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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신선썰4.txt모바일에서 작성

신선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18 00:41:40
조회 12824 추천 27 댓글 74



신림동 신선..

앞에서 말했듯이 그들도 사회적 동물이자, 하나의 인격체이며, 외로움도 탈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불꽃튀는 사랑을 할 열정이나 마음이 남아있진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건 우리네 인간들에 대한 무지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다 타고 난 장작의 마지막처럼 뭉근한 따뜻함은 더 깊고 소중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풀어내는 이야기는 내가 2차과목 스터디를 참여했을 때 직접 본 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거창한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네들이 평소 듣고 보던 그런 소소한것을 내가 보고 들은 관점에서 적어보고싶었기에,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펜을 들었다. 아니, 사실 폰으로 쓰는중이지만 펜이라고 해두자.

나는 2013년도 초에 2차시험과목을 준비하고있었다. 주관식 문제인데다 답을 논리적으로 서술해내야하기 때문에 나혼자의 시점으로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 같이 편파적이고 중심이 없는 사람에게 2차과목을 홀로 공부하는 것은 나도 신선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일 수 가 있었기에 스터디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신림동에서는 2차과목에대한 스터디가 활성화가 되어있고 스터디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은 흔하게 찾아 볼 수 있었기에 그룹스터디에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식의 스터디는 어떤 걸까라는 호기심과 약간의 긴장, 거기에 기대까지 곁들여져 살짝 들뜬 모습이었던 것 같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나 할까?
내가 들어간 스터디는 다들 나이대가 좀 있는 분들이었는데 모두 괜찮아보이는 분들이었다. 그들과 나이차이가 좀 나는 나를 격의 없이 반겨주었고, 이따금씩은 농담도 섞어주며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스터디의 구성인원은 나를포함 5명이었는데, 남자분이3명, 여자가 나포함 2명 이렇게 구성이 되었다. 나 말고 다른 여자 분도 나랑은 나이차가 꽤나 나는분이셔서 내가 초반에 많이 어려워 했는데 그 분은 나를 동생처럼 대해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그 스터디에 녹아들 수 있었다.

거기 계신 분들은 다들 공부가 어느 정도는 일정 궤도에 오르신 분들이었고 실력들이 나보다는 굉장히 좋은 분들이라 나는 거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된 적이 많았다. 그 분들을 따라가려고 당시에 나도 나름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에서 뭔가를 아주 열심히 했던, 몇 안 되는 기억이다.

그렇게 그들 틈바구니에서 섞여가며 공부를 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친밀도도 조금씩 높아지고 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그런 시간들 역시 자연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나의 이야기도 그 사람들에게 해주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나의 시야가 넓어질때 쯤 나는 그 그룹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걸 눈치챘다.

터키 속담에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 내가 어린시절 이 속담이 맞는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 나오는 기침을 매번 참아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켁켁거리는걸 끅끅거리며 참고있으니 엄마가 미친년이 다 되었네라고 하실 때까지 그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 이후로 그냥 어린 마음에 나는 저 격언을 매우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저 표현을 우리 스터디 이야기에서 써먹을 수 있게되어 영광스럽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 스터디에는 여자가 두명뿐이었다. 여러 분들이 궁금해하는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저 다른 여자분인걸 나는 알기에 그 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그 언니는 그 때 당시에 나이가 30대 중반 쯤 되는 분이셨는데, 나이에 비해 동안인데다 꽤나 미인형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나와 둘이 있을때면 웃으면서
"언니가 젊었을 적엔 남자 좀 울리고 다녔었지 호호"
라며 농담을 하곤 했는데 아마도 진짜였을 것이다.
말투도 다정다감한 면이 있고, 하고 다니는 모습도 여타 고시생과는 좀 다르게? 옷도 예쁘게 입고 잘 꾸밀 줄 아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예전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 언니를 좋아하는 남자가 바로 그 당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스터디를 같이 하는 남자3명 중 한 분이 그 언니를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처음부터 나는 알아채진 못했는데 그 남자분이 무척이나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셨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나서야 그 미묘한 흐름을 알 수 있었고, 처음 내가 그 사실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다른 스터디원들은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내가 늦게 알아챈 건 내가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스터디에 늦게 합류하였기 때문이다.
음..그렇게 믿고 싶다. 여러분은 그렇게 믿으시면 된다.

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런 한 사람의 애정전선을 알게 되자 그 오빠(라고 부르긴했지만 나이가 많으셨다.40대초반이셨는데 마땅한 호칭이 없어 오빠라고 불렀다.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면 그 뒷감당은 여러분 몫이 되었을테니까)의 작은 행동들도 뭔가 큰 의미가 있어보이고, 그 언니 앞에서 뭔가 긴장한듯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 언니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이었다. 언니를 바라보는 눈에는 한 없는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고, 마치 양봉하는 분들마냥 꿀단지를 눈으로 흘리고 계셨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이를 먹어도 사랑은 숨길 수가 없구나. 대단한 격언이야..

