들이..여성을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크억!?


병사들이 발을 떼기도 전에, 여성이 먼저 움직였다. 병사 한명의  갑옷으로 보호되지 않은 후두를 빗자루의 손잡이가 찔렀다. 병사는 일격에 실신했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펴. 옆에 있던 병사의 복부를 밀어내듯 강타했다.


병사는 멀찍이 밀려나.. 벽에 처박혔다. 몸을 보호하려 입은 갑옷이 오히려 화가 되어. 갑옷의 무게에 의해 두번째 병사 역시 한번에 실신했다.


-....!!!!


순식간에 정리된 자신의 호위병들을 보고..하츠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나리...한번만...돌아가 주십시오..


-닥쳐..빌어먹을 년! 네가 무슨짓을 했는지 알게될거다!


하츠는 검을 뽑아들었지만.. 여성을 향해 겨누지 않고..  쓰러진 노부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무기도 없는 마을 처녀와, 1대1 상태에 대치해있지만  하는 행위가 이따위다. 이게 결국 자신을 감싸줄 요소가 모두 사라진 상황의 하츠라는 인간의 한계였다.


노부부를 잠시 시야에 담고..곧바로, 여성을 견제하기 위해 여성이 있던곳을 쳐다보았지만...더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뭔가..불어오는..바람을 느끼고.. 하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성이 벌써 자신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몸을 숙이고..그리고..여성은 하츠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몸이 날아가는게 느껴지며.. 하츠는 벽에 처박히고, 정신을 잃었다.



.......


하츠가 눈을 떳을때.. 하츠의 몸은 허름한 민가에 눕혀져 있었다.


그리고..자신의 머리에 수건을 올려주는 여성이 있었다.


-네가..무슨짓을 한지..알기나 하나?


-.......


-좋아..평범한 계집이 아니라는건 인정하지, 하지만 네년 덕분에 이 마을은 곧  불타게 될거다. 어떻게 되나 보자.


하츠의 말을 듣자..천천히..여성은 일어서.. 검을 뽑아들었다. 하츠가 쓰던 검이였다.


-이....빌어먹을 년..!!


하츠는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몸으로..기어가 여성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꺼져..!! 꺼지라고!!!!!!!!


하츠가 허둥대며 기어가.. 이내, 벽에 부딪혔지만. 여성은 하츠를 쫒아오지 않았다.


조용히..검을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행한 과오는  제 선에서 끝내게 해주십시오.. 지금 제 목을 치시고  바라옵건데 이 마을만은..


-....!!!!


그러나..하츠는 다가가지 않았다. 하츠의 머릿속에서는 다가가는 순간 여성이 칼을 집어들고 일어나 자신의 복부에 칼을 박는 환영이 보였다.


허나 여성은 계속 말없이 눈을 감고 무릎을 꿇고있을 뿐이였다.


5분 정도..여성이 움직이지 않자.. 하츠는 천천히 다가가 검을 들었다.


그리고..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여성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이 검을 내려치기만 하면..자신의 진짜 실력에 대해  알고있는 유일한 자는 사라진다.


하츠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왜지..? 왜 이 여자는 그만한 기량을 가졌으면서 이리 쉽게 생을 포기하지?

자기 자신은.. 어떤 기량도 없지만.. 남을 현혹시켜가며 그 위에 군림하고 있지 않는가? 근데 왜 실제 기량이 있는 이 여자는  이런 폐기물더미에 처박혀있는것인가?


-왜..그런식으로 살아가고 있지?


여성이 조용히 눈을 떠..하츠를 쳐다보고...


하츠는 칼을 집어던지고..여성의 시선을 피했다.





그 후.. 하츠와 여성의 묘한 동거가 시작됬다.


사라진 하츠를 찾아온 병사들에게, 이 마을에 아직 자신은 조사할게 있으니 먼저 군에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병사들은 하츠보다 먼저 기절했기에. 하츠가 여성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츠는 하루 종일 여성의 행동을 뚫어지게 주시하며.. 자신의 의문을 풀려했다.



뜬금없이 남자 하나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게 됬지만..여성은 상관하지 않는듯 했다.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바구니를 메고 산에 들어갔다.

하츠 역시 그 여자를 따라 산에 올라왔다.


-젠장..젠장, 빌어먹을..


익숙하게 산길을 올라가는 여성과 달리, 하츠의 군화에는 자꾸 덩쿨이 걸렸다.

여성은  말없이 돌아서.. 무릎꿇고, 하츠의 군화에 걸린 덩쿨을 풀어주었다.


-젠장...뭐하러 이런 산에 올라오는건가?


