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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설 서장 완성.... 봐주어요 헤헤... 헤헤... 헤헤....

칼맛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0.12 00:47:43
조회 1698 추천 15 댓글 9

 고대의 왕들에게 죽음은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거대한 왕릉을 지어 사후에 쓸 보화와 의복을 묻고, 그림자 세계에서 영원한 동반자가 될 후궁과 신하도 함께 매장한다. 그리하여 왕은 죽은 후에도 왕일 수 있다.


 공수래공수거, 죽은 자들은 모두 평등하다 하던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죽어본 적 없는 자들의 헛소리니까. 물론 사후에 대한 모든 논의가 그렇다. 자신의 시체를 미라로 만들고, 부장품을 호화스럽게 꾸리는 등의 준비가 사후의 삶에 영향을 주리라는 믿음마저도. 하지만 그 믿음이 더 달콤하니, 나는 그쪽에 믿음을 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생각한 것이다.


 죽을 때 게임 데이터와 함께 묻히면 게임 캐릭터로 환생할 수 있지 않을까?


 ******


 내 주민등록증은 얼핏 보면 잘못 발행된 것처럼 보인다. 지문란이 텅 비어있으니까. 하지만 그 자체가 신상정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로써 이 증의 주인이 영장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영장류가 아닌데도 주민등록증이 발급된다면 그 종은 극단적으로 좁혀진다. 


 나는 파충류고, 도마뱀인간이 아니다.


 나는 용이다.


 황금을 배 아래 깔고 산맥을 영지로 삼은 오만한 거인영주를 연상해서는 곤란하다. 내 생활비는 국가에서 나온다. 독립운동가에게 지급되는 국가유공자 수당이다. 덕분에 지난 이십 년 간 게임만 하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공무원 연금보다 위태로운 것이 국가유공자 수당인데, 거의 대부분 독립운동 경력이 있는 요정들이 앞으로 나라가 망할 때까지 세금을 타먹으리란 전망을 유권자들은 썩 좋게 보지 않는 탓이다.


 또한 나는 영토는커녕 내 소유의 집도 땅도 없는 신세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숲은 산림청 관할 국립공원이니 당연히 국가소유요, 그 위에 붙어먹은 이 집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산림청장인 친척의 배려로 이 숲에 빌붙어 살고 있다. 만약 그 친척이 산림청에서 물러나고 덤으로 나 역시 내쫓긴다면, 정말이지 나는 갈 데가 없다. 어딘가 뒷산에 천막 치고 사는 수밖에.


 그러니 내게 있는 것이라곤 몸뚱이뿐인데, 강력한 용이라면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으리라 믿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방부에서 내게 호국룡을 위한 대우랍시고 해마다 두둑이 송금해주곤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마다 그 송금은 끊기거나 복구되기를 거듭하다가, 이번 정권에 들어서는 아예 그동안 송금이 이루어진 계좌가 동결되고 말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저 내 몸뚱이에 더 이상 돈 들이기 싫으려니 할 뿐.


 그리고 그 몸뚱이마저 온건히 내 것이 아니다. 어쨌건 용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대우를 받는 법인데, 그것은 좋지 않은 쪽으로도 적용된다. 내가 본 모습인 거대 파충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용의 숨결은 화염이요 날갯짓은 폭풍, 이 근사한 수식어구에는 남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지 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원래 몸을 꿈틀거리고 싶다면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그리하여 지금 내 모습은 조그만 요정이다. 용에게 해코지하고 싶어하는 작자들이 보기에 걸어다니는 과녁판인 것이다. 그리고 국가안보를 담당해야 할 용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방부는 우수한 마법사들을 보내 내 집에 강력한 결계를 쳐버렸다. 아무도 용을 해칠 수 없도록, 그리고 용 또한 아무도 해칠 수 없도록 출입 자체를 막아버리는 결계다. 나가려면 근처 군 부대의 협조가 있어야 하지만 냄새 나는 군인들이 옆에 붙어있을 것이 싫어서 나는 요 십 년 간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이쯤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게임 정도에 없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필이면 온라인 게임을 해왔는데, 점심쯤에 접속해서 쭉 즐기다 보면 어느샌가 저녁이 되어있곤 했다.


 그런 생활을 해오길 어느덧 이십 년째 되는 오늘 점심에 일어난 일이다.


 늘 그랬듯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본체 전원을 켰다. 세수하러 갔다오니 부팅 완료. 순조롭게 리니즈 온라인에 접속하고자 했다.


 리니즈 온라인 바로가기를 누르자 주홍빛 화면이 떠올랐다. 평소의 게임 화면이 아닌데. 그렇다면 게임 이벤트 공지사항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리니즈 온라인 서비스 종료 안내
     
 안녕하세요. (주)까치입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영웅 여러분께 작별의 인사를 올리게 되어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리니즈 온라인은 2025년 10월 8일부로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함께 해주신 데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 구입한 지 4개월 이내의 캐쉬 아이템과 모든 소모성/기간제 캐쉬 아이템은 12월 31일부로 환불이 가능하오니 (...)




 무슨 통보인지 이해한 순간, 현기증이 엄습했다.


 숨 쉬기가 어려워지더니 구역질이 나왔다. 그리고 헛기침. 바닥에 침 섞인 피가 철퍼덕 떨어져내렸다. 평생 맑은 공기 마셔온 보람도 없이 상해버린 기관지. 눈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기침하느라 고인 눈물이 심히 끈적거려서 눈으로 콧물을 흘리는 듯했다.


 하도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가 속에 든 것들을 게워냈다. 위액 속에 희미하게 면발 비슷한 잔해들이 남아있었다. 어제 먹은 컵라면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아직도 완전히 소화 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어제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는데.


