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그리 쉽게 흩어지지 않는 법이었다.

과거의 잔재속에서 오크들에 의해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흘러 넘치는 인간의 비명은 오크 전사들의 거친 포효에 묻혀 땅위를 굴렀다.

이 땅에 죽음이 강처럼 흐르는 나날들이었다.

기억의 편린속에 묻혀 있던 공포가 다시 그 어금니를 드러냈다. 공포는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목전의 칼을 피해, 아스라지는 생명을 외면하며, 제한몸 지키기 위해 도망쳤었다.

그러는 와중에 인간의 추악함을 보았다. 오크의 잔인함을 보았다. 살아남기 위한 전투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었다.

살육과 살인과 배신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때의 자신과 다른 점이 있는가. 앞으로 죽어 나갈 사람들에게 내려질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강유한은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네가 과거로 돌아온 것은 무엇을 위해서 였나. 과거를 바꾸어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다짐은 허황된 망상이었나. 

공허한 질문이 머릿속에 멤돌았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기분이 불쾌했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억지로 역한 기운을 쓸어삼키며, 손바닥으로 입가를 거칠게 문질렀다.

소설 중간에 일케 문체 바껴도 상관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