-공물로 바칠 약초를 캐기도 하고.. 산채를 캐서 찬거리로 삼기도 합니다..


-흥, 평생 그런 푸성귀만 먹고 산다는건가?


하츠는 잘린 나무 위에 앉아.. 여성을 쳐다보았다. 여성은 말없이 호미로 땅에 있는 풀들을 캐기 시작했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여성은 점심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먹을거라곤 방금 캐온 풀뿌리들밖에 없었지만.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맞을리가 있겠나!?


-죄송합니다.. 공물을 바치고 나면 모든 집의 식사는 이렇습니다.. 그나마 이번은 나은 편입니다..정 없을때는 나뭇껍질도 벗겨먹어야...


-그래..내 탓이라 이거냐?!


-아뇨..그런게..


하츠는 말없이..풀뿌리를 씹었다. 멍청이가 된 기분이였다. 지금이라도 그냥 당장 제국에 돌아가 군을 이곳에 파견시킬수 있지만..뭔가가 하츠의 발을 계속 붙잡았다.


점심상을 치우고 나서..여성은 이번엔 마을을 돌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을 찾아가.. 장작등을 패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청소하기도 하고..

-........


그 후, 이번에도 풀뿌리 뿐인 저녁상을 물린 뒤에는..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였다.


-원래 그렇게 멍 하니 있는걸 좋아하나?


-이 마을에서는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는 할수있는게 적습니다.. 먹을것도 없는 와중에 기름초를 켤순 없는지라..


-시시하군..난 먼저 자겠다.


-자리를 깔아드리겠습니다..


여성은..자기가 사용하던 이불을 하츠에게 넘긴 뒤, 자신은  짚더미 위에 몸을 눕혔다.


이 여성은 항상 똑같이 움직였다.  아침에 일어나 산에 오른 뒤.. 내려온뒤에는 점심을 먹고.. 그후 노인들을 도와준 뒤..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그렇게 계속 똑같은 행동만을 본지도 1주일이 지났다.


-대체 이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처박혀있는지 모르겠군.


하츠가 이곳에 와서  여성에 대해 파악한건..여성이 쓰던 이부자리에서 느껴지는 여성의 향기밖에 없었다.


그리고..하츠가 여기 온지 9일째 되는날. 드디어... 여성이 조심스럽게 일어나, 한밤중에 어딘가로 향했다.


하츠는 조용히..여성의 뒤를 밟았다. 이 역시 하츠의 특기였다. 누구도 알지 못하게 이동하는것.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이것으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세상은 전장에서 도망쳐온 하츠를 보고  그 어떤 전장도 그를 죽일수 없다며  칭송했다.


아무리 무예에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있는듯한 여성도..하츠가 자신을 따라오고있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내..마을에서 멀리 떨어진..숲속에 도착한 여성은, 한 나무의 들어올려진 뿌리 아래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살폈다.


그리고..길쭉하고..날이 달린.. 물체를 들고.. 가볍게 몸을 따라 한바퀴 회전시키고, 찌르고, 휘두르고.. 그건 창을 사용하는 초식이였다.

하츠 역시 창을 사용하는 여군을 본적이 있었지만.. 비교도 할수 없이 이쪽의 속도가 월등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박수소리를 듣고. 여성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과연, 보통 시골 처녀는 아니였군.


-......


-그래..솔직히 말해서, 제국군 내에서도 너보다 기량이 높은 창잡이를 본적이 없다. 그런 여자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저는..


-고리타분하게 산속 수행..뭐 이런거라도 하는줄 알았는데, 평소 하는일 보면 그런건 아닌거같고.


-저는..그냥..도망쳐왔을 뿐입니다..


-도망? 뭐에 도망쳤단 말인가? 역시 군에 몸을 담고있었나? 그 기량이라면 적어도 장교 이상일듯 한데.


-.........


-지금까지.. 네 행동을 보고있었다, 매일 생활이 똑같더군, 단 한번도  다른 행동을 하는걸 본적이 없어. 오늘 잠시 창을 휘두르러 온것 빼곤 말이지.

그건..뭐랄까.. 자신의 자아로 움직이는게 아닌, 네 말대로 뭔가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하는 행위처럼 보이더군. 그때 나에게 저항없이 목숨을 내준것도 말이지. 마음 속으로는 내가 죽여주길 바란건 아닌가?


여성은 하츠의 시선을 피하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하츠의 말이 정곡을 찔럿기 때문이다,


하츠는 상대와 잠시 대화하거나, 분위기를 읽기만 해도.. 그 사람의 내면에 무언가가 있는지 대충은


파악할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성향에 맞춰 자신의 언변과 위협을 사용해 완전히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이게 하츠의 허세의 비결이다.