 힘겹게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모니터를 다시 보았다.


 일단 게임을 실행시켰다. 로딩 화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서비스 종료라.


 사실 예상 못한 통보는 아니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으니까.


 1채널을 클릭했다. 내 분신, 룬마스터 '최강☆흑룡'이 접속했노라는 문구가 길드 알리미에 떠올랐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접속 중인 길드원이 없었으니까. 재적인원 168/200명에 달하는 길드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유저들이 모이곤 하는 중앙광장에도 캐릭터들이 많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전부 잠수거나 채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움직임들이 없었다. 그리고 그 채팅도 일반 채팅이 아니라 귓속말이나 길드 채팅을 하고 있는지 내게는 무슨 말들을 하는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이 멈춰있었다.


 죽은 게임. 이미 사냥 따위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는 유저는 없다. 기껏 접속해서 하는 짓이라고는 수다떨기뿐, 그마저도 아는 사람끼리만의 대화다. 하기야 이제 여기서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든가 컨텐츠를 즐긴다는 것은 다 쓸모없는 일이다. 마지막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후 새로운 컨텐츠가 하나도 생겨나지 않은 지 어느덧 일 년 하고도 반 개월. 가장 게으른 유저도 진작에 모든 즐길거리를 끝내버리고 쓸데없는 짓이나 하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은 것이다.


 사냥 갈 의욕이 없어 멍하니 있자니, 귓속말이 걸려왔다.



 - 해주게써 : 흑룡님 하이요


 - 최강☆흑룡 : 하이


 - 해주게써 : 공지 보셨죠



 짧게 답변을 보냈다. 네, 봤어요. 그 밖에도 내 접속을 알아챈 여러 유저들이 귓속말을 걸어왔다. 같은 커뮤니티 회원들도 아닌데 어찌 나를 알아보느냐면, 내가 이 게임을 한 지 어느덧 십칠 년째, 어차피 이 게임은 좁디 좁은 물이요 어딜 가든 만나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이므로 나 같은 지박령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이라고 대답하겠다.


 모두들 서비스 종료를 화제로 꺼냈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 일일이 답변하기 괴로웠는데,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은 그 화두를 꺼내는 그들의 태도, 그러니까 올 것이 왔다고 말하는 그들의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 AAAAA : 이제 던파나 해야지 남법사 하악하악


 - 최강☆흑룡 : 던파요?


 - AAAAA : 네 VR은 시간 너무 많이 들어서 못하겠고 계속 고전게임이나 하려고요. 



 그것은 내가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다. 위로를 하던가 슬픔을 함께 나눌 수는 없는 건가? 나는 속으로 욕설을 읊조렸다. 녀석은 지금 이 세계를 버리고 다른 세계로 갈아타겠다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쉽게 꺼내고 있었다. 나는 울분을 느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 최강☆흑룡 : 안 슬픔?


 - AAAAA : 시원섭섭



 심장이 식는 듯했다.



 - AAAAA : 차라리 잘 됐음. 내가 이 겜에 쓴 게 많아서 안 접은 거지. 시간이며 돈이며..


 - AAAAA : 저 9급공무원이잖슴.


 - AAAAA : 공무원이라고 남들 말대로 칼퇴근도 아니라서


 - AAAAA : 요즘엔 저녁 여덟 시 넘어서 퇴근하고... 귀가해서 씻고 TV 보다 느긋하게 컴터 켜면 벌써 열 신데 늦어도 열두 시에는 자야하니까 하루 접속시간은 한두 시간이잖아요


 - AAAAA : 그런데도 할 게 없었으니 말 다했지. 거의 본진인 일본 서버는 물론이고 본고장이긴 한데 반쯤 망한 한국 서버에도 업데이트 이루어지고 있다드만 우리 서버는 왜 업데이트 안 해준대?


 이후로도 게임회사를 욕하다가 채팅이 끊겼다. 녀석이 로그아웃해버린 것이다. 점심시간이라 휴대기기로 잠시 접속한 것이지 실제 게임을 즐기려고 들어온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 귓속말이 날아왔고, 말했다시피 저 녀석과 별 다를 바 없는 반응들이 대다수였다. 여기까지는 나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개자식의 한 마디에는 그럴 수 없었다.



 - 황혼 : 이제 성불하세요 지박령이여!



 성불?


 뒈지라고?


 물론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십칠 년이나 한 게임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버린 폐인 유저에게 제 딴에는 유머감각을 발휘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의도야 어쨌건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컴퓨터 전원 버튼을 힘주어 눌렀다. 모니터 화면이 어두워진 후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침대 위에 쓰러졌다.


 비로소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집도, 땅도, 자유도 그리고 내 분신도.


 심지어 돈도 없다. 매달 게임에 과금한 탓에 정부 지원금 대부분이 증발해버렸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는 정부 지원금을 저축해서 땅을 사는 것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그래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이 꼴이다.


 그리하여 이제 뭘해야할까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이다.


 사후를 기약하자고.
 


 ******
 


 기일은 10월 8일, 리니즈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일로 정했다. 그래야 죽어서 그 세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리 되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그게 전부였다.


 혹시 그 날이 일식이라든가 월식 따위 현상이 일어나면 더욱 그럴 듯하리라 생각하여 인터넷에 기상정보를 물어봤지만, 애석하게도 별 다른 특이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실망스러웠지만 어쨌건 실행 준비를 시작했다.


 자살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역시 목을 매다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튀어나올 혀와 눈, 그리고 항문에서 빠져나올 배설물 한 무더기를 생각해보라. 그것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치고는 너무 꼴사납다. 


