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게이가 느끼는 대로 써봄

3개 시즌 9개 에피가 진행되면서 드라마 '셜록'에는 갖가지 범인과 트릭이 등장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틀이 잡혀 있었어.

바로 '마지막에 범인이 등장해 셜록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거야. 

시즌 1 - 캐비, 밀반입 갱단, 모리아티

시즌 2 - 아이린, 프랭클랜드, 모리아티

시즌 3 - 모런, 사진가, 마그누센

이처럼 모든 에피마다 확실한 범인이 등장하고 우리는 셜록이 어떻게 그를 찾는지를 주목하잖아.

그러다보면 우리는 한 가지 암시에 걸리게 돼. 바로 '셜록이 마지막에 내놓는 추리는 결국 정답이다'라는 것.

그럼 이번 유령 신부 에피소드는 어떨까? 셜록 말처럼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모의하여 일으킨 사건일까? 이들이 정말 진범일까?

안타깝게도 그건 알 수 없어. 

리콜레티 사건(유령 신부 사건)은 작중에서 언급되는 백 년 전 사건으로, 자살한 망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이야. 

셜록에선 이렇게만 언급하고 결국 확실한 범인으로 누가 체포되었다고 말하지 않아. 말하자면 미제 사건이야.

이 미제 사건을 셜록은 비약적인 마인드 팰리스 확장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고 범인을 찾기에 이르러. 

그럼 이렇게 묻겠지, '셜록이 단서를 통해 그들을 찾았고, 본인들도 인정했으니 범인 아니냐'고.

여기서 명심할 점은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셜록의 머리 속에서 전개되었다는 거야.

'셜록'이 구성한 빅토리안 시대에서, '셜록'이 구성한 지인들과 함께, 당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때문에 본인이 만족할 답을 내놓을지언정 그게 지금까지 셜록이 보여준 추리들마냥 확정지을 수 없어.

왜냐하면 아무리 명탐정의 추리라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해. 

바꿔 말해 셜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가정하고 추측한 거야.

그럼 리콜레티 사건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하면 

자명한 사실이지만 어떻게 모리아티가 돌아왔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도구라는 거지.

리콜레티 사건은 보면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여자가 다시 돌아왔다고 되어 있어. 마치 모리아티처럼.

셜록은 분명 모리아티가 죽은 것을 직접 봤어. 그런데 그 사자가 온천지에 방송까지 때리면서 살아있다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어? 

그런데 마침 그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예전에 일어났다는 걸 떠올려. 

그 후 본인의 천재적인 능력과 약빨을 통해 낫닝겐스러울만큼 마인드 팰리스를 전개해 사건을 재구성하지.

리콜레티 사건을 매개로 '어떻게 했느냐?'를 살펴보려고.

이번 편을 잘 보면 (다른 게이들이 벌써 집어낸 거지만) 셜록이 진작부터 모리아티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추리하고 있다는 떡밥들이 던져져 있어.

리콜레티의 시체를 앞에 두고 she 대신 he라고 중얼거린다든지, 유스터스를 찌른 단도에 'Miss me?' 라고 쓰인 쪽지가 뜬금 걸려 있거나

제일 압권인 건 마인드 팰리스에 난입한 모리아티가 도발하듯 머리에 총구멍을 또 내서 직접 보여주는 장면.

이건 모두 셜록이 모리아티의 부활에 얼마나 압박을 느끼는지를 표현해. 

유령 신부 자체가 가지는 존재감이 쩔어서 자칫 '리콜레티 사건'과 '모리아티'를 별개로 놓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유령 신부 사건은 레드 헤링에 가까워. 사실 이번 스페셜의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는 '모리아티'가 옳아.

애초 목적이 지금까지와 달리 정확한 범인 쫓기가 아니니니까, 추리가 아주 명쾌할 필요도 없고 

모든 조각이 아귀 맞춰 다시 한 덩어리로 조화롭게 조립되지 않아도 된다고 봐.

이제 셜록은 리콜레티 사건을 통해 미루어 본 '모리아티를 돌아오게 한 자(들)'을 찾으러 갈테니까.

긴 글 주저리 미안해

그냥 주변에서 '셜록 이번 에피에선 별로 똘똘하지도 않고 트릭이 참신하지도 않네'란 말을 들어서 막 풀어봄.

근데 트릭 같은 경우에는 100년 전에 찾아낸 열악한 정보들과 아직도 마차가 굴러가는 시대란 감안하면 추리가 좀 뻔해도 될 것 같다 ㅎ 

오히려 엄청 견고하면 그건 그것대로 웃길 듯 ㅋㅋ같은 동네 리퍼스트리트에선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데ㅋㅋ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