-네가 쓰러트린 병사들.. 그들은 병사로 "위장"해 있던거다, 그 정체는 제국에서 돈으로 살수있는 용병들중에서 최고인 놈들이지,

 하나 하나가 실력은 하나 하나가 기사단 단장급이다, 근데 그런놈들을 상대로 "빗자루"를 들고 10초 이내에 해치웠다.

 내가 이해 안되는건 이거야, 그런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비겁자의 삶을 살고있지? 나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을테니,

 톡 까고 말하지. 그런 비겁자의 삶은 나한테 어울리는것이다.

 대체 뭐가 무서워서 도망친거지?  군대? 전투?   아니면 자신의 기량?? 직접 하는 살인이 무섭나?




여성은 하츠의 시선을 피해, 집으로 달려 도망쳤다. 하츠는 말없이.. 뛰어가는 여성의 등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어제의 일은 마치 잊어버린듯..여성은 똑같이 일어나 산에 올라갔다.


하츠는 이번엔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집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집 앞에 제국 병사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크루거 님.


-그래..부탁한 물건은 가져왔나?


-네, 이곳에서 하시는 일이 꽤 길어지실건가 봅니다.


-그래,맞다. 단장에게는 알아서 잘 말하도록......


어느샌가 돌아와..산채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경계하며 쳐다보는 여성이 보였기에, 하츠는 말끝을 흐리고 손을 내저어 제국군을 쫒아냈다.


-나리..공물을 바친지..얼마 안되었습니다..


-알고있다, 이건 그냥 내 개인 물품을 전달하러 왔을 뿐이다, 그리고.. 풀뿌리 말고 다른 요리는 할줄 아나?
 
하츠는 제국군이 건낸 상자를 뜯어..안에 있던 고깃덩어리를 여성에게 건냈다.


여성이 요리를 시작하고..풍기는 고기의 향기때문에, 마을에 있던 어린이들이 담 밖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나쁘진 않군, 오랜만에 고기가 들어갔더니 더욱.


-저...


-뭔가?


-마을 사람들에게도..조금..나눠줘도 되겠는지요..


-....쳇, 마음대로 해라.


뜬금없이 시작된 동거지만..그 기간이 어느새 5개월을 넘어섰다. 아직도 하츠는 이 여자에 대해 도통 알수가 없었다. 뭔갈 두려워하고 잊으려 한다는건 알겠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삶.. 무력이 있음에도 제국 잡병따위에게 머리를 숙이는걸 선택한..


처음엔 그저 이유를 알고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계속해서 여성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계속해서 신경이 끌리기 시작했다.

저 창은 어디에서 수행했는가? 도망쳐왔다는건 무슨뜻인가?

이러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하츠를 답답하게 했고.. 이 감정은 점점 미묘하게 변했다.. 예를 들면  의문의 주제가 되는 여성에 대한 소유욕이라던지..


5개월 동안 한가지 분명하게 깨닳은 사실은.. 저 여자를 손에 넣고싶어졌다는것이다.


이제 여성은 하츠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요청을.. 대개, 하츠의 개인 물품을 마을사람에게도 나눠주자는 청을 하츠가 거부한적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여성은 하츠가 실은 좋은사람이라는 큰 착각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하츠가 여성의 청을 거부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츠가 좋은사람이기 때문이였던게 아니다. 그럴리가 있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제국군은 다시한번 마을을 수탈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해오고 있었다.


-내일이면 다시한번 공물을 바쳐야 될 날이군, 뭘 모으긴 했나? 물론 내가  이 집에 껴서 먹은 풀뿌리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주지.

-........


모인 공물은..모든 집이 절망적인 수준이였다. 큰 흉작이 한번 마을을 휩쓸고갔기 때문에.


-나리..

-나에게 빌어서 한번 넘어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것이다. 그런 청을 들어줄 정도로 너에게 빚진게 없다.

-.......


다음 날..제국군은.. 마을을 부술 기세로 집들을 뒤지고있었다.


-크루거님...!! 이놈들이 미쳤나봅니다! 모아놓은게 하나도 없습니다!


-좋아, 본보기로 몇명 벌집을 만들어주지...


아이들의 머리채를 붙잡은 병사들을 보자...경기를 일으키려 하는 여성의 어깨를 하츠가 붙잡았다.


-이번 공물은..한번 넘어가기로 한다, 이 곳에서 일어난 흉작을 직접 봐서말이야...가끔은 자비를 베풀어도 괜찮겠지.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에, 병사들은 당황했다.