 독약은 만들 수 있다. 나는 암살교단으로 유명한 표범가죽 드루이드니까. 하지만 독약 재료를 수급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내가 바깥에서 물건을 들여올 수단은 인터넷 주문밖에 없는데, 그 택배는 군인들이 순찰 돌다 수화물이 보이면 결계 안에 넣어줘야 내 손에 들어오므로 대단히 위험하다. 자칫 내용물을 들키면 일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그냥 순수하게 자살하려 했다 여겨질 수도 있다. 둘 다 남에게 들키기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방법을 떠올렸는데, 꽤 창의적인 방법도 몇 있었지만 끝내 고른 것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교통사고.


 이왕이면 트럭이 좋으리라. 그것이 가장 전통적인 환생 방법이 아니겠는가.


 이 방법의 문제는 내가 결계 밖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방법은 너무나도 쉬워서 떠올리기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날이 다가오기에 앞서 게임기인 PS3와 PS vita, 그리고 그 전용 게임인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주문했다. 이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마왕 혹은 그에 준하는 악마들인데, 그 힘은 우주 함대를 부수고 행성을 부술 정도라 설정되어 있었다. 이왕 환생한다면 아예 그 정도 존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초월적인 존재는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내가 애정을 쏟아부은 분신, 드루이드 최강☆흑룡이 되는 것이 최고겠지마는.


 저 게임들을 죽어라 파고들어 모두 게임 시스템이 허용하는 한 최강의 캐릭터들을 키워내는 동시에, 계속 리니즈에 접속해서 그동안 귀찮아서 올리지 않았던 기술 숙련도를 올린다든가 다른 유저들이 가진 최강급 무기들을 헐값 혹은 공짜로 넘겨받는 작업을 병행했다. 어차피 끝날 게임인 데다 내 유명세도 있었으므로 어렵잖은 일이었다.


 잠 자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그리 하기를 한 달, 마침내 서비스 종료일이 되었다.


 컴퓨터를 켜고 리니즈 온라인에 접속했다. 이 날을 맞이하고자 많은 유저들이 중앙광장에 모여있었고 나는 그들과 기꺼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 컴퓨터는 계속 켜두었다.


 한편 디스가이아를 돌린 게임기 두 개에서 각각 메모리칩과 하드디스크, 그러니까 세이브 데이터 저장매체를 꺼내다가 내 품에 넣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군화 특유의 소리. 시계를 보니 군인들이 순찰 도는 시간이었다.


 때가 되었다.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양 팔을 날개처럼 벌려 스스로에게 새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리고 나는 드루이드이며, 심상 속에서 투영된 나의 모습은 실제 모습이 된다.


 나는 까치로 둔갑하여 창문을 빠져나갔다.


 순찰 도는 군인 삼인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 명이 대문 앞에 놓인 수화물을 발견했다. 그 수화물은 인터넷 서점에서 산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였는데 읽을 생각은 없었다. 저 수화물은 그저 미끼였다. 군인들을 불러오기 위한 미끼.


 군인이 택배를 주워들더니 외쳤다.


 "큰 씨! 택배 왔어요!"


 이윽고 군인들은 내 대답을 기다리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내 작은 부적 하나를 꺼내 결계에 갖다댔다. 결계에 조그만 틈이 생겨났고 군인은 택배를 그 안에 넣으려 했다. 그 전에 까치의 모습을 한 내가 재빨리 달려와 결계의 틈을 빠져나갔고 군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털색이 주변과 동화되어 있어 지금 내 모습은 잔상처럼 흐릿하기 때문인데, 이 카멜레온 주문 같은 기괴한 현상까지 감안하여 행동하기에 군인들의 월급은 너무 박봉이다.


 그리하여 결계를 빠져나온 다음, 숲 속에 이르러 나는 요정의 모습으로 변해 숲속을 걸었다.


 두툼하게 자라난 티크나무들, 그 아래로 풀숲이 자라나 있어 지나가기 어려웠다. 평소라면 드루이드인 내게 장애물이 될 리 없겠지만 근래 필사적으로 게임을 하느라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탓이었다.


 눈곱 섞인 눈물을 닦아내고 주변 광경을 훑었다.


 이 숲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티크나무 외에도 대추나무, 부테아 나무, 아카시아 나무 등이 자라나 낙엽수림을 형성하고 있다. 카리사도 보인다. 어쩐지 그리워진다. 드루이드 수행을 할 때면 저 식물의 열매를 따다먹곤 했는데. 요즘에는 갖다바쳐도 먹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어찌나 별미였는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숲이다. 이제 내 숲이 아니지마는.  


 이 숲은 미르 국립공원이라고 하는데, 야생보호구역이니 만큼 트럭이 다닐 리 없다 생각하겠지만 실은 다니고 있다. 이 숲 중심부에는 흑요정들이 사는데, 그들이 기르는 물소의 젖을 사들이고자 낙농회사에서 냉동트럭을 들여보낸다. 거기 받히면 될 것이다. 운 좋으면 군용트럭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군용트럭도 트럭으로 봐야하는지 여부가 헷갈리니, 웬만해서는 냉동트럭에 받히는 것이 이상적일 터였다.


 차가 다닐 만한 길에 들어섰다. 주문을 써서 몸 색을 주변과 동화시킨 뒤 걸었다. 이제 곧 낙농회사 트럭이 올 시간대였다.


 갑자기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뒤이어 기괴한 소음이 내 길쭉한 귀에 파고들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숲길의 한 가운데 섰다.


 트럭이 커지고 있다.


