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CBS의 <케인></H2>
80년대 시리즈 <댈러스>나 <다이너스티>에 등장하는 가족들을 보면 공통된 점이 있었다. 미국서 알아줄만한 부유한 가정에다가, 대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가족 사이의 불화는 물론 이들과 상응한 재산을 가진 라이벌 가문과의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갈등이다.이번 가을 시즌에는 20년이나 지난 이 해묵은 스토리라인에 새로운 재미를 가미한 시리즈 두 편이 소개됐다. ABC TV의 <더티 섹시 머니>와 CBS TV의 <케인>이 바로 그 것. 전자는 뉴욕의 가장 부유한 가문 달링가를 블랙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곁들여 보여주며, 후자는 럼과 사탕수수 비즈니스로 갑부가 된 플로리다주 남부의 쿠바계 미국가족 두퀘가를 범죄와 멜로를 적절히 섞은 드라마로 엮어간다.
<H3>밀입국 고아소년이 갑부가 된 파란만장 스토리</H3>
| 주인공 알렉스 베가 역의 배테랑 배우 지미 스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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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섹시 머니> 보다는 평론가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케인>은 ‘라틴계 대부’를 표방하며, 플로리다주 특유의 이국적인 환경과 남미 이민가정의 문화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9월25일 첫 방송된 이 시리즈는 프리미어 에피소드 시청률 1,11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날 방송된 ABC TV의 <댄싱 위드 더 스타스> (1830만명)나 폭스 TV의 <하우스> (1810만명)에 크게 밑도는 수치지만, CBS가 이 시간대에 이만한 시청률을 올린 경우는 지난 1999년 <저징 에이미>가 마지막이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지미 스미츠는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으로, 이번 시리즈에서 자신의 프로덕션이 <엘 센더로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으면서, 프로듀서 역도 함께 맡고 있다.
어느 시리즈나 대가족 이야기를 하려면 복잡 다난한 역사가 나오는 것처럼 <케인> 역시 과거사가 길다. 주인공 알렉스 베가(지미 스미츠)는 어릴 적 혈혈단신 플로리다로 밀입국 했다. 이런 알렉스를 친자식처럼 거둬준 것은 판초(헥터 엘리존도)와 아말리아(리타 모레노) 두퀘다. 판초 밑에서 우직하게 럼과 사탕수수 비즈니스를 거들어 온 알렉스는 결국 두퀘 집안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아들이자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한다. 판초의 딸 이자벨(파올라 터베이)과 결혼해 3명의 자식을 가진 패밀리맨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이자 패밀리 비즈니스의 CEO였던 판초가 병에 걸리면서, 자신의 뒤를 이어 알렉스를 CEO로 지명하자 가족 사이에 서서히 분열이 생긴다. 판초가 친아들 프랭크 (네스터 카보넬)와 헨리 (에디 마토스)를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 판초가 알렉스를 지명한 이유는, 알렉스가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란 것도 있지만, 그가 자신의 친가족들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거둬준 두퀘 가족을 친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때로는 살인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H3>바람 잘 날 없는 자식들에 원수 가문까지…</H3>
| 마약딜러의 돈을 빌리는 막내아들 헨리(왼쪽), 사뮤엘가의 딸 엘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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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퀘 가문과 오랫동안 앙숙인 사뮤엘가는 백인가족으로, 이민 가정의 성공을 질투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대에는 폭력으로 부딪치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명성 있는 집안이 된 지금은 스파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첩보활동이나 사람을 시켜 서로를 겁주기도 한다. 사뮤엘가의 딸 엘리스 역은 HBO 시리즈 <로마>에서 간교하고 이기적이며 섹시한 아티아 역을 맡았던 폴리 워커가 연기한다.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마치 충실한 병정처럼 움직이는 엘리스는 아버지 판초의 결정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두퀘 집안의 장남 프랭크와 연인 사이로 지내면서, 두퀘 집안의 정보를 캐내는 것은 물론, 프랭크와 알렉스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이 외에도 재정난을 겪는 자신의 나이트 클럽을 살리기 위해 마약딜러의 돈을 빌리는 막내아들 헨리, 알렉스와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아직도 아이처럼 철이 없어 보이는 아내 이자벨, 일류대학 진학을 마다하고 군대에 지원한 알렉스의 큰아들 제이미, 삼촌의 클럽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딸 케이티 등 두퀘가는 바람 잘 날 없다.
<H3>그러나 2가지 아쉬운 점</H3>
| 실력있는 라틴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그들의 개성은 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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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에는 라틴계는 물론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러나 이들 특유의 재능을 잘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대부분의 드라마 시리즈처럼 <케인> 역시 남성 캐릭터를 위주로 진행되지만, HBO의 <오즈>에 출연했던 모레노나 <로마>에 출연했던 워커 같은 연기파 배우들을 뒷전에 앉혀두고 판에 박힌 아내 역이나, 아티아 역에 물을 몇 번이나 타서 희석시킨 듯한 싱거운 악역을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자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또 라틴계 이민 1세와 2세를 함께 다루고 있어 수시로 라틴어 대화가 나와 시청자들을 산만하게 한다. 물론 NBC TV의 <히어로즈>의 인기 캐릭터 히로처럼 재미있는 스토리라인과 코믹한 캐릭터의 매력이 곁들여질 경우에는 자막을 읽는 것이 큰 무리가 되지는 않지만, <케인> 처럼 복잡하고 무거운 스토리라인의 경우에는 가뜩이나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시청자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전개상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는 좋다. 하지만, <케인>은 너무 무겁고 심각하다. 솔직히 <댈러스>나 <다이너스티>, 그리고 ABC의 <더티 섹시 머니> 등의 시리즈가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부유한 집안도 보통 사람들처럼 문제가 많고, 때로는 그들이 무지막지하게 콩가루 집안이라는 것 때문에 깔깔대고 웃으며, 한쪽으로는 위안을 받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케인>의 구조상 코미디로 전환하기는 힘들겠지만, 때때로 코믹한 요소를 삽입하는 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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