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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 보이] 키이라 나이틀리에 대한 애증의 기원 - 닥터 지바고

쿨페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3.13 11:07:07
조회 411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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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의 각본가 앤드류 데이비스가 각색한 BBC판 <닥터 지바고>.

2001년. 두 달간의 여행을 위해 모스크바행 아에로플로트에 올랐을 때 미어지던 가슴을 잊지 못한다. 나는 <닥터 지바고>의 나라로 가고 있었다. 라라의 테마가 흐르는 아름다운 혁명의 나라.(그렇다. 이십대의 나는 상당히 로맨틱한 사회주의자였다. 그런데 잠깐. 로맨틱한 사회주의자라는게 세상에 있던가....)어린 시절 본 <닥터 지바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였고, 나중에 <천녀유혼>의 왕조현에 빠지기 전까지 줄리 크리스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줄리 크리스티가 하얀 눈밭을 바라보던 그 고결하고도 숭고한 이미지. 그 아름다운 ‘눈의 성’ 장면들. 아아. 모스크바에 도착한 나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친구 겐나지 포드보로드니코프를 만나자마자 말했다. “아아. 닥터 지바고 같아.” 그는 대답했다. “그런 형편없는 영화를 좋아할 줄은 몰랐군.”

<H3>나의...나의 <닥터 지바고>를!</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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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지바고>.
참고로, 겐나지가 가장 좋아한 한국영화는 <은행나무 침대>였고, 나는 “니가 그런 형편없는 영화를 보고 울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비난한 바 있다. 뭐, 문화의 차이는 극복하기가 그토록이나 힘들다. 하지만 둘 다 동의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오마 샤리프의 캐스팅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린이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었기로서니 이집트인의 얼굴에 회떡칠을 쳐바른다고 백러시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견할만한 캐스팅이라면 <핫 칙>에서 힐튼 자매의 도플갱어를 연기한 웨이먼즈 형제 정도나 될까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2년. TV를 틀자 BBC에서 갓 제작한 미니시리즈 <닥터 지바고>가 나오고 있었다. 도무지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건 거의 신성 모독이었다. 물론, 앤드류 데이비스(<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오만과 편견>의 각본가)의 섬세한 각색은 썩 훌륭하다. 데이비드 린의 영화가 비교적 짧은 시간(그래봐도 197분)에 우겨넣느라 놓쳐버린 원작의 세밀한 곁가지들이 비교적 잘 살아있는 덕이다. 라라와 지바고의 계급적인 갈등과 육체적인 갈구 등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정교하게 관찰해낸 혁명기 러시아의 고단한 삶은 BBC의 <닥터 지바고>에서 마침내 제대로 구현됐다. 당대의 몇몇 평자들이 지적했듯이, 데이비드 린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탐닉하느라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이 가진 정수를 발굴하는 데는 그닥 관심이 없었던 게다.

<H3>말라 비틀어진 라라는 생존하지 못했을걸</H3>
K0000006_3.jpg
줄리 크리스티의 라라(사진 왼쪽)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라라.

하지만 정수고 나발이고 첫 경험은 언제나 첫 경험이다. 나로서는 줄리 크리스티가 아닌 라라를 도무지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고 배포도 없었으며 아량은 더더욱 없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라라라니. 말라깽이 십대(그때 나이틀리는 십대였다 십대. 여드름 갓 벗은 십대. 연애라고는 사탕놀이밖에 못해봤을 십대. 으르릉) 브루넷 따위가 줄리 크리스티의 청명한 아름다움을 어찌 따르겠는가. 게다가 당시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러비안의 해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전이었고, 지금의 나이틀리가 지닌 묘한 스타 파워도 갖고 있지 않았다. 고작해야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선머슴 축구녀로 출연해 비쑥 나온 턱과 제로 사이즈 골반을 자랑하던 신인 여배우가 라라를 연기한다는 게 당시로서는 얼마나 가당찮았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가진 나이틀리에 대한 미묘한 애증은 모두다 BBC판 <닥터 지바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닥터 지바고>를 다시 보면서 마음을 조금 돌렸다. 어쨌거나 앤드류 데이비스의 각색은 괜찮았고, 샘 닐을 비롯한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썩 좋았으며, 한스 매터슨의 유리 지바고는 오마 샤리프보다 여전히 나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키이라 나이틀리도 그리 나쁘지가 않았다. 17살의 앳된 돌출턱 소녀는 기억보다 더 근사하게 라라를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진짜 이유는 지난 6년간 키이라 나이틀리가 쌓아온 스타 파워의 효력이 뒤늦게 보는 이의 망막을 교란시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라가 유리 지바고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머릿속으로 조스 스톤의 ‘L-O-V-E’를 연주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영화란 그런 것이다. 시간과 기억은 감흥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줄리 크리스티의 라라만이 진정한 라라라고 믿는다. 물론 줄리 크리스티도 영국 여자였지만 최소한 아름다운 러시아적 커브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나는 2달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나이틀리 만큼 말라비틀어진 여자를 본 적은 없다. 나이틀리가 진짜 라라였다면 지바고를 다시 만나기도 전에 백러시아의 대지에서 얼어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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