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괜찮다’는 위로 담은 원춘호 개인전 ‘죽림설화’

‘온전히 서있기 힘든 게 인생’, 대나무 대표작 21점 전시

whitetree 3_75x107cm_Archival Inkjet Print_2013ⓒ원춘호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은 넘어져서도 안 되고 실패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좌절하는 것은 낙오자가 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밑바닥으로 스스로 끌어내려 씁쓸한 맛을 경험하는 습관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과학문명과 자본주주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원춘호 작가는 그러한 현대인들에게 대나무를 선보인다. 개인전 ‘죽림설화’를 통해서다. 전시는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대나무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 흰 눈을 잔뜩 뒤집어 쓴 것 같은 대나무의 모습, 강직하게 위로 뻗어 있는 대나무 줄기, 눈발을 요란하게 맞고 서 있는 대나무 모습 등이 그것이다.  

대나무는 그간 꼿꼿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원 작가의 대나무는 조금 다르다. 의연하게 혹은 우직하게 솟아 있는 대나무가 아니라, 눈발을 맞기도 하고 찬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는 대나무의 모습이다. 오롯이 서 있고 싶지만 그 온전함이 쉽지 않은 대나무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원 작가의 대나무들은 통상적인 상징을 뛰어넘어 삶의 숨결과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절강성과 안휘성, 한국의 담양, 고창, 함양 등 대나무가 생육하는 곳곳을 다니며 담은 대표작 21점이 전시된다. 개인전 ‘죽림설화’는 원 작가가 대나무를 주제로 한 3번째 전시이자 30년 사진 인생의 한 단계 매듭을 짓는 10번째 개인전이다.  

전시는 30일 시작돼 오는 11월 5일까지 갤러리그림손에서 볼 수 있다.

whitetree 6_107x140cm_Archival Inkjet Print_2012ⓒ원춘호

whitetree 5_85x60cm_Archival Inkjet Print_2013ⓒ원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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