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3대 닥터가 여자, 그리고 그 동행자가 인도계와 흑인, 작가와 작곡가에도 비백인의 비중이 놓아지면서 유독 뜨고 있는 말이 뭐냐 
PC후 그리고 페미후이다. 영드갤 등을 비롯한 온갖 군데의 한국 후비안들이 PC후 페미후를 욕하며 영국드라마갤러리가 아닌 PC혐오갤러리를 만들어놓고 있다. 그럼 여기서(평소에 그렇게 관리 안하던 블로그를 오랜만에 하게 만든) 문제제기 4개


1. PC를 다루면 안되는건가?
여러 후비안(앞으로 후비안이라 하면 한국의 후비안을 가리키는 거다)들은 닥터후가 SF드라마의 기능만 하고, 즉 재미있기만 하고 PC를 널리 퍼뜨리는 역할은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니까 재미에만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보다 틀릴 수는 없다. 닥터후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층까지 전 연령의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에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닥터후 아주 초창기처럼 인종차별이나 성 고정관념을 심으면 되겠는가. 물론 내가 올닥을 거의 보지 않아 올닥을 논할 위치가 아닌 것과, 올닥에서도 여성 컴패니언이 큰 역할을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나는 올닥 시즌1을 보았을 때 바바라와 수잔이 뭔가 괴물이나 악당이나 그런 걸 보고 소리지르며 꺄아아아악!!! 닥터!!!!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을 보고 얻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실제로 수잔 배우인 캐롤 앤 포드는 자신의 배역이 마음에 안 들어서 중도하차한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2대 닥터의 첫 에피소드에서 달렉에게 납치된 컴패니언 폴리는 또 어떤가. 2005년에 최초의 흑인 컴패니언인 미키 스미스를 소개시켜 비백인들에게도 닥터후에 출연해 중요한 역으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은 것은 긍정적인 시도였다(물론 이걸 PC랑 연결시키면 욕을 먹기도 하겠지만).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현실인데 이것을 반영하는 것은 모두가 보는 드라마로서의 닥터후의 당연한 역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물론 드라마의 기본 역할은 재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닥터후가 인종차별 성차별 교육물이 되고 재미가 심각하게 없어지면 내가 제일 먼저 비판을 할 거다. 하지만 PC욕을 제일 많이 얻어먹는 시즌10에서도, PC때문에 재미가 희생된 경우는 없었다(이건 이따가 좀 더 말하기로 하자).

그리고 한국에서 유독 예민한 페미니즘 말인데, 한국에서는 페미니즘=남혐하고 여자가 다 해먹어야 되는 주의 라는 공식이 성립이 되는 모양인데, 해외에서까지 이걸 적용하면 안 된다. 그럼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조디 휘태커는 남자들이 싫어서 닥터후를 어떻게 같이 찍겠는가. 조디도 남혐으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해외 페미니즘은 남자=여자의 성평등주의라는 의식이 강하다. 안 그러면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고 욕을 안 먹을 리가 없다. 조디 휘태커가 최초의 여자 닥터가 되면서 한국의 꼴페미들이 닥터후 팬덤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 수가 얼마나 될 거 같은가. 그리고 진짜로 그런 사람들이 오랫동안 닥터후를 볼 것 같은가. (참고로 나는 남자다_


2. 시즌 10은 PC물로 퀄리티를 희생시켰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일단 내가 (애정을 가지고) 시즌 10을 쭈욱 시청한 결과, 처음에는 PC가 사람들이 말한 대로 좀 과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정도 이상으로 부담되게 PC를 추구한 에피소드나 대사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혹시 의견이 있으면 댓글에 써주면 고맙겠다. 빌이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광고하고 다닌다고 하는데, 빌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있어서 굉장히 혼란을 겪고 있는 캐릭터였으며, 닥터와 나돌과 여행하는 것은 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기타 닥터후에 나온 인종차별, 성차별을 저격하는 대사는 역사적, 상황적 맥락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대사였다. 이것을 문제시삼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야 한다. 시즌 10 망한 건 중간의 수도승 3부작 때문인데, 그건 진짜 퀄리티 구리고 노잼이더라. 실제로 그 3부작을 기점으로 이전 에피는 평점도 놓고 시청률도 웬간 있던 걸로 알고 있으며, 시즌 10 피날레와 크리스마스 스페셜도 괜찮았다.


3. 칩널후 제작진은 엄청난 PC부대인가?
여기까지 왔으면 내 의견을 알 것이다. 아니다 이번 작가진에 사상 처음으로 비백인 작가가 등장했는데, 54년 동안 백인 작가만 닥터후를 썼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실력 없는 비백인이나 여성을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썼을까? 직접 닥터후를 본 후에야 우린 그런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닥터후 보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몇 명인데 실력 없는 작가들을 일부러 썼을까? (물론 새 작곡가가 살짝 마음에 안드는거 같기는 하다...예고편에 나온 음악 살짝 별로여서...근데 작곡가는 음악만 쓰고 배치는 다른사람이 하는 건가?) 오히려 이번 캐스팅은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닥터후를 더 풍성하고 좋게 만들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은 것이고,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다. 적어도 예고편을 보면 (인도계 이슬람 영국인을 연기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야즈 칸 역의 맨딥 길이나 흑인 토신 콜의 연기에 아무 문제 없었다. 주인공 4명 모두 지금까지 다른 드라마나 영화로 실력이 증명된 배우들이다.


4. 그래서 뭘 어쩌자고?
PC후 페미후 욕 그만하자고. 안 지겹나고. 지금의 닥터후를 지지하는 게 매너리즘이 아니고 변화를 못 받아들이는 게 매너리즘이다. 우리 모두 10월 7일을 기다리자. 모든 논의는 그 후에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