 다리가 떨리고 위아래 턱이 연신 부딪친다. 이런 진동이라니. 온몸이 오들오들, 오들오들 떨려온다. 자동차는 너무 빠르다. 좁아터진 숲길이니까 이 속도는 너무한 거 아니야? 모른다. 어차피 내가 보기에 모든 차는 너무 빠르다. 내 눈에는 빨라보여도 보통 사람들 보기에는 느린 것일지도. 하지만 그래도 빠르다. 너무 빨라.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경적소리. 귀가 아프다. 포식동물이 포효하며 달려오는 것만 같다. 드루이드 수행할 때 덮쳐온 표범에서 느낀 공포? 아니, 저 중량에 부딪히면 표범 따위는 납작해진 고양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될 거다. 그리고 이제 나도 곧.


 넓다란 범퍼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눈을 질끈 감지만 저 괴물은 외면할 수 없다. 청각이 생생하니. 끼기기긱 하는 마찰음이 내 귓속을 찢어발긴다.


 사지가 굳는다. 나는 주저앉는다. 


 무섭다.


 공포가 의식을 소거하는 와중에도 생각한다.


 너무 무서워.


 그래도 뭐, 이제는....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자동차는 지나치게 빠르고 나는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빨간 불에도 태연히 횡단하는 현대인들은 모두 정신이 나갔다. 죽기 싫으면 알아서 꺼지라고 위협하는 경적소리에 용이 움츠러들 때, 길가의 사람들은 그저 태연하게 핸드폰을 보며 걸어간다. 내가 숲 밖에 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강철 괴물들 아니던가.
 괴물에게 몸을 내준 보람이 있었을까.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새하얀 모르는 천장.


 좋아, 성공한 것 같다. 나는 씩 웃으며 팔을 들어 자기 손을 보았다.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 아니, 내가 키워놓은 캐릭터들은 거의 다 성인일 텐데 왜 어린애의 몸인가? 설마 라하르가 된 건가? 그 캐릭터는 시간이 부족해 키우다 말아서 초마왕도 한 방에 못 잡는데.


 불길하여 침대 옆 서랍장의 거울을 보았다. 비쩍 마른, 어린 요정의 당황한 얼굴이 보였다. 쓸데없이 익숙한 그 얼굴에 분노가 떠오르더니 이내 체념과 낙담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명백했다.


 환생은커녕 자살조차 실패했다.


 처음에는 그저 계획이 실패했음에 실망했지만, 그 후에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절망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최악이 아닌가. 이제 내가 얼마나 불쌍한 놈인지 전국민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모여들 것이고 용의 자살미수 소식이 한 달 내내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원숭이들은 용의 반송장 몸과 흐리멍텅한 눈을 보고서 동정심을, 그러니까 우월감을 만끽할 것이다.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아니, 아직 늦지 않았다. 표범가죽 드루이드는 죽을 때까지 살해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법.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병원 독실이었고 자살미수 환자의 방에 끈이나 메스 따위를 놓아둘 리 만무했다.


 하지만 나한테 바지는 입혀뒀군. 바지와 문고리를 조합하면 훌륭한 교수대가 탄생하지.


 나는 얼른 바지를 벗어다 문고리에 매달았다. 그리고 머리를 거기 끼워넣으려는 차, 문 밖에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한 나는 천장 구석을 바라본 뒤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지 이해했다. 저 망할 놈의 CCTV. 나는 얼른 바지를 도로 입었고 채 다 입기도 전에 간호사가 들어와 숨을 헉헉거렸다.


 나는 최대한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상한 짓 하려고 한 거 아니에요. 그냥 바지 사이즈 좀 알아보려고 그랬어요."


 하지만 환자복 바지는 고무줄로 조이는 식이라 사이즈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과연 내 변명에 납득한 간호사가 괜히 놀랐다며 돌아가 잠이나 퍼질러 자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사불란하게 내 병실에 당직 간호사가 배치되어 이 교대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두 여자가 내게 던진 질문들은 수준 낮기 그지없었는데, 예를 들자면


 "만화영화 뭐 좋아하니?"


 "먹고 싶은 거 있어?"


 "어디 살아?"


 "왜 대답을 안 해? 말하면 엄마아빠한테 돌려보낼까봐 그래? 걱정 마. 안 그래. 우리는 네 편이야."


 이따위 식이었다. 젠장. 


 저 가련한 어린애 취급에 나는 분노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최악까지는 아님을 자각했다. 병원 측은 내가 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신원조회도 불가능할 테니, 고분고분한 태도로 병원측을 안심시킨 다음 기회를 엿봐 탈출하면 이 부끄러운 상황을 덮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흘이 지났다. 맛없는 병원식도 모두 먹고, 제 입으로는 학교 선생님이라지만 누가 봐도 심리치료사인 아줌마가 왔을 때도 싹싹하게 굴었다. 간호사들의 질문에는? 살갑게 꼬박꼬박 거짓말을 해주었다. 


 이대로 복도를 혼자 걸어다녀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병실에도 창문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까치로 변해 탈출할 수 있겠지만, CCTV가 보는 가운데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내가 드루이드임을 들킬 것이요 기겁한 병원 측에서 근처의 드루이드 한정으로 신원파악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내 정체를 알아내리라. 그리고 뉴스. 차라리 병원을 산책하겠답시고 복도를 걷다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탈출하는 쪽이 번거롭지만 안전할 터였다.


 하지만 의외로 쉽지 않았다. 이후로도 이틀이 지났지만 간호사들은 내 곁에 찰싹 붙어다녔고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다 못해 몇 분 간격으로 문을 두드려대곤 했다.


