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의 하드아웃] '희귀 기록 수집가' 정진호 "다음 목표는…"

ㅇㅇ · 2018.05.03 09:41:14

[엠스플뉴스]

8시즌 동안 3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 10홈런/ 23도루/ 67타점을 기록한 30세 외야수가 있다.

통산기록은 ‘평범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 타자는 '특별한 진기록'으로 KBO리그 역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 주인공은 바로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진호다.

5월 1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KT 위즈의 경기. 정진호는 KT 선발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를 상대로 KBO 역대 84호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그라운드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KBO 역대 23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정진호가 다시 한번 '희귀 기록'의 영역을 정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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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대 '사이클링히트+그라운드홈런' 동시 달성자(자료=KBO)

KBO리그 37년 역사에서 사이클링히트와 그라운드 홈런을 모두 기록한 타자는 8명(임형석, 김응국, 매니 마르티네스, 전준호, 안치용, 에릭 테임즈, 김주찬, 정진호)에 불과하다. ‘진기록’ 부문에서 KBO리그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비범한 타자로 거듭난 정진호다.

‘통산 기록은 평범하지만, 진기록에 있어선 이미 전설이 된 사나이’ 정진호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야구하면서, 별 거 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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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 홈런' 무용담을 늘어 놓는 정진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5월 1일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를 상대로 때려낸 그라운드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지난해 사이클링 히트에 이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말 야구하면서, 별 거 다 해보는구나’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웃음).

처음 공을 쳤을 땐 홈런이 될 걸 상상치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을 한번 설명해주시죠.

공이 날아가는 게 ‘느린 화면’처럼 보였어요. KT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날아가는 공을 잡으러 무섭게 뛰어오더라고요. 그 순간 ‘설마 잡을까? 제발 잡지마!’ 간절한 외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타구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뛰고 있는데, 공이 로하스 뒤쪽으로 빠져나갔어요. 그때부턴 앞뒤 볼 것 없는 ‘전력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전력을 다해 모든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웃음).

정말 힘들었습니다. 체력 소모가 굉장하더라고요. 전력질주의 후폭풍이 경기 내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생사를 건 전력질주를 해서 그런지, 지금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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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가 KBO리그 역대 84호 그라운드 홈런을 완성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로 향하는 순간, 공필성 3루코치가 팔을 세차게 돌렸습니다. 단호하게 ‘홈으로 돌진할 것’을 주문했는데요.

사실 공 코치님이 저를 3루에서 멈춰 세울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코치님이 팔을 힘차게 돌리시더라고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젖먹던 힘을 다해 홈을 향해 달렸죠.

접전 끝에 홈으로 무사히 골인했습니다. KBO리그 통산 84번째 그라운드 홈런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는데요. 심판이 양팔을 벌리며, 세이프 판정을 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홈런인가?’ 이런 생각에 어리둥절했어요. 상대 수비가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을 했으면, ‘원 히트 원 에러’로 기록되잖아요. 더그아웃과 관중석 분위기를 보고, ‘홈런’이란 걸 직감했죠. 그 순간 ‘땡큐’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웃음). 안타 하나에 득점을 성공한 그 상황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진기록 제조기 정진호의 소박한 다음 목표 "멀티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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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7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뒤 정진호의 타격 페이스는 급격히 상승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6월 7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면서, 타격 페이스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일 기록한 그라운드 홈런이 지난해 사이클링히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하지만, 그라운드 홈런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진 않을 거예요. 1안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시즌 중 치는 여러 안타들 중 하나일 뿐이죠. '그라운드 홈런'이란 안타를 때려낸 것처럼 언제나 타석에서 주어진 기회를 살리려 노력할 예정입니다.

시즌 전 주전 우익수로 낙점된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부진에 빠지면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게 됐습니다. 준수한 활약으로 ‘파레디스 공백을 무난히 메우고 있다’는 평이 많은데요.

파레디스의 공백을 무난히 메우고 있진 않습니다. 아직 한참 부족해요. 특히 타율과 출루율 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요. 외야수는 공격을 잘해야 하는 포지션이잖아요.

올 시즌 본인 타격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100점 만점에 20점입니다. 앞으론 기회를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이 점수를 올려나갈 계획이에요. 그라운드 홈런을 쳤던 것처럼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낸다면, 점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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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정진호는 올 시즌 생애 첫 규정타석 소화에 도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문득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라운드 홈런과 사이클링히트' 어떤 기록을 달성했을 때 기분이 더 좋았습니까?

당연히 사이클링히트죠(웃음). 사이클링히트는 4안타고, 그라운드 홈런은 1안타잖아요. 단순합니다.

한 선수가 사이클링히트와 그라운드 홈런 고지를 함께 정복한 건 KBO리그 8번째입니다. ‘희귀 기록 수집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어요. 정진호가 다음으로 노리는 ‘희귀 기록’은 과연 무엇일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욕심나는 기록은 없습니다(웃음). 평소에도 기록에 큰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멀티 홈런’을 쳐보고 싶어요. 제가 홈런 타자가 아니다 보니, 멀티홈런을 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긴 합니다.

지금까지 달성한 진기록과 비교하면, 소박한 목표인 듯합니다(웃음).

천만에요. 제겐 멀티홈런이 사이클링히트보다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웃음).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록을 위해 야구하진 않을 거예요. 만약 해마다 의미 있는 기록을 하나씩 세운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죠. 그렇지만, 기록은 제가 ‘세우고 싶다’고 해서 세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기록보다는 팀을 위해 제 몫을 하는 게 우선입니다. 일단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우고 싶어요.

‘희귀 기록 수집가’란 별명, 마음에 드시나요?

‘희귀 기록 수집가’도 좋지만, 저는 ‘정진호날두’란 별명이 좋아요. 제가 야구를 잘할 때 생긴 별명이니까요. ‘정진호날두’라 불리는 빈도를 높여 KBO리그에서 알아주는 멋진 외야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529&aid=00000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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