-크루거 님..하지만  무조건 징수가 원칙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래, 원칙을 따라 지금  당장 네 눈앞에 있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 이거지, 칼을 뽑아라.  네녀석의 배에 내 칼이 박히면 어느정도 머릿속에 융통성이 생길지도 모르지.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한번은 이 마을대신 크루거 가에서 황금을 지불하도록 하지, 이제 꺼져버려라.


여성은 하츠를 쳐다보았다..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듯이..



도망치듯 제국군이 떠나고..조용해진 마을에, 밤이 찾아왔다.


-감사합니다..


-뭐가말인가?


-오늘 일에 대해.. 그렇게까지 해주셔서..


-아...그것말인가.. 사실 워낙 시끄러워서 그냥 병사를 물리기 위해 한번 허풍좀 처본거야. 내가 이 마을의 공물을 왜 대신 내주나? 

 한 3일 뒤면 제국군은 다시 올거같은데..


여성은 아주 놀란듯 했다. 그리고 하츠의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하츠가 보기에 가장 이해할수 없는 행동...


-나리..제발..


-그리고..상당히 열받아서 돌아오겠지, 크루거 가에 가서 돈을 달라고 구걸했지만 돌아오는건 일갈뿐이였으니까 말이야..

아마 그 병사가 한 말..애 하나 잡겠다는걸 그대로 행할거다.
그리고 네가 얼마나 기량이 있던지 몰려오는 제국병들을 모두 상대할순 없을거같은데.. 지천에 깔린게 인질이니..


여성은 아주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하기 시작했다. 하츠는 슬슬 자신의 목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딱 한가지, 내가 이 마을의 공물을 대신 지불하게할 방법이 있지.


여성은 고개를 들어 하츠를 올려다보았다.


-나랑 같이 이 더러운 촌구석에서 빠져나와 제국 수도로 올라가자, 크루거 가의 사람이 되는거지, 어떤가?


......세상에 이런 저질스럽고 치졸한 청혼이 또 있을까?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반지 대신 약 67명정도의 마을 주민의 목을 들고 하는 청혼이였다.


-저..저는..그런..명예로운..


-"그런 명예로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말할셈이군, 그럼 뭐.. 이야기는 끝났다. 지금까지 즐거웠어.


여성은 재빨리..하츠의 손을 붙잡았다.


-네..네..하..하겠습니다..저로 괜찮으시다면..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할것이니.. 그 전까지, 작별인사를 끝내놓으시오.


이제 눈앞에 있는 여성은 반려가 될 여성이기 때문에, 하츠의 말투는 일변해있었다.


그리고..곧바로, 하츠는 여성의 팔을 붙잡았다.


-?!

하츠는 강제로 여성의 입에 자신의 입을 들이댔다.

-으..읏...


천천히..여성의 상의에 손을 가져갔지만.. 여성은 갑자기 발작하듯 움직여 하츠의 손을 쳐내고 기어 도망쳤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하츠를 경계하며 노려보았다.


-....좋소, 나 역시 짐승은 아니오, 마음의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려주지.


지친듯이 짚더미 위로 가서 잠을 청하려는 여성..하지만 하츠는 여성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하지만 혼인할 관계인데, 동침하는것까지 거부하진 않겠지?


-.......


하츠와 여성은 같은 이불을 덮고 누웠다. 하츠는 한쪽 팔로  여성의 어깨를 감싸안고  여성의 머리에 입술을 가져갔다.


하츠의 머릿속에서는..여성에 대한 의문은 이제 사라져있었다. 이제 이 여성은 자신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이제 이 여성이 사는 방식은 하츠가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머릿속에서 의문을 지워버리기만을 위해 이런일을 한건 아니였다, 그 형식이 매우 불순하긴 하지만..

어쨋든 하츠는 진심으로 이 여성을 원하고있었다.



아침이 밝자.. 마을 사람들은 금장이 된 마차에 올라서는 여성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하는듯 했다.

여성은 말없이..마을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라 탔다.





제국 수도, 비탈론.


크루거 저택 앞에 도착한 마차는.. 두 남녀를 내려놓고, 천천히 사라졌다.

-앞으로 당신이 지내게 될 곳이오,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그따위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움막보다는 훨씬 좋지 않소?


-......


-그리고..그 누더기 역시 벗어버려야겠군, 이봐!


하츠는 일하고있던 하녀에게, 여성에게 새로운 옷을 가져다달라 지시했다.