 견딜 수 없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한 간호사가 귀엽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기에 기겁하여 몸을 웅크렸더니,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날 껴안는 것이 아닌가.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찔렀고 나는 토할 뻔했으나 어떻게든 참아냈다. 지금 내게 매겨져 있을 심신미약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까 걱정됐기에.


 그러던 어느 날, 늘 웃던 간호사가 전화를 받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트럭 운전수가 면회를 온다고요?"


 옆에 누워있던 나는 움찔했다. 면회라니?


 간호사는 흘긋 내 눈치를 보더니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통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요정의 귀는 가릴 수 없다. 나는 전화 너머 의사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십사시 쯤에 온다던데. 사과도 할겸 애 상태도 보고 싶대."


 "애한테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애 얼굴 보고서 생각 나는 요정 있으면 알아봐 주겠다 하더라고."


 "요정쪽 인맥이 있대요?"


 트럭 운전수 주제에? 라고 덧붙이고 싶은 것을 참았으리라. 그리고 이어진 의사의 대답에 놀란 것은 간호사가 아닌 나였다.


 '응, 나도 어이가 없어서 물어봤더니, 그 양반 자기가 흑요정이라 하더라고.'


 간호사의 얼굴에 질린 표정이 떠올랐고 나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흑요정이라면 이 숲 출신이리라. 그리고 가난하기 그지없는 그들 처지에 면허정지라도 당했다가는 즉시 생계에 지장이 갈 터였다.


 그리고 이어진 의사와 간호사의 대화에 따르면, 사고 경황은 다음과 같다.


 흑요정 운전수는 왠지 모르게 기척이 느껴지기에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웬 신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트럭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라고 한다. 이후 차에서 내려보니 웬 어린애가 쓰러져 있었고 근처 병원인 이곳에 데려다준 것이라 한다. 이상이 흑요정의 증언인데, 경찰의 사정청취에서는 그 증언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차에 블랙박스도 장착돼 있지 않을 뿐더러 화물운송 자격증이 없었음을 걸린 까닭에. 


 여러모로 미안한 짓을 한지라 우울한 와중,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고 나는 기겁하여 귀를 쫑긋 세웠다. 간호사가 들어오시라 말하자 문이 열린 다음 들어온 사람은 키 큰 흑요정, 그러나 우리 예상과는 달리 여자였다. 


 흑요정 여자는 인사에 앞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괜찮아?"


 "아, 응."


 "다행이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한 끝에 입을 열었다.


 "미안."


 "응? 왜?"


 "곤란하게 됐다며...."


 "됐어, 그건 얼라가 신경 쓸 게 아니지. 나가서 열심히 살아볼 거나 생각해. 아, 그리고..."


 흑요정 여자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고 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 이 숲의 흑요정은 소위 문명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육 년 전까지만 해도 수렵채집에 목축을 하는 씨족이었다던데 벌써 스마트폰이라니, 이 망할 현대에 도착한 지 이십 년이 다 된 나도 아직 휴대전화가 없는데.


 흑요정 여자는 치즈, 하더니 내게 스마트폰을 겨누었다.


 그리고 빛. 아무래도 카메라 플래쉬인 모양이었다.


 "잠깐, 지금 사진 찍은 겁니까?" 


 의사가 묻자 흑요정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왜?"


 "요정 애 사진을 함부로 찍으시면..."


 "유출될 경우 소아성애자들 반찬 될까봐? 어쩔 수 없어. 일단 사진을 찍어가야 요정들에게 얘 아는 사람 있느냐 물어볼 수 있을 거 아냐. 그 외의 용도로는 안 써먹어. 내가 뭐 SNS에다 올릴 사진 필요한 줄 알아?"


 의사는 떨떠름하게 입을 다물었고 흑요정 여자는 내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라, 아가야. 세상살이 아무리 힘들어도 언젠가는... 아니, 됐다. 이로운 말이야 여기 잘난 분들이 알아서 잔뜩 해주겠지 뭐. 밥 잘 먹고, 이건 선물이야."


 뭔가 주기에 봤더니 치즈였다.


 "우리 마을에서 만드는 거야. 보기보다 비싸게 팔린다고."


 폐를 끼쳐놓고 뭔가 받기까지 하다니, 용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거절해봤자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잘 먹을게."


 흑요정 여자는 씩 웃더니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 손을 맞잡아 우둘투둘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가 물어왔다.


 "이름은 뭐야? 난 보리."


 "난... 티아메트."


 "요정식 이름이 아니네?"


 나는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보리는 이후로 의사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고, 의사가 내민 무슨 종이에다 서명하더니, 마지막으로 내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메모장에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갔다. 전화번호는 따로 기억해둘 필요가 없을 터였다. 말했다시피 나는 휴대전화가 없으니까.


 대신 그녀의 이름에 집중했다. 보리.


 "흑요정도 예쁘구만. 그런데 트럭 운전사라니, 우크라이나에서는 모델이 감자 캔다더니 여기는 더하네.


 "얼굴은 됐고요. 그 여자가 정말 요정들한테 연락해줄까요? 애한테 호감 사서 사정청취에 유리한 증언 얻으려고 온 거 아냐?"


 간호사는 그리 투덜댔지만,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했다. 보리가 사라진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 요정이 나타났다.


 내 보호자임을 자처하는.



 ******


 
 누워서 TV를 보고 있으려니 밖에서 실랑이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이 근처는 가난하기 그지없어 독실인데 방음처리도 시원찮다고 생각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아니 이게 경우가 있는 일입니까?'


 의사 목소리. 이어서 웬 여성의 목소리.


 '법적 문제 없다니까요. 방금 청장님이랑 통화 하셨잖아요.'


