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샤는 물의 전당의 지하에 세워진 제단 위에 올라서서 아렌에게 말했다.

“당신은 과거로 돌아가서, 제가 신녀로 발탁될 수 없게 해주세요. 여의치 않다면 죽여서라도.”

아렌은 그녀가 무슨 이야지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샤샤가 한 번 더 설명하자 그제야 이해했지만, 그때는 전보다 표정이 더 이상했다.

“……꼭 그래야만 하는겁니까?”

“시간이 많지 않으니 우선 이 위로 올라오세요. 설명은 그 다음에.”

아렌은 제단 위, 샤샤가 가리키는 자리에 가서 섰다. 샤샤가 수인을 맺자 제단에서 빛이 올라와 아렌을 감쌌다.
그런 아렌을 보며 샤샤가 말했다.

“엘의 여인이 타락한다면, 엘의 여인이 지켜낸 엘로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아래에서 그들을 보던 청이 대답했다.

“멸망 하겠죠…….”

“맞아요. 멸망해요. 곧장은 아니라도 얼마 못가서. 그런데 지금 이미 엘의 여인이 타락한 상태예요.”

아렌과 청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샤샤를 보았다.

“엘의 여인은 제 안에 있어요. 제가 신녀가 되어 엘을 돌보던 때에 유난히 하멜이 빠르게 발전하고 많은 마족들이 노린 이유도 그거예요. 그때도…….”

샤샤는 눈물을 닦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다 제 탓이예요. 하멜에 글리터들이 쳐들어와서 하멜을 붕괴시키고, 하멜의 엘과 저를 타락시켰어요.”

아렌도 청도 어안이 벙벙해 그녀가 하는 듣고만 있었다. 샤샤는 청이 서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신녀로 발탁되는 것을 위해 도와준 사람들은 로드로스공과 아발란쉬 님, 그리고 헬퍼트 경이예요. 그들이 저를 신녀로 뽑지 못하게 회유해 주세요. 어떻게 해서든…….”

그 즈음, 아렌의 주변을 감싸던 빛이 강해졌다. 아렌의 시야는 온통 빛으로 뒤덮였고, 외부에서의 소리도 점점 작아져 갔다.
--
시공의 틈새에서 부유하며 과거로 떠내려가던 아렌은 문득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 몸이 지독한 고통에 휩싸였고, 자신을 실어보내던 기운도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인지한 아렌은 불길한 생각을 뇌리에서 떨쳐내지 못했다.
아렌은 그 모든것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었다.
“아아아악!”
--
큰 충격과 함께, 그는 한 나뭇가지에 걸렸다. 바닥까지 수십 미터는 됨직했다. 그는 나무를 내려와 기대에 않았다.
문득 그의 시야를 가리는 붉은 액체가 있었다. 피였다. 그 피를 닦아내려고 손을 들어올린 그는 경악했다.

“……이건 내 손이 아냐……!”

그는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명왕최고다이스키
.FClassG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