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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에 이어 영국 드라마 팬층이 한국에서도 두터워지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해외 드라마 갤러리에는 영드 마니아들의 드라마 정보 공유가 한창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해외 유학 또는 어학연수를 통해 영국 드라마를 접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학생들로, 영국 드라마의 매력과 영어 공부의 필요로 인해 꾸준히 영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영드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국 드라마는 BBC의 <닥터 후>와 <스푹스> 시리즈. SF 시리즈 <닥터 후>는 영국인들에게는 고전이 된 드라마로, 1963년 이래 26년 동안 26시즌이 방송됐으며 영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는 대작이다. 타임머신 ‘타디스’로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 닥터의 모험기로, KBS에서도 ‘시즌2’를 지난 1월까지 방영해 인기를 얻었다. 액션으로 가득찬 <스푹스> 시리즈는 비밀스러운 첩보원의 세계 MI5를 그린 드라마로, 빠른 템포와 두뇌 싸움이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국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와 드라마적 완성도로 인해 오래전부터 해외로의 수출이 활발하다. BBC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비즈컴의 김진선 씨는 “영국은 참신한 소재와 높은 제작비 책정으로 웰 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나라로 유명하다”며 “직설적이고 가감없는 묘사로 인해 수출 후 재가공을 거치지만, 영드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한 미국 프로그램들 중에서는 그 원조가 영국인 것이 많다. 미국 NBC의 모큐멘터리(Mocumentaryㆍ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결합) <오피스>는 BBC의 <오피스>를 리메이크 한 것이며, 시청률 수위를 달리는 <아메리칸 아이돌>은 영국의 <팝 아이돌>의 리메이크 판이다. 또한 영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드라마 <축구 선수들의 아내>는 미국 ABC에서 <풋볼 아내들>로 리메이크 중이다.

<축구 선수들의 아내>를 보면 영국 드라마의 거침없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유명한 축구선수와 결혼해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는 얼스 파크 축구선수들의 아내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바람기 가득한 선수들과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아내들. 중상모략과 화려한 패션, 자극적이고 화끈한 사건들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국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테마로 정한 드레스 파티를 열었으며, 가장 ‘핫(hot)’한 남자와 가장 ‘핫’한 아이템을 휘감은 왝스(Wives And Girlfriends 축구선수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들에게 반은 부러움으로, 반은 혀를 차며 열광했다. 영국 드라마 마니아라는 정지현(서강대 영문학 4학년) 씨는 “영국 드라마가 주는 웃음은 대부분이 상황보다 언어를 통한 하이 코미디”라면서 “영국 문화와 영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느낀다”며 영드의 매력을 설명했다.

BBC 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7일부터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모큐멘터리 <토머스가 열어준 세상>을 내보낸다. 타인과의 감정적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6살 아들 카일과 그런 아들을 지켜보며 갈등을 빚는 부부 사이에 골든 리튼리버 ‘토머스’가 들어오면서 생기는 따뜻한 변화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또, 7월 9일부터는 <닥터 후>의 촬영 현장과 분장 모습, 출연진들의 인터뷰 등을 담은 <닥터 후의 비밀>이 팬들을 찾아간다.

이윤경 기자(yoon@heraldm.com)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