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 이번 주 첫 번째 공동 추천 앨범 : 원더걸스의 [Reboot]

 

획기적 모멘트
이건, 모종의 '절단'이고 타이틀처럼 '리-부트'이기도 하며,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상이다. 1980년대 빌보드 차트를 풍미했던 일렉트로 펑크(funk) 팝 혹은 프리스타일(freestyle)을 들고 온, 이번 JYP의 시도는 그룹 본인들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획기적 모멘트'다. 또 최근의 국내 걸그룹 트렌드로부터 완연하게 비껴나간 화살이기도 하다. 음... 이 자리는 이 음반을 '음악적'으로 논하는 곳이므로 여기서 "나 역시 티저에 낚였다"는 식의 볼멘소리를 늘어놓진 않겠다. 다만, 음반을 두세 번 가량 돌려 들으며 놀란 것은, 예상외로 트랙들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앨범을 여는 두 곡 'Baby Don't Play'와 'Candle (Feat. Paloalto)'는 압축되고 정제된 편곡/군더더기 없는 구성/베이스와 신스를 비롯한 악기들의 균형감과 조화가 돋보이는 포인트다. 그리고 몇몇 더 있다. 'I Feel You'의 뒤를 잇는 'Rewind'는 Taylor Dayne의 모 발라드를 연상시키며 한구석을 파고들고, 'John Doe'는 Lisa Lisa & Cult Jam의 음악을 소환하는 것이다. 30년의 시차를 둔 기묘한 레트로고, 이 복고적 아우라는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이질적이고 흥미로운 청취공간을 형성해 놓는다. [REBOOT]가 '하나의 물결'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소곳이 지켜봐야 하겠지만, 뭔가 막힌 듯한 현 상황을 뚫는 새로운 물꼬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좋은 음반이다. (by. 이경준)

아이돌의 진화
아이돌이 진화했다. 예전처럼 [한밤의 TV연예] 같은 데 나와서 이번 컨셉은 펑크(punk)와 훵크(funk)를 결합한 스타일리쉬 알앤비라는 식으로 말하는 뜬금없음은 사라진 것 같다. 패션이든 음악이든 세심하게 디테일을 살리고 음악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이돌도 돈 벌기 힘든 세상이 됐다. 이번 원더걸스의 컴백은 아이돌3.0시대에 딱 들어맞는 등장이다. 우선 프리스타일을 선택한 게 먹어줬다. 디스코가 하우스로 변신해 하위문화에서 메르스처럼 퍼져나가던 시절, 메인스트림에서 디스코는 일렉트로로 간판을 바꿔달고 백인하위문화와 결합해 HI-NRG가 되거나 흑인 알앤비와 결합해 뉴잭스윙(new jack swing)이 되거나 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선 그걸 프리스타일(freestyle)이라고 불렀다. 디스코라는 거목에 기생하는 송이버섯 같은 장르들은 21세기 콜렉터들에게 항상 표적이 되었는데 익스포저(Expose)나 커버 걸(Cover Girl)같은 프리스타일 쪽은 별로 손을 타지 않았던 것 같다. 어디서나 나뒹구는 흔한 판이어서 그랬겠지. 그래서 더욱 원더걸스의 선택이 탁월했다.

여전히 뜨거운 트렌드이면서도 가려운 지점을 정확히 집은 형국이다. 게다가 원더걸스는 언제나 복고 아니었나? 이쯤 되면 일관성 있는 자기 세계를 확립한 뮤지션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I Feel You'를 들으면서 풍요로웠던 80년대 파스텔톤 분위기에 휩싸임은 물론이고, 하드한 복고의 재현('Loved')에 음악적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앨범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자신에 차 있는데 이런 분위기는 역설적이게도 'OPPA (오빠)' 같은 곡에서 한껏 드러난다. 잘못했다간 무너지기 쉬운 컨셉인데 이걸 완벽하게 살려낸다. 사실 원더걸스는 이제 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틀린 생각이었다. 수영복 입고 악기까지 들고 제대로 신스 훵크(synth funk)를 하려 든다. 록 순혈주의자들이 스쿨밴드 수준이라고 비웃더라도 나는 응원한다. 선미가 갤럭시익스프레스처럼 삐딱하게 앉아서 호탕한 썩소를 날릴 날이 머지않은 걸까. (by. 최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