그렇게 시간도 봄볕을 받으려 따스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오빠가 나에게 조용히 물어볼 것이 있다며 나를 불러내었다. 당연하게도 그 언니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를 물어보셨는데 언니의 생일이 머지않았기 때문이었다. 음..사실 난 언니 생일이 가까워졌다는 걸 그때알았다. 스터디 내내 어떤 문제에도 자신감 있게 해법을 내놓고 스터디원들의 답안지도 같이 봐주며 많은 조언을 해주던 분이 여자 선물을 나에게 묻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 별처럼 많은 문제를 풀었어도, 사람마음 한켠을 알기는 어려운 것이었던지 그렇게 나에게 조언을 구하셨다.
선물이라.....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라고 농담하기엔 사뭇 진지한 표정이셨기에 나도 같이 고민을 하다 \'머플러\'라고 말해드렸다. 언니가 평소에 머플러를 뭘 살까 나에게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큰 부담도 적고 언니가 얼마전에 언급했던 것이라 그것이 좋을거 같다고 말해드렸더니, 성탄절 앞둔 어린이처럼 기뻐하며 고맙다고 하시곤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뜨셨다.

그렇게 스터디원언니의 생일이 지나갔다. 나는 괜히 초조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혹시 선물도 못준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 언니 앞에만 서면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위태하고, 뺑덕어미 만난 심봉사처럼 맥을 못추던 분이라 그랬다. 나이를 얼마를 먹어도 사랑하는 사람앞에선 언제나 처음처럼 어려운 법...

보름이 지났던가. 나의 그런 사소한 걱정도 잊혀져갈 그 무렵. 언니가 그 날 머플러를 매고 왔다. 무척예쁘다고 내가 말했더니 매우 좋아하시길래 산거냐고 묻자 언니는"아니 선물받았어"라며 미소지었다. 누가 줬느냐고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 오빠가 기쁨을 참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속일 수 없다.

나나 스터디원들이나 2차 시험 준비에 점점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시험이 가까워져 갈수록 해야할 것들이 많았고 답안 작성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장씩 a4용지를 써내려가곤 했다. 그 때 즈음에 두사람의 관계는 우리가 바빠져갈수록 더 가까워져갔는데, 아마도 시험에 대한 압박이 두사람의 마음을 더 가까이만드는것 같았다. 우리네 사랑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사랑역시 어려운 시기에 더 아름답게 꽃피우고 있었다.

  사실 그 때까지만해도 난, 나이든 사람들의 사랑은 풋풋한 느낌이 없을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며 그건 나만의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두사람의 마음은 비 내린 후의 가을구름처럼 잔잔하고, 이른아침의 새소리 처럼 고아했다. 사랑을 시작하는 나이에는 많고 적음이 없다는 걸 두 사람이 말해주는 듯 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곤했다.

그 이후로도 그 두 분, 오빠나 언니는 나한테 가끔 연애에 대해 묻곤했는데, 사실 내가 조언해줄만한 건 딱히 없었다. 내가 연애경험이 많은것도 아니고, 사람마음을 꿰뚫어볼 만큼 통찰력이 좋은것도 아니기에 난 그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만 한 적이 많다. 사소한 오해로 다툼이 있을때엔 내가 서로에게 사정을 전해 두 사람의 오해를 푼적만 몇 번 있는게 다였다.
두 사람의 연애는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게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이 되어갔다. 시험 날, 그 이후까지도..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그 해에 수험생활을 관두었다. 변명할만한건 없다. 단지 내 능력이 부족했기에 시험에 붙지 못했고, 그 결과를 비교적 일찍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난 그렇게 그만두었다.

물론 시험을 그만둔 것일뿐, 두 사람과의 관계까지 관둔 것은 아니다. 두 분의 시험결과나 자세한 신상은 밝힐 수 없지만, 작년에 두 사람은결혼을 하여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살고있다. 결혼식날 나보고 부케를 받으라고 하던 걸 간신히 거절했다. 부케 받을 나이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 오빠는 사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신선\'이었다. 오랜 수험생활에 지치고 힘이들어 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었을 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스터디를 추진 한것이라고 했다. 나이만큼이나 긴 수험생활을 청산하고 싶은 마지막 발로였고, 그 곳에서 인연도 만났으니 어찌보면 성공한 셈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이 이야기를 좀 더 드라마적 요소로 양념을 쳐서(이를테면 같은 스터디원의 삼각관계같은) 더 흥미롭게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있던게 사실이지만, 여러분들에게 그런 기만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네가 살면서 겪는 일과 다르지 않기에 내 시선으로 온전히 담아보고 싶었고 그거면 충분하기 때문에.

신림동 신선..
이 말은 내가 수험생활 때 모 강사한테서 들은 명칭을 따온것이다. 오랜시간 수험생활을 한 장수생을 \'신선\'이라고 부르는게 생경하면서도 뭔가 친근하여 나도 그렇게 사용하곤 한다. 나는 비록 \'신선\'이 되진 않았지만 그들을 곁에서 보고 경험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쓴다.

또한 그들이 가지는 애환은 우리들도 가지거나 가졌던 근심 걱정들이고,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보고 싶었다.

프랑스 소설가 생떽쥐베리의 유명한소설 \'어린왕자\'에는 이런구절이 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아야만 비로소 보이지."
그들을 처음봤을적엔 나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오래공부만한 그들에대한 나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었던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마음으로 보게되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한건 그들이 남겨둔 따스함이었다. 열정도, 희망도, 나아갈 동력도 없어 보였던 그들이 아직도 가지고 있던 건 주변에 대한 따스함. 그것이었기에 난 마음으로 본 그들을 이렇게 글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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