-그럼, 나는 아버지와 잠시 담판을 지으러 가야겠소, 당신의 출신에 대해 불만이 많으실거 같으니. 짜증스러운 일이 될거같으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날 기다려주길 바라오.


-아가씨..이쪽으로..


말없이 하녀를 따라가는 여성을 뒤로하고,  하츠는 자신의 아버지의 서고로 향했다.


-아버지, 접니다.


-들어와라.



-꽤나 재밌는 여자를 데려왔구나.. 네가 말없이 사라졌을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게냐?


-뭐..여러가지 일이 있었지요, 저 여성과 혼인하려 합니다.


-....그래..저 여자는 어느 가문 출신이더냐?  산마루 풀뿌리 가문의 여식이냐?


-산마루 풀뿌리 가문이라...어감이 좋군요, 지금까지 아버지가 저와 결혼시키려 한 여성들은 모두 돼지우리 가문 출신이였으니 말입니다.


하츠의 아버지는 잠시 하츠를 노려보았다.


-네가 하는 혼인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있는줄은 알고있겠지?


-뭐..늘상 하신 말이죠, 가문간의 화합. 산마루 풀뿌리 가문과의 화합도 꽤 좋지 않습니까? 그 가문 산채가 꽤나 맛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고역스러웠지만 익숙해지면 좋더군요.


-이 이상 내 앞에서 가볍게 혀를 놀리지 말거라..!


-어이쿠.. 실례,  지금까지 아버지가 저에게 혼인시키려 했던 돼지들이 생각나서 조금 말이 막나왔군요.


-그 돼지들이 얼마나 유력한 돼지우리에서 태어났는지 아느냐?


-그래봐야 "돼지"지요, 인간이 아무리 절박하다고 하지만 돼지와 혼인할수 없는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여성"을 데려왔으니 얼마나 다행스럽습니까?


-....나가! 당장 내눈앞에서 사라져라!


-안그래도 그러려 했습니다.  오랜만에 뵈니 좋군요, 아버지.


조용히 서재의 문을 닫고 나와.. 하츠는  여성을 찾아 저택의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하녀를 발견했다.


-내가 분명 내가 데려온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걸 도와달라 명하지 않았나?


-죄..죄송합니다..도련님..하지만..아가씨꼐서 제가 몸을 만지는걸 허락하시질 않으셔서..


하츠는 닫힌 방문을 두드렸다.


-나요, 들어가도 되겠소?


-잠시..잠시만.. 거의 다 됬습니다.. 네..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확실히,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있는  여성이 보였다.


잠시..하츠는 여성의 모습을 감상한 뒤에..


-큭큭...


-...?

-등에 달아야할 장식물을 가슴에 달았소, 하지만 꽤나 어울리는군.


-........

여성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얼굴만을 붉혔다.



그리고..크루거 가의 적자가 식을 올린다는 소문이 비탈론에 퍼졌다.

마을 처녀들은 하루 종일 그 얘기로 시간가는줄을 몰랐다, 시골 처녀가  제국 최고의 유력 가문의 적자와 어떻게 눈이 맞아 혼례를 치룬다, 여성들의 꿈같은 이야기였다.


크루거 가의 저택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실 식을 축하하러 온것은 아니다, 이런 결혼식이라는게 거의 그렇다. 그냥  크루거 가문의 눈에 잘보이기 위해 찾아왔을 뿐.


진부한 주례사.. 신랑 신부에 대한 진심없는 찬사..


-후후..돼지들이 너무 많군, 그렇지 않소?


-...그래도 이 자리를 축하하러 오신듯 한데..


-앞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니, 명심하시오. 저것들은 다 돼지라오.


하츠는 웃으며 여성에게 말을 건넸지만....여성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시오?


-잠시..속이..저는 이만..들어가보겠습니다..


여성은 도망치듯..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열리고 있는 식장을 떠났다.


-....??


-이봐, 하츠!


반 발슈텔트가..하츠를 향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야..시골에 갑자기 처박혀있을거라고 해서, 뭘 하고있나 했더니.. 여성을 사로잡고있었을줄이야. 그런 캐릭터인줄은 생각도 못했지 뭐야..


-당신도 날 완전히 알고있지 못했던거지, 반.


-큭큭..그래..그런거 같다, 그래. 우리 아름다운 신부는 어디있는가?


-잠시 몸이 안좋다 해서 일찍 들여보냈다.


-흐음..아쉽게 됬군, 뭐.. 잠시 우리 에밀리랑 비교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반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식장을 떠났다.


식이 끝난 후, 여성은 이제 완전히 크루거 가문의 사람이 되어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하츠의 아버지를 제외한, 크루거 저택 안의 모든 구성원들은 그녀를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다.