 '이봐요, 사무소장님. 지금이 용 독재 시절인 줄 압니까? 이게 말이 돼? 병원에서 보호 중인 학대아동 데려갈 권한이 왜 산림청에 있는 거야?'


 '정확히는 국방부에서 하는 일이에요. 저야 산림청 소속이지만 유사시 유격대 지휘권이 있는 사무소장으로서 지금은 위임을....'


 '아니 국방부는 또 뭔 상관이야? 자꾸 기관 권한 내세우지만 말고 알아듣게 설명해!"


 '지금은 설명이 곤란하니 나중에 37사단장님이 전화주실...'


 '37사단장? 그 새끼 똥별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딴 개짓거리도 하는 새끼였어? 나 이거 절대 못 넘어가. 사단장이고 뭐고 나 이거 민원 넣고 경찰에 전화하고 별 짓 다 할 거니까 감당 될 거 같으면 데려가시오.'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아니 씹할 이게 왜 공무냐고! 그 애가 무슨 숲에 방치돼 있던 탱크라도 돼? 뭔 권한으로 데려가겠다는 거야?'


 무슨 상황인지 쉬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보리는 요정들에게 제대로 연락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미르 야생보호구역 사무소장은 요정인즉 그녀에게도 연락이 간 모양이고, 그녀는 내 신상명세를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 상황을 그녀는 '요정 어린이 자살미수 사건'이 아니라 '항공모함 자살미수 사건' 쯤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항모를 주우러 군이 아니라 산림청 사무소장이 온 이유는? 당연히 언론 문제일 것이다. 군이 관리를 어찌나 안 했는지 항모가 자살하려고 했어요, 하는 식의 뉴스에 나오기 전에 상황을 덮어야 할 테니까.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문 열어줘."


 "응? 착하지, 여기 얌전히 있어."


 "가야해.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 좀 시켜줘."


 "전화는 왜?"


 "설명해야 해."


 간호사는 머뭇거리다가 내가 바란 대로 전화를 걸어주었다. 전화기에서는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나야, 선생님."


 순식간에 의사의 어조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아, 너구나. 아침밥 잘 먹었니?'


 "응, 점심은 안 먹어도 될 거 같네."


 '먹어야지. 먹어야 TV도 보고 책도 읽고 그럴 수 있는 거야.'


 굶겠다고 한 줄 아는 걸까. 하기야 여기 막 이송되었을 때 내 모습은 영락없는 기아의 그것이었다. 요새는 제때 끼니를 챙긴지라 살이 붙었지만, 그래도 심히 저체중이라며 매 검사 때마다 호들갑을 떨어대곤 했다.


 "그건 집에서 먹을게."


 '간호사 누나가 무슨 얘기 했어?'


 "아니, 그래야하니까. 그동안 고마웠어, 선생님. 사실 아동학대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어. 실은 나 성인이라고. 올해로 십칠 세란 말이야."


 이후로도 설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끝내 의사는 납득한 기색이 아니었지만, 납득할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 할 터였다. 이 가난한 병원은 군과 산림청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이미 의사의 진단과는 상관없이 병원장 선에서 내 퇴원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을 터였다.


 그리하여 나는 병실을 나와 나를 데리러 온 산림청 사무소장과 마주했다. 아는 얼굴이었다.


 "안녕, 으아리."


 내 소꿉친구였던 요정은 씁쓸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 정말."


 정확히는 십칠 년 만이었다. 나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 꺼내기는 뭐한, 하지만 이 상황에서 해야 할 말을 그녀 대신 해주었다.


 "인사 나누기에는 장소가 안 좋네. 아무튼 얼른 나가자."


 으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손을 붙잡고 병원을 걸어나갔다.


 단번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검은 머리 요정 소년과 그 옆의 검은 머리 요정 여자인 것이다. 누구나 남매라고 생각할 터였다.


 으아리를 바라보는 간호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나는 지금 굶주리고 학대 당하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요정 어린애였고, 이 가련한 꼬맹이를 강제로 데려가고 있는 으아리는 아마 학대의 주범일 것이요 그 악행이 탄로날까봐 인맥을 이용해 사건을 덮으려 하는 악녀였다. 나도 수치스럽지만 그녀는 더할 것이 분명했다.


 미안하면서도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병원 밖에 유격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둘이 나오자 그들은 신속하게 기갑차량의 문을 열었고 나는 움츠러든 채 그 안에 들어갔다. 차는 도망치듯 곧장 출발했고 나는 안전띠를 붙들어 멨다.


 "속도 좀 줄일 수 없어?"


 내 절규에 운전병은 황당해했다.


 "지금 시속 30km인데? 그냥 사람 뛰는 속도야."


 결국 차에서 내린 후에야 나는 안심했다.


 내 집 앞 초소에는 여전히 병사들이 경계근무 중이었다. 별 다른 경계근무 강화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듯했는데, 보아하니 내 실종사건은 사단장을 비롯한 극소수 인원에게만 알려진 모양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내 집에 들어왔고 으아리가 함께였다. 으아리는 내 집을 훝어보고서는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컵라면만 왜 이리 많아요? 가사 도우미는 어디 갔고요?"


 "가사 도우미? 누구야 그거. 나 원래 쭉 혼자 살았어."


 으아리는 더 추궁하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하기야 십칠 년 동안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 잔소리를 하기는 뭐하리라.


 어색한 가운데 여러 문답이 오갔다.


 "차라리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왜 컵라면을 먹어요?" 


 "그럴 돈 없어."


 "정부에서 지원금 주잖아요?"


 "끊겼어."


