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제들, 그러니까, 정치니 교육이니 사회니 경제니 하는 분야를 구분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전체에 구석구석 파고들어가 앉아 있는 제반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따져보다가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바로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 대체로 지독하게 용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자니 저쪽에서 구시렁거릴 테고 저렇게 하자니 이쪽에서 날아올 돌멩이가 무섭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길이 바로 남들 다 가는 그 길이다. 남들과 내가 별로 다르지 않고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데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텐데, 이건 일단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요즘 다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니, 좋다, 까짓것 세상 사람들이 전부 연예인이 됐다 치자. 열심히 노력해서 그토록 원하던 댄스 가수가 됐는데, 그래서 인기가 치솟아 그토록 원하던 애랑 데이트를 하게 됐는데, 그 애도 역시 연예인이고 나와 그 애 말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연예인이라 분위기 잡고 스테이크를 먹을 레스토랑도 없고 티파니 반지를 사 주고 싶어도 판매원이 없다면 그토록 원하던 그 연예인 짓도 아무 의미가 없을 거다. 아니, 티파니라는 브랜드 자체도 없었겠지. 누가 뭐라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고, 그 중에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어야 더욱 풍성한 세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인 사람들에게 늘 매력을 느껴왔다. ‘명탐정 몽크’가 바로 그런 캐릭터다.

애드리언 몽크는 강박증에 편집증, 결벽증까지 있는 ‘불쌍한’ 전직 경찰이다. 더러운 사다리를 만지지 못해서 범인을 놓치기도 하고 악수를 하면 물티슈로 손을 닦아야 하고 입 안에 있는 세균 때문에 키스도 하지 못하지만 유난한 기억력 덕분에 남들과 똑같은 걸 보면서도 그 이상을 본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솔직하기까지 해서 보통 사람들과의 정상적인 의사소통마저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지만 몽크의 극단성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사기를 칠거라는 생각 자체가 없으므로 사고방식 자체가 공평하다. 편견이 없기 때문에 모든 현상과 행위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보는 것이다. 세상에 사는 동안에 얼마쯤 구겨지고 색이 칠해지기 마련인데 몽크는 중년 아저씨가 된 지금까지도 깨끗한 백지 상태다. 그런 몽크가 사람들의 눈에는 멍청해 보인다. 나는 그 멍청함과 절대로 변할 수 없는 몽크의 극단적 성격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명탐정 몽크>를 보면서 나도 용기를 얻는다. 나 역시 극단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재목 자체가 몽크와 다르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그렇게는 될 수 없다. 그래서 응원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명탐정 몽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건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탄사다. <명탐정 몽크>가 훌륭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토록 깊은 통찰의 내용을 우아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극단성이 세상에 주는 풍요로움을 이토록 신나게 그려내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