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략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62주간 PC방 점유 1위… 스타크 이후 최고 인기

롤 게임 안 하면 왕따… 게임 중독 부작용도 속출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대도 갔다 온 A(25)씨는 취직을 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학원에 등록했지만 500만원의 학원비를 날릴 판이다. PC방에서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쉽게 털고 일어서지 못하는 탓이다. 하루 10시간 이상 그가 빠져 있는 게임은 인터넷 게임 '롤(LOL)'이다. 

#고1 B군은 오늘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오전 5시까지 게임 롤을 하다 잠들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B군의 어머니는 "게임을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를 빠지는 날이 점차 늘고, 이러다 아예 학교를 안 다니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게임 롤의 열풍이 무섭다. 초ㆍ중ㆍ고 학생들은 물론, 20~30대 성인들까지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어 부작용이 심상찮다.

롤은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사가 개발한 전략 대전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줄임말로 5명까지 한 팀을 이뤄 상대방의 건물을 파괴하고 상대방 캐릭터와 승부를 겨루는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게임업계를 평정한 스타크래프트 이후 최고 인기"라고 평한다.

롤은 2011년 12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62주 동안 PC방 점유율 1위로, 지난달 초 점유율 44%를 기록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의 약 절반이 롤을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업십 2013'은 일명 '롤드컵'으로 불리며 실시간 중계한 포탈사이트를 뒤흔들었다. 검색어 순위를 휩쓴 것은 물론 매 경기 한국에서만 10만여명이 시청했다. 전국 PC방에서 롤을 접속해 즐긴 월간 사용량도 2012년 1월 1,117만 시간에서 올해 6월 7,647만시간으로 1년 반 만에 무려 7배 가까이 늘었다.

롤이 이같이 짧은 시간에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데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료가 없고 캐릭터, 아이템 등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한 팀으로 전략을 세워 상대팀을 공략하면서 강렬한 시청각적 자극을 통해 공격본능을 해소할 수 있고, 새로운 캐릭터가 끊임없이 늘어나면서 보상체계를 자극하는 등 기존의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롤플레잉게임, 슈팅게임의 재미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적할 게임이 없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 속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다른 캐릭터를 압도하는 것에서 성취욕과 승부욕을 느끼고, 현실세계의 불만이나 자신에 대한 한계를 대리 만족하는 효과가 있어 중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기가 높은 만큼 게임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곽은주 광양중 생활지도부장은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학교에 늦게 나오거나 나오기 싫어하고, 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자다가 게임을 하기 위해 도망가는 학생들도 나온다"며 "롤을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다 싸움이 붙는 일도 생긴다. 팀을 이뤄 대적하는 게임이다 보니 같은 편의 실수로 패배하면 욕설과 비방이 오가는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 중 욕설을 하다 신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음란성이 심한 표현이 아니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장은 "부모, 교사들이 할 일을 끝낸 뒤 게임 시간을 주고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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