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연재할건데 한 번 봐주라.

주변에 있는 놈들은 다 괜찮다고 해서 믿음이 안감...

제자를 구하러 하산하는 주인공 이야기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우중충한 하늘 아래 북한산 중턱.

김효진은 눈앞에 작은 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5년 전 우화등선을 통해 속세를 떠난 사부가 잠들어 있는 묘지였다.

묘지 앞에 묘비에는 한문으로 `雷神門 第二十七代 門主 獨孤侯(뇌신문 제 27대 문주 독고후)`라고 적혀 있었다. 그 뒤로 역대 문주의 묘지들도 질서정연하게 늘어져 있었다.

김효진은 한동안 묘지를 보며 입을 벌렸다 다물기를 반복했다.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이내 마른침을 꿀꺽 삼킨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부님. 제자가 오늘 하산할까 생각 중입니다.”

이렇게 쉽게 나올 거였는데 이 한마디가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김효진은 아직도 사부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이어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태양을 삼킨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나도 제자 하나 구해야죠.”

말을 마친 김효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노후한 사부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번쩍!

쿠르릉!

“시벌, 깜짝이야!”

갑자기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어디론가 내리꽂혔다.

“뭐여? 하늘에서도 날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놀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김효진의 인상이 잔뜩 구겨진다. 정말 사부가 노하였던 걸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하늘을 노려보던 김효진은 손을 거칠게 뻗어 삿대질을 퍼부었다.

“아오, 진짜! 사부 거 너무한 거 아니요? 사부 유언대로 극 뇌신기공(極 雷神氣功)도 터득했잖아?! 이제 좀 자유롭게 지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젠장! 이제 더이상 못하겠다! 힘들다고! 이제 안 한다고!”

한동안 묵혀놨던 불평불만을 속사포처럼 내뱉은 김효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계속 투덜거렸다.

“사부가 무슨 걱정 하고 있는지 나도 알아요. 그런데 사부도 알다시피 지금 내가 어디 가서 객사할 정도의 하수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얌전히 좀 지켜봐 줘요. 멋들어진 놈들로 골라서 데리고 올 테니까.”

말을 마친 김효진은 사부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알았죠? 금방 다녀 올게요.` 라고 중얼거린뒤, 뒷편에 있던 낡은 가옥으로 들어갔다.

“좋아, 챙길건 별로 없지.”

뇌신문 독문 병기.

사부에게 물려받은 검.

마지막으로 미리 준비해둔 봇짐까지 짋어진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때마침 그를 반기듯 한차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입고 있던 삼베옷이 신나서 펄럭였다.

“끄응! 시꺼먼게 날씨도 좋구나. 좋아, 제자 하나 구하러 가볼까?”

이어 손가락으로 콧 밑을 훑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자유를 만끽하면서 말이지. 흐흐흐.”

세상과 격리된 채 20년동안 뇌신문의 비전을 수련했던 김효진.

그가 세상밖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