 "그럴 리가요? 이번 정권은 툭하면 상무정신이니 뭐니 하면서 국방비에 돈 쏟아붓기로 유명한데... 한 번 확인해볼게요."


 으아리는 곧장 어딘가에 전화했다. 그리고 불과 삼십 분 만에 모든 것이 복구되었는데, 그로써 나는 여지껏 내게 지급되는 돈이 끊기거나 계좌가 동결되고 했던 것은 정권교체의 결과가 아닌 사소한 행정착오와 그에 따른 비리의 결과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지급되는 돈을 전임 회계관이 장부에 창의적으로 기록해 두고서 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바, 후임 회계관들은 대체 이게 무슨 명목으로 지출되는 돈인지 헷갈려했으며 그래서 그냥 공돈인 줄 알고 자기들이 챙겨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보다는 으아리가 이 사실에 더 허탈해했다.


 "그럼 지금껏 쥐꼬리 만한 국가유공자 연금으로 생활했단 거네요. 왜 이의제기 안 했어요? 돈이 전혀 지급 안 된다 한 마디만 하셨어도 원상복구 됐을 텐데요."


 "용 체면에 돈 좀 달라 구걸하라고? 차라리 굶어죽지."


 으아리는 그따위로 굴려면 정말 굶어죽으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는데, 그야 내가 정말 죽으려 했기 때문이리라.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그런데 사무소장 된 거 새삼 축하해."


 "뭐 삼십 년 근속이니까요. 아무튼 고마워요.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집에 처박혀 있었어."


 "집에서는 뭐했는데요?"


 "게임."


 "달리 뭐 한 건 없었나요?"


 "만화 보거나 웹서핑 하거나? 뭐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잔뜩 했어. 생산적인 일은 쥐뿔도 안 했지."


 "드루이드로서는요?"


 "단검 좀 만지작거렸어. 그런데 용이 단검 잘 휘둘러서 무슨 쓸모겠어? 헛짓거리인 건 알지만 그냥 취미 삼아 연습해봤어. 그마저도 요즘에는 안 했지만."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요."


 "나 전화기 없어. 군에서 보안을 유지해야 하니 연락할 게 있으면 저거 쓰라고 하더라고."


 나는 구석의 무전기를 가리켰다. 전기가 다 닳으면 삐삐거리는 게 짜증나서 아예 배터리를 빼두었다가 아주 가끔, 택배가 오지 않는다 싶으면 경계초소에다 수화물 넣어달라고 부탁할 때나 써먹는 물건이었다. 


 으아리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상황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알겠어요. 청장님한테 직접 가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뭐 먹고 싶은 거 있나요?"


 "음... 카리사 열매. 이 숲에 자라지?"


 "자라긴 하는데 그건 숲에서 반출 금지예요. 하피들 먹이거든요. 하지만 정 먹고 싶으면 한 광주리 따줄게요."


 "그 정도로 먹고 싶은 건 아니니까 됐어. 그럼 볶음밥."


 "냉장고에 재료 있어요?"


 "당연히 없지."


 "그럼 사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요. 그런데..."


 밖에 나가려던 으아리는 갑자기 나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듯 뒤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나갔다 왔더니 귀여운 시체 한 구 있을까봐? 안 그럴 거야."


 "믿을게요, 큰."


 으아리가 재료를 사러 나간 동안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병실처럼 내 방에도 CCTV가 놓이기 전에 얼른 스스로를 암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있는 항공모함을 유지보수하고자 심리 치료사니 정신과 의사니 하는 치들이 내 집을 침범할 것이다. 그 꼴을 보느니 지금 미리 딴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는데, 이번에 실패하면 정말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지 모르는 탓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에게 못할 짓이기도 했고.
 결국 으아리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거 정말 써도 돼?"


 내가 스마트폰을 껴안으며 묻자 으아리는 살짝 웃었다.


 "돼요. 사실 왜 금지한 건지조차 모르겠네요. 37사단장한테 전화해보니까 그냥 쓰라던데요."


 "정말 고마워! 살아있길 잘 했어!"


 나는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고 으아리도 따라 웃었다.


 "스마트폰이 그리 필요했어요?"


 "응, 모바일 게임 할 거야." 


 "또 게임인가요? 다른 취미를 찾아보시는 게 어때요?"


 게임은 취미가 아니라 내 사는 이유라고 하려다 말았다.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창피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딴청 피우듯 말했다.


 "나중에."


 으아리는 한숨 쉬며 주방으로 가 요리를 시작했다. 프라이팬은 알아서 챙겨온 모양이었다.


 곧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나란히 먹는 와중에 으아리가 말했다.


 "그런데 VR은 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왜?"


 "위험하니까요. 그거 하다 정신병 걸린 사람 많아요. 소문으로는 하다가 죽은 사람도 있는데 사측에서 은폐하고 있대요. 절대 하지 마세요. PS VR처럼 단순 3D 렌더링 방식이면 괜찮아요. 하지만 진짜 가상현실이라 할 만한 VR은 안 돼요. 알겠죠?"


 "진짜 가상현실이면 마법적인 거 말이지? 알았어, 안 할 게."


 "약속해요."


 "응."


 식사를 마친 후, 으아리가 설거지하는 가운데 나는 스마트폰에다 VR 게임을 설치했다. 가장 인기 좋고 위험한 물건으로.


 RPG 전쟁피리.


 E스포츠까지 활성화돼 있을 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가상현실의 위험성을 성토하는 방송에 단골 출현하기로 정평이 난 게임이었다. 하기야 척 보기에도 위험하니까.