남에게 뭘 시키는법이 없고.. 아랫사람을 험하게 다루질 않고 존대를 사용했다, 하츠가 제지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게 편하다 대답했다.


그리고..그녀의 인망은 크루거 저택을 넘어서..


-...돈?


-조금만..사용할수 있도록..


-당신 뭔갈 착각하고있군, 당신은 이제 크루거요. 비탈론이란 도시는 크루거가 손가락으로 사람 하나를 가르킨뒤 죽이라 말하면 죽이는곳이지.
 가지고 싶은게 있소? 그냥  물건을 들고 가게 주인에게 크루거라고 3글자만 말하시오. 그럼 하인이 가서 알아서 대금을 지불할테니. 돈이야  썩어나지, 마음껏 쓰시오.


드디어 가문에 어울리는 사치생활을 하려 한다는 하츠의 생각과는 다르게, 여성은 가문의 돈으로, 비탈론의 빈민들에게 옷과 음식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탈론의 귀족들은 크루거 가문에 정신나간 여자가 시집왔다고 비웃었지만..

비탈론의 대부분의 시민은, 진심으로 여성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하츠의 침실.


-요즘 꽤나 재밋는일을 하고 다니더군.


-네....


-아니, 화내는게 아니오, 가문의 돈을 펑펑 쓰라는건 내가 한 말이었으니. 아직 펑펑 쓰는 수준도 아니고, 아버지가 멍청한 표정을 짓는것도 꽤나 재밌더군.
 좀 더 통크게 써도 되오. 근데 내가 궁금한건 말이지.. 그러한 일에 의미가 있소? 당신은 그 마을에서도  그랬었지, 자기가 먹을것도 부족했으면서 말이야.


-이런 거대한 도시에서 먹을것이 부족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그게 마음에 안든다... 그래.. 상냥한 여성이라 이거군... 근데, 그런 상냥한 여성과 결혼한지 4개월이 넘어가는 남자가 있소.


-.......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됬는가?


-하츠 님..저는..


-님은 빼시오. 글쎼..이런말 하긴 뭐하지만..혼인이라는건.. 가문의 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하는 일이오.. 아버지한테 한방 먹여주고싶은 마음은 없소?


-.........


-아니면 아직까지 내가 했던 청혼이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건가?


-아니오..아닙니다..하츠님이 공물을 미루는 약속을 지키시고 구호물품까지 보내주셨다는 사실을 알고있습니다..


-님은 빼라고 누누히 말했소, 그럼..단순히 아직 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것 뿐이오?


여성은 잠시..말없이 시선만을 흔들고 있다가..자신의 옷에 손을 가져갔다.


-....드디어.


하츠는 눈을 빛내며..그 모습을 쳐다보았지만..  여성의 옷이 흘러내려가기 시작하자..하츠의 표정은 점점 사라졌다.


여성의 몸은..마치..누군가가 파괴한것 같았다.


수많은 수술자국과... 마치 전기에 감전된 흉터와 같은 노란 빛을 띄는 멍들... 핏줄을 따라 생긴 검은 선.


-...이게..대체!!!!!


-죄송합니다...진작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저는..그냥..도망쳐왔을 뿐입니다..


-그때...도망쳐왔다고 했었지, 어떤놈이 이런일을 행했는지 말하시오, 크루거가 분노하면 어떤일이 일어나는지를 가르쳐줄테니.

하츠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주먹을 떨며 말했다.


-죄송합니다..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속여? 누굴 속였단 말인가? 당신에게 막무가내로 청혼한건 바로 나요, 이제 아이따위는 중요치 않소, 이런 일을 행한게 누구인지나 말하시오.


그러나..여성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며..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어째서 말을 안하는거요!!!!!



...........





1년 후..


여성은 이제..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애초에 그 신체를 가지고 이렇게 되리라는건...누구나 예측할수 있는 일이었다.


그 옆에는 침통한 표정의 하츠가 앉아있었다.


그 후에도.. 그녀에게 그런 일을 행한게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여성을 추궁했으나.. 고개를 흔들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계속 추궁할수록 정신적으로 핍박을 받는듯 했기에 그마저도 그만 두었다. 그래서..하츠는 그냥 평범하게 그녀를 대했다. 짧은 결혼생활이였지만.. 둘은 꽤 행복하게 지냈다.
 

여성은..힘겹게 입을 열었다.


-잠시...이쪽으로.. 할 말이..


하츠는 다가가.. 귀를 여성의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여성은..마지막 기력으로, 몸을 살짝 일으켜.. 하츠의 볼에 키스를 한뒤.. 눈을 감았다.



