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글 얘기 나와서 문득.

닥터후 해설 셔틀 나왔습니다

사흘만에 들어와서 갤복습하다 보니

let\'s kill hitler 제목이 이해 안 된다는 글도 은근히 꾸준글이 되어가는 듯

아무래도 영드갤이 SF팬덤은 아니라 아는 분이 잘 없는 것 같아서 글을 쎄워봅니다

나도 하드한 SF팬은 아니지만, 이 제목의 유래는 SF팬에겐 낯선 것이 아니야

횽들은 백억 로또에 당첨된다면 뭘 할 거야?

라고 물었을 때 가장 진부한 대답이 뭘까?

아마도, 전액 기부, 사회 환원 같은 거겠지?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니니까, 말 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에 그냥 팍팍 선심 쓰는 거지

하지만 너도 나도 저렇게 대답하다보니까 \'로또 당첨되면 난 전액 기부함\'이란 대답 자체가 진부한 농담이 돼버렸지

시간 여행이 가능해서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뭘 할 거야?

시간 여행에도 위의 로또와 같은 의미로 진부한 농담이 돼버린 문구가 있어

그게 바로 \'히틀러를 죽인다\'야

히틀러는 지구상에 도래한 악마의 대명사니까, 가장 흔하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사회 기부\'와 동급의 선심은 히틀러를 죽이는 거지

그러니까 모팻이 저 제목을 택한 건 쌩뚱맞게 갑자기 히틀러가 등장하는 게 아니라

오랜 SF 클리셰를 인용해서 농담을 던진 거라고 할 수 있지

타임머신을 보자마자 \'그럼 히틀러를 죽이자\'고 하는 건, SF 세계에선 일종의 진부한 농담이거든

뭔지 좀 감이 오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히틀러의 존재가 시간 여행에 대한 반증이라는 주장도 있어

만일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 가능했다면 너도 나도 히틀러를 죽이러 갔을 거라는 거지

(말했잖아, 히틀러를 죽이자는 건 시간 여행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진부한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엔 아직 히틀러가 존재하잖아?

고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증거라는 거

물론 거기에 대한 그럴듯한 대답도 존재해

-시간 여행이 가능해서 과거의 사건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역사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게 그거야

예를 들어, 누군가 과거로 가서 히틀러를 죽이면

어디선가 \'프란츠\'란 사람이 또다른 나찌를 창당해서 유태인을 학살하는 거지

다시 누군가 과거로 가서 \'프란츠\'를 죽이면 \'파스벤더\'가 같은 일을 저지르는 거야

결국 사소한 디테일은 계속 변화하지만 \'나찌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역사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해석이지

얘기가 딴 데로 튀었네

아무튼 결론은 히틀러를 죽인다는 건 SF의 닳아빠진 업계 농담이라는 거야

모팻은 그걸 끌고 와서 모팻 버전의 농담을 만든 거고

당장 생각 나는 거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화판의 끝내주는 나레이션을 맡은 스티븐 프라이옹 알지?

그 분이 쓰신 \'역사를 만들다\'란 SF소설의 내용은 무려 히틀러를 죽이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거야

혹은, 댄 번이라는 가수의 노래 중에 \'god said no\'란 노래가 있는데, 

\'날 과거로 보내주면 히틀러를 잡아서 총살하겠다고 했지만 신께선 안된다고 하셨다\'는 게 2절 가사임 

(1절에선 커트 코베인 만나게 해달라고 함->but god said no)

혹은, 아이티 크라우드의 귀염둥이 로이역의 크리스 오다우드 알지?

그가 장래희망은 타임로드가 되는 거라며 닥터후 드립을 시전하신 \'시간 여행에 관한 FAQ\'란 SF영화가 있어

그 영화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가 자기가 미래에서 왔고, 과거사에 개입하는 시간 여행자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자 

SF광팬인 크리스는 그런 농담 지겹다는 표정으로 대답함 \'히틀러 죽이고 그러겠네요\' ㅋㅋㅋㅋ

다,다 아는 얘기니? 흥, 잘 났어 정말

몰랐던 횽들에겐 재밌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