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리어티는 왜 그렇게 셜록에게 집착했으며, 알쏭달쏭한 행동을 한 걸까
모리어티의 범죄 동기는 단순해. 인생이 심심해서!
그러니 그나마 흥미로운 사람들의 악의를 이용해 그들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인형극의 조종사로 군림하며 이리저리 춤추게 하는 것을 즐겨.
그렇게 만들어진 완전범죄는 모리어티에게 예술의 결과물이며 스스로에게 장인정신까지 느껴.
하지만 아무리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들 그걸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얼마나 허무하겠어?
그러니 셜록에게 그렇게나 집착하는거야. 셜록은 그의 퍼즐을 '우아해.' '환상적이야.' 라고 표현하는, 그의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지.
그리고 이런 경탄은 상호적이라 모리어티 또한 탐정으로서의 셜록에게 강렬하게 매혹돼.
(게이인 척 숨어들어 셜록에게 명함을 건네는 모리어티. 하지만 그게 정말 셜록을 시험하기 위한 단순한 게임에 불과했을까?)
그들은 사적으로 아무런 접점이 없음에도 같은 차원에 서서 서로의 본질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이 빌어먹을 천사의 편이라 자기가 만든 작품들을 신나게 깨부수고 다니는 건 뼈아픈 일이야.
모리어티는 자신이 이룬 예술의 가치를 누구보다 이해하면서도, 향유하기보다 부수는것을 택하는 셜록에게 격렬한 애증을 느껴.
언제든 셜록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살려둔 채 괴롭히기만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야. 서로가 서로의 가진 것을 부숴야만 하는 입장은 변함없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셜록의 Big Fan이고 셜록은 그를 알아주는 소중한 관객이니까. 결국 위대한 게임에 이르러 모습을 드러낸 그는 셜록에게 경고하지:
-오 셜록, 내 연극 좋아해줘서 얼마나 기쁜 지 몰라 :)
-하지만 보기만 하고 난입하지는 마.
-또 내 공연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다녔다간 그땐 정말로 네 심장을 불태워버릴 줄 알아.
2. 모리어티는 왜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을까
203에서 모리어티가 그렇게 앗쌀하게 자살했던 건 셜록에 대한 그의 애증어린 심경을 반영해.
자신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셜록이 자꾸 자신을 방해함으로써 모리어티 자신의 신변까지 위협하게 되자
모리어티는 이번에야말로 셜록을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워. 그냥은 재미없으니 가장 무력하고 수치스러운 형태로.
모리어티는 말썽꾸러기 관객인 셜록이 더는 자신의 연극을 망치지 못하도록 객석 의자에 꽁꽁 묶인 채 죽길 바랬어.
똑똑한 관객을 잃는 것은 아쉽지만, 연극을 계속하는 것은 모리어티의 인생 그 자체나 마찬가지거든.
그는 다시 끔찍하게 지루한 인생으로 돌아가겠지만, 어쨌든 객석에 남은 셜록의 시체를 제 인생 최고의 트로피인양 애지중지하며 그럭저럭 스스로를 위로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모리어티는 이번 퍼즐을 어느 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지. 어마어마한 자원을 동원하여 영국의 4대 보안시설을 털고, 온갖 동화적 메타포로 아름답게 치장하며, 특별했던 셜록에게 마지막으로 헌정할 예술작품으로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지만 바츠 옥상에서 모리어티는 셜록의 눈동자로부터 천사 따위가 아닌 셜록의 본질을 들여다봤어.
모리어티에게 천사들이란, 윤리와 도덕,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다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윤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시끄럽게 푸드덕대는 지루하고 멍청한 놈들이지.
하지만 셜록은 범죄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고 다니지만, 결코 윤리적 틀에 얽매여 있지 않아. 그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윤리와 도덕을 어기고 심지어 악마조차 자처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 모리어티는 셜록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모리어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멸시키리란 걸 알았어. 바츠 옥상에서 셜록에게 붙잡힌 시점에서부터 이미 자신은 졌으며, 이번에야말로 셜록이 모리어티가 다신 연극의 막을 올리지 못하도록 무대를 아예 산산조각낼 거라는 걸 알았지.
그리고 그 연극이야말로 모리어티의 인생 그 자체이기에, 모리어티는 패배를 인정한 순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어.
-오, 셜록. 내가 졌다. 넌 진짜 쩌는 놈이야. 네가 내 관객이라 좋았어.
-전별 선물로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퍼즐을 놓고 갈게.
-이따 보자, 지옥에서.
그는 그 자신의 죽음을 통해 셜록이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미궁게임을 완성한다. 그는 셜록에게 졌지만, 셜록도 자신에게 질 예정이니 무승부라는 결과도 썩 나쁘지 않다.
게다가 이번 연극은 처음부터 셜록을 위해 특별히 공들여 준비했으니, 어쩌면 혼자 살아남아 지루한 평작이나 수두룩하게 남기는 것보다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목숨까지 갈아넣은 단 하나의 위대한 유작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그의 소중한 관객까지 그를 따라 지옥까지 쫓아올 예정이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결말인가.
그래서 모리어티는 행복하게 죽는다. 천재 예술가들이 종종 그러는 것처럼 권총으로 스스로를 쏴서, 자신의 죽음이 반 고흐나 피카소의 아내 자클린이 한 것처럼 멋지게 보이길 바라며.
3. 그럼 셜록은 왜 그런 비틀린 정의감을 갖게 된 걸까
모리어티가 셜록의 눈에서 봤듯, 셜록이 그토록 극단적이고도 왜곡된 정의감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유러스와 관련된 과거 때문이야. 셜록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스스로 죽을 수도, 스스로 살인자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 셜록은 303에서 존과 메리의 인생을 위협하는 마그누센을 죽임으로서 그걸 증명했어.
그건 빅터를 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격렬한 후회와 자기학대적 감정이지.
셜록이 끊임없이 '복잡한' 퍼즐에 집착하고, 스스로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건:
무의식 아래 봉인되어 있는 셜록 자신의 자아가 계속해서 과거의 환영인 유러스에게 자신의 지적 능력을 증명하길 열망하면서
'이거 봐, 난 이제 충분히 똑똑한데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이번엔 맞출 수 있으니까 한번만 더 내게 기회를 줘. 내가 그 애를 구할 수 있게 해줘!'라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유러스가 이미 셜록에게 '물에 빠져 죽은 레드비어드'란 말로 사망선고를 내렸음에도 이 일이 반복되는 것은, 여전히 셜록이 레드비어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셜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303에서 마그누센의 죽음을 목격하며 마이크로프트는 그런 셜록의 부서진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유러스를 은폐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온전히 보호해왔다 생각했던 셜록이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 상태였음을 깨닫게 되지.
유러스를 가두고 부모님에게 거짓말하는 등 마이크로프트는 그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희생하는 죄의식을 무릅썼지만, 그는 결국 셜록을 보호하는데 실패했어.
그래서 추방으로부터 돌아온 셜록을 뒤로 하고 마이크로프트는 존에게 셜록을 부탁하지.
셜록이 자신의 내재된 죄책감에 억눌려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비틀린 정의감으로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키지 않도록 옆에서 보호하고 제어해 달라고.
자신의 방식으로는 역부족이었으며, 오직 빅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존 왓슨만이 셜록의 무의식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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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이번 레포트는 너무 힘들었다.... 읽어준 게이 있다면 수고했어.
후 모교수님한테 에이쁠 받고싶따. 마음에 안드는 레포트 낸 학생은 잡아서 껍질을 벗긴단 소문을 들었는데 무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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