장례식에는... 혼례처럼  돼지의 형상과 같은 귀족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운좋게 크루거 가문에 시집온 여성... 크루거 가문의 당주에게 미움을 받는,

그러한 여성의 장례식에 찾아올 귀족따윈 없었다.


그러나.. 크루거 가의 담벼락을 수많은 시민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그들을 쫒아내려 했으나..하츠가 제지시켰다.


관에 들어가는 자신의 아내를 쳐다보며....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창.

아내를 처음 만났을때.. 아내가 숲속에서 휘둘렀던.. 소중한듯이 나무 뿌리 아래에 조심스럽게 보관하던.. 그걸 같이 묻어야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하츠는, 아내를 처음 만났던 시골 마을에 도착해있었다.


-나리는....분명...


마을의 노인이 하츠를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 아이는..잘 지내고있는가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족한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츠가 존대를 쓰자, 노인은 잠시 놀란 기색을 띄고..조심스럽게 하츠를 향해 목례를 했다.


그리고.. 하츠는, 숲에 들어가.. 긴 시간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았기에  덩굴이 엮인 나무뿌리를  뒤졌다. 손에 길쭉한 무언가가 만져지고.. 하츠는 그걸 뽑아냈다.


창이였다. 그날 밤에는 그 창의 형태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고급스러운 외형..하지만 마치 칼로 긁어 새긴듯한 수많은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하츠는 이 창이 어떤것인지 알아볼수 있었다.


-이건..황실 근위대에게 지급되는 창 아닌가...!


어째서 자신의 아내가 이런 창을 휘두르고 있었던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뒤.. 이것이 자신의 아내의 신체에 일어난 일과 무언가 관련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하츠의 머릿속에서는 대충의 스토리가 그려지기 시작했다..이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갔지만 폭격을 당했던지 해서 큰 부상을 입은 아내....

그렇다면, 이 창을 사용하던 근위분대가 어떤 적들과 마주쳤는지만 알아보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크루거의 분노가 어떤것인지 보여주리라.


하츠는 조심스럽게..창날을 확인했다. 41... 41번 분대..



...........



-아이언 울프의 부단장꼐서 이곳에는 어쩐일로..


-근위대의 기록 보관서를 조회하고싶소, 41번 근위대의 전투 기록을 보여주시오.


-41...41...흠......죄송합니다만..41번 근위대라는건 없습니다..


-...무슨 소린가!?


-황실 근위대는... 40번 분대에서 바로 42번 근위대가 뒤를 이어갑니다.

-그럼 이 창은 뭐란말인가?


하츠는 근위병에게 창날에 4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있는 창을 내밀었다.


-...음...모조품인것 같습니다..정교하게 만든...으윽?!


하츠가 근위병의 멱살을 잡고 자신에게 끌어왔다.


-지금 네 앞에서 말하고 있는자가 누구인지 파악해라, 41번 근위대가 정말 없나?


-저..저..정말입니다..맹세합니다..!!


하츠는 천천히 손을 풀어..근위병을 떨어트렸다. 이정도 살기를 띄고 말했는데 말하지 않을정도라면..이 자는 정말 모르는것인가..


정식적으로 조회해서 이 사건을 풀어갈순 없을듯 했다.. 그렇다면..


하츠는.. 그 다음엔 도적 길드로 향했다. 그리고 거금을 내밀고 41번 분대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잘 들어, 41번 근위대는 분명히 존재했어, 40번 후에 바로 42번 근위대가 뒤를 이어간다는건.... 거짓말이기도 하면서 진실이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라.


-41번 분대는..말그대로..사라져버렸어, 근위대원 전부가 말이지, 그리고 기록 보관소에서도 완전히 그 존재가 말소됬지.


-...그 이유는?


-글쎼..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어..하지만..뭔가 더러운게 있었던 모양이야.. 이건 내 추측이긴 한데..41번 근위대가 마지막으로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향했던 지역은..
 제국 실험장과 인접해있어. 갑자기 제국 실험장 근처에서 모습을 감춘 근위대라..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럼 그 제국 실험장에 관한 기록을 뒤져보면 되겠군.


-근데 말이지..아무리 우리라도 그건 무리야..왜냐하면, 제국 실험장 기록은.. 아이언울프가 가지고있거든,


하츠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당신은 부단장이잖아? 그 기록을 조회해볼 자격이 될거같은데..자격이 안되더라도, 그 기록을 훔쳐보기에 유리한건 아이언울프 내에서 마음껏 돌아다닐수 있는 당신이잖아? 안그래?
 제국 실험장 기록은..단장 반 발슈텔트의 서고에 있을꺼야. 한번 조회를 요청해 봐...



