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의 miss me 엔딩 이후로 (생존여부를 떠나) 모리아티의 마지막 문제가 무엇일지 상당히 궁금했음.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문제가 \'무엇\'이냐보다는 \'모리아티\'가 무슨 문제를 설치해놨을지가 궁금했지.

그래서 유령신부에서 모리아티가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어도 별로 개의치 않았음. 모리아티가 살아있느냐 죽었느냐는 관심사가 아니었으니까. 그 마지막 문제가 모리아티의 것이기만 하면 됐음. 그렇게 시즌4가 시작되고 에피1과 에피2 말미까지도 이 문제의 주인공은 모리아티일 것 같았음. 그런데...

유로스가 갑툭튀함. 사실 셜록의 숨겨진 형제자매가 있을 것이라는 대강의 떡밥이나 레드비어드로 대표되는 셜록의 과거에 대한 떡밥이 여기저기 뿌려져있긴 해서 갑툭튀라 말하긴 뭐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문제의 자리를 유로스가 차지해버렸다는 점에선 나에겐 갑툭튀였음.

내가 유로스의 등장을 갑툭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함. 유로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산발적으로 힌트가 흩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등장의 여지는 다분했으나 403의 에피소드에 걸맞는 존재인 것 같진 않다는 것.

이 \'마지막 문제\'는 오롯이 모리아티의 것이어야했음. 적어도 출제자는 모리아티였어야지. 화면에 등장해 miss me를 외치는 모리아티 장면 이후 바로 헬기에서 내리는 모리아티 장면을 연결시켜 마치 모리아티가 현재로 살아돌아온 것처럼 연출한 것을 보면 모팻도 모리아티로 장난질을 쳐야 드라마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 5 years ago를 한참 있다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말야.

그런데 마이크로프트와 모리아티의 만남이 과거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문제의 출제자가 결국 유로스가 되어버림. 시즌3, 유령신부를 거치며 쌓아온 모리아티가 조성한 긴장감은 그냥 유로스를 딱히 큰 보상도 없이 서포트해준 장치로 전락해버린거지. 그래서 난 여기서 멘붕이 옴.

단 5분의 만남뿐이었다는 설정은 모리아티와 유로스의 극에 달한 지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까놓고 말하면 그동안 투척한 떡밥을 너무 무책임하게 회수하려는 시도에 불과함. 모리아티가 단 5분의 대화로 저렇게 정성스레 유로스를 돕는다는 설정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면 적어도 유로스라는 캐릭터라도 매력적이어야했는데, 이 캐릭터는 딱 55분간 매력적이었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순간부터 캐릭터의 매력이 급감함. 마땅한 이유 없이 범죄를 일으키던 사이코패스적 요소가 다분하던 모리아티에 비해 유로스는 자신이 말하는 것과 다르게 질투라는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캐릭터로 느껴졌음. 악당이 감정이란 동기를 갖는 순간 참 매력이 없어지더라. 다크나이트 라이즈 후반부에 눈물흘리는 베인을 보며 혀를 찼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 생각에 유로스는 끝까지 또라이여야만 했음.

사실 이 감정이란 것은 셜록 시즌3부터 메인 테마로 자리잡기 시작했지. 시즌3는 점차 good one이 되어가는 셜록의 이야기라면 시즌4가 그것의 방점을 찍으려는 시도였고, 그게 유로스와 얽히고 만거지. 403은 유로스가 작정하고 윤리의 문제를 건드리며 엄청나게 셜록의 감정을 동요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였고, 고난을 해결한 셜록은 마침내 인간이 됐음. 난 이것에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런데 대체 왜 유로스마저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결말을 뽑아냈을까? 난 이게 도저히 이해가 안감. 셜록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이 드라마가 총체적으로 보여주려했던 주제라서 대충 이해하겠는데, 유로스는 왜? 셜록이 유로스에게서 고기능 소시오패스였던 자신의 옛모습을 보기라도 한 건가? 뭐 그렇다면 셜록이 유로스를 \'이해\'했다고 생각해야겠지.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이해과정은 고작 마지막 10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였고, 결국 요상한 결말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말았다고 생각함.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내가 시즌4에서 아쉬운 점은 크게
1. 마지막 문제의 주인공이 모리아티가 아닌 점
2. 유로스의 후반부 급격한 캐릭터 변화
이 두가지임. 그 밖에도 메리 왓슨을 너무 도구적으로 치워버리려고 했다는 거나 에피1.2.3이 따로국밥처럼 느껴진다는 점도 있긴 한데 공감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어서 별로 문제 삼고 싶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