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는 뻔뻔하게도 자신의 연쇄살해 행각을

지인들 다 모인 자리에서 고백하고는

약물을 써서 그 기억을 지워버리는 인물이다.

그럼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벌인걸까.

그저 누구한테라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서?

그럼 그냥 아무 만만한 환자 링거통 바꿔쳐서 실컷 고백한 다음

기억 지워버리면 되는건데 왜 하필 지인들을 총출동시켰던건지?

내 생각에 이 놈의 의도는

스미스의 자백을 듣고도 그의 지인들이

스미스의 정체에 대해 입을 다물게 함으로써

그들을 자신의 연쇄살인을 묵인한 공모자들로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당연히 기억이 지워진 그들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그건 스미스가 알 바 아님. 중요한 건 입맛에 맞는 결과니까.)

사람이란게 참 간사해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거대한 비밀이나 죄업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근데 그 무게를 다른 사람과 나눠서 지는 순간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어지거든. 왜? 나 혼자 한 게 아니니까.

심지어 그 사람이 가까운 지인일수록 용기는 배가되지.

그러니 스미스는 안그래도 입이 간지러웠던 참에

누군가에게 진실을 털어놓음으로써 1차로 상쾌해지고,

자신의 가장 친한 지인들을 자기 연쇄살인의 공모자로 만든다는 흥분감에 2차로 기분이 째지고,

실제로 기억을 지워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을 멋지게 기만했다는 사실에 3차로 희열을 느끼는거임.

고백하기 전에 스미스가 지인들에게 말했던

'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있어요.' 란 얘기는

'니들은 나랑 친하니까, 특별히 니들한테는 완전 쩌는 내 연쇄살인에 동료로 낄 자격을 줄게ㅋ (단, 명예회원으로ㅋ)' 란 뜻임...

이거 다시 생각해 보니 완전 소름 끼치는 새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