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고대 로마 제국 시민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의식주 걱정이 없으니 자연히 몸단장에 열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풍족한 것은 물건만이 아니었다. 계속된 영토 확장으로 복속지역 출신 노예들이 많았다.

로마 시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됐다. 개인의 몸단장도 역시 노예들 몫이었다. 당시 노예의 직종 중 하나가 헤어드레서 노예였다. 이들은 거머리 추출물이나 오줌, 심지어 비둘기 똥으로 반죽한 화장품으로 주인님의 머리를 아름답게 꾸며야 했다. 물론 손으로 그 \'오물\'을 덕지덕지 묻혀가며….

또 좀 고상한 일을 한 노예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휴대전화나 PDA의 역할 쯤 된다. 주인님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기억해뒀다가 사람들이 방문하면 곁에서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노예다.

예를 들면 어떤 손님이 오면 귓속말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저기 걸어오시는 분 직업은 원로원 의원님이시고 모습은 살찐 고양이같이 생기셨는데 오래 전 잃은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맞으시면 될 겁니다."

주인님은 생각하고 기억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으니 로마인들에게 노예란 얼마나 유용한 \'생활의 도구\'였던가.

현대인들에게 서비스란 대가를 지불하고 사야 하는 상품이 됐지만 그렇지 않고 노예를 물건처럼 소유했던 로마 시민들에게 \'몸단장 대신 해주고 기억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그리고 과연 오늘날에는 노예가 없는지 생각해 본다. 돈이 사람을 함부로 부리는 현대에서 노예란 과연 없어진 고대의 역사일 뿐인지. (p.s. 이 이야기는 NPR이 소개한 비키 레온의 책 \'Working IX to V\'이 바탕입니다)

saram [blog.joins.com/aw1415]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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