 스마트폰에다 이어폰 꽂으면 현실에 가까운 가상현실에 접속된다니,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마법적 실험의 성과라는 것이 분명한 물건이며 그러한 물건이 으레 그러하듯 언제 무슨 이유로 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니 더욱 좋은 것이다. 아무래도 PC 게임하다 죽어 환생하는 것보다야 가상현실 게임하다 죽어 환생하는 쪽이 더욱 그럴 듯했으므로.


 게임의 공략글을 보는 와중 게임이 다 설치되었다.


 환생하기 좋을 만한 캐릭터의 육성 계획은 다 잡아둔 상태였다. 이제 게임을 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 전에 으아리가 나가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이나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자살미수 환자를 내버려두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이거 뭘 어찌 해야하나, 고민하는 가운데 으아리가 다가왔다. 내 집에 며칠 머물러도 되느냐 물어본다면 거절해야겠다 생각하던 차, 으아리가 물어왔다.
 

 "그 게임, 같이 할래요?"



 *******



 메디아 대표 RPG 전쟁피리 오전 11:05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메세지를 보고서 으아리는 한숨쉬었다. 


 으아리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으아리가 보고 있는 화면은 저 용, 큰의 것으로, 다른 스마트폰 화면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앱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용은 약속을 삼 분 만에 어겨버린 셈이었다. 


 '어지간히도 게임 중독인 모양인데. 게다가 자살 미수까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정신과 의사를 데려오고 싶은데, 그러지 않는 것은 존중하기 때문이다. 저 용, 미르 숲의 옛 영주를.


 흔한 문구지만 옛날에는 지금과 다른 위인이었다. 저 용은 마족이 쳐들어왔을 때 군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나선 명예로운 영주였으며, 살아갈 터전을 잃은 요정 씨족을 홀로 돌보았던 위대한 군주였다. 국가유공자 수당은 아무 이유없이 주는 게 아니다.


 옛날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반드시. 


 으아리는 메신저 앱을 켜고는 자신을 이곳에 보낸 상관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미르 소장 : 큰 씨 VR 하고 싶어하는데 어떡할까요 (오전 11:08)

 


 금세 답변이 돌아왔다.



산림청장 :  VR? 그 위험한 거?  (오전 11:10)


미르 소장 : 예 위험하다고 말은 했는데 그래도 하려는 거 같네요 (오전 11:10)
               지금 뚱한 얼굴로 이쪽 바라보는 게, 제가 얼른 나가줬으면 싶은 거 같아요 (오전 11:11)
               혼자 게임 하게 (오전 11:11)
               이대로면 저 보고 이만 나가달라고 할 거 같은데요 (오전 11:12)


  산림청장 : 그거 하면 안 되는데. (오전 11:14)
               회사에서 접속 중인 유저 의도적으로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더만. (오전 11:15)                                                                                 
               그리고 전자오락 중독인데 계속 전자오락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좀 아니잖아? (오전 11:17)
               어떻게든 못 하게 할 수 없어? (오전 11:18)



 으아리는 노력해보겠노라 치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새로 떠오른 생각을 전했다.



 미르 소장 : 아예 그 게임, 저도 같이 하는 건 어떨까요 (오전 11:21)


 산림청장 : 자네랑? (오전 11:22)


 미르 소장 : 예 어차피 말려도 할 것 같고... (오전 11:24)
               제가 계속 돌봐주든 참견하든 하면서 남아있으려면 (오전 11:25)
               큰 씨에게 제가 맘에 들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전 11:26)
               소꿉친구라는 이유로 제 체류를 반길 것 같지는 않네요 (오전 11:26)
               함께 있을 핑계가 필요해요 (오전 11:27)


 산림청장 : 취미를 파고든다고... 전통적인 수법이긴 한데 (오전 11:30)
              잘 먹힐지는 차치하고 역시 전자오락한다는 게 좀. 악화되는 거 아냐? (오전 11:32) 
              정신과 의사한테 자문 구해볼게. 좀만 기다려. (오전 11:35)



 다음 메시지가 온 것은 십 분이나 지나서였다.



 산림청장 : 오락이든 뭐든 해도 되니까 일단 붙어있으래. 혼자 내버려두면 대단히 위험하다고.(오전 11:46)
              물론 게임만 같이 하지 말고 산책이든 TV 시청이든 최대한 (오전 11:48)
              다른 활동을 많이 시키라는데 (오전 11:49)
              그거야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해주리라 믿어. (오전 11:52)
              부탁할게. 나 좀 살려줘. 그 양반 자살미수 소식 듣고 나 쓰러지는 줄 알았다니까. (오전 11:53)
            


 알겠다고 답변보낸 뒤 으아리는 큰에게 다가갔다.


 그 조그만 요정 소년의 모습을 보며 으아리는 생각했다. 저 속에 윌리스 타워보다 거대한 흑룡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


 큰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으아리가 말했다. 


 "그 게임, 같이 할래요?"


 "뭐? 뭔 게임?"


 "방금 설치하신 거요. 게임 이름이... 전쟁피리 맞죠? 쓸데없이 영어 이름 아닌 건 좋네요. 요새는 마족어를 남발한단 말이야."


 "어찌 알았어?"


 "소리 들었어요. TV에서 나오는 광고 소리랑 똑같던데요."


 큰은 요정의 귀는 못 속인다다고 투덜거리고는 이내 말했다.


 "나랑 게임 같이 하겠다고? 왜?"


 "밥도 차려주고 할 겸 시간 같이 보내려고요."


 "일 안 해?"


 "여기 있으면 월급에다 출장비도 받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어쩔래요, 나 내쫓을래요?"


 큰은 잠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더니, 스마트폰을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머뭇거린 끝에 입을 열었다.


 "삼 시 세 끼 볶음밥 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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