허락해줄리가 있나, 반은 비밀이 많은 인물이였다. 하츠는, 자신의 특기인 잠입을 통해 반의 서고에 들어갔다.


수많은 장서들 사이에서.... 불길한 붉은색의 양장이 되어있는.. 제국 실험장의 실험 기록서가 있었다.


하츠는 조심스럽게 실험 기록서를 집어들고..내용을 확인했다.


귀수 이식 실험자..은발의 소녀와 함꼐 여러 소녀들이 보였다.


전이 실험.. 실험 대상자.. 백발의 소년과, 금발의 소녀의 사진..


그리고....체이서 이식 실험. 실험 대상자들.. 황실 41번 근위대.

하츠는 떨리는 손으로..실험 기록을 읽어내려갔다.


마계인들이 체이서를 이용하여 자신의 신체를 대폭 강화시키는것을 응용한 시험으로, 체이서를 실험체들에게 하나씩 주입시켜,
최종적으로는 "무한"적으로 유지되는 강인한 신체를 만드는걸 목적으로 한다.

5개의 체이서를 주입시켯을때, 실험의 성공으로 판정한다. 그 후, 신체 능력의 강화 수준을 조사하여 기록한다.


첫번째 실험체.. 체이서 하나에 복부가 파열..  복부가 터져나간 여성의 끔찍한 사진이 있었다.   사망.


두번째 실험체.. 체이서 세개째에 두부가 파열. 사망.


그리고.. 하츠는 끔찍한 사실을 알아냈다. 여기 써있는 실험체들의 이름은 모두  아내의 창에 칼로 새겨져있던 이름들이었다.


여섯번째 실험체.. 체이서 네개째에  자살, 사망.


일곱번째 실험체..체이서 다섯개 모두 주입 성공.. 그러나 폭주하여 연구원들을 모두 사살.. 그 후 도주.행방불명.


하츠는 이제 숨까지 점점 떨기 시작했다... 구토감을 느끼며..천천히.. 실험체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익숙한 얼굴...


그리고..뭔가 서늘한 감촉이..자신의 목에 닿는게 느껴졌다.


-그래..하츠, 뭔가 빌려가고 싶은 책이 있나?


-반..발슈텔트...!!!


잠시..속이..저는 이만..들어가보겠습니다..


이야..시골에 갑자기 처박혀있을거라고 해서, 뭘 하고있나 했더니.. 여성을 사로잡고있었을줄이야. 그런 캐릭터인줄은 생각도 못했지 뭐야..


왜 아내가 그 자리에서 피하려 했는지..이해가 끝났을때.. 반이 입을 열었다.


-그래..여기 있는 책들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책을 읽고있군..그래서? 그 책에 무슨 관심이 있어?


다행스럽게도..반은 어떤 목적으로 하츠가 이 책을 보고있는지 알고있지 못했다.


-아무것도, 그냥 네녀석이 어떤 치부를 가지고있는지 알고싶었을 뿐이다.


여기서..하츠의 허세가 빛을 발했다. 하츠는 방금의 떨림을 순식간에 진정시키고, 거만하게 반에게 쏘아붙였다.


-치부라니..후후.. 난 명령에 따랏을 뿐이라고.그 실험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심도 없었다구?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역겨워서 말이지..


-뭐, 더이상 이 구역질나는 책에 관심은 없다, 구역질나는 네녀석에게도 말이지.


하츠는 능글맞게 자신을 쳐다보며 웃고있는 반을 지나쳐.. 반의 서고를 빠져나왔다.


반의 시야에서 벗어날때까지 정신없이 걸어간 후..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크..흐..흐흐흐..크... 무슨놈의 크루거의 분노란 말인가..흐..흐흐흐흐...


아내가..절대로,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하츠에게 말하려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하츠가 대적하려 했던건,제국이였다.

아무리 유력한 크루거 가문이라지만.. 결국 제국의 녹을 먹고사는 가문일 뿐이다.

아내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으려 했던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였다.

하츠는 처음으로... 가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알몸이 되었다.


-한심하군..정말로 한심해...아내에게 동정받아 보호받고..아내의 한조차 풀어줄수 없단말인가?


하츠는 쓰러져..실성한듯이 웃었다.


똥송합니다, 디씨 글 제한때문에 여기서 걸렸습니다.. 개념글 도배를 할순 없으니 그 다음 내용은


gallog.dcinside.com/dpfvnd12/2383493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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