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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글을 안올려 ㅅㅂ 몇번을 올렸는데 내죽너죽 리라이트 1화로 달린다

죄 악(180.67) 2016.12.12 03: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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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드리워진 다크써클과 부르튼 입술, 푸석푸석하게 굳어버린 피부와 관리가 귀찮아 짧게 친 머리. 적당한 격식 정도는 있지만 활동성을 중시한 복장. 24살 남성 한재휘는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주말조차 반납한 6주 연속 무휴 야근. 아무리 한 시즌 바쁘고 나머지는 여유로운 직장이라지만, 체력적 한계에 부닥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반쯤 시체가 되어버린 사원들은 부장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회식이라도 하자는 게 아닐까 바짝 긴장한 채로. 쏠리는 시선에 부장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정말 수고했고, 바로 퇴근하고 내일 봅시다."


 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인데,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만끽할 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순식간에 화색이 된 사원들. 그들은 각자 집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재휘씨. 태워줄게요. 같이 가요."


 회사 주차장을 지나가던 재휘에게 20대 후반의 늘씬한 여성이 운전석 창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기업 특성상 여직원이 적기에 여러 사원들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었다.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집에 가기 전에 들릴 데가 있어서요."


"설마 또 대리하러 가는 거에요? 6주동안 하루도 안 빼먹고 야근했는데?"


 여사원은 질렸다는 표정을 한 채 물었고 재휘는 긍정의 의미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재휘는 정중한 목례와 함께 자리를 떴다. 몸을 생각한다면 바로 집에 가서 쉬는 게 맞지만, 그는 돈을 더 생각했다.


'어차피 집에 가는 건 똑같은데, 한 푼이라도 더 벌면 좋지.'


 재휘는 핸드폰을 꺼내 대리운전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바로 오더가 뜨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술 장사 하는 곳이 많으니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을의 쌀쌀한 새벽바람이 피곤한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제서야 재휘는 자신의 몸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열이 있나?'


 그래도 그냥 집에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이 첫째, 차를 태워준다는 호의를 거절했던 것이 두번째 이유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끊긴 시간, 택시를 타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나온 오더. 재휘는 근처 고깃집으로 이동하며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보로 10분 가량이 걸리는 거리였다.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중년 남성을 발견한 재휘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리 부르셨죠?"


"그래. 왔구나."


 남자는 술에 취했는지 초면에 반말을 내뱉었다.


"학생 아녀? 젊은 녀석이 건실한 일을 해야지말이야. 이런 일 같지도 않은 거나 하고."


"네. 그래야죠. 차키 좀 주시겠어요?"


 재휘는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띄운 채 대답했다. 진상을 한둘 만나본 것도 아니고, 시비를 건다고 걸려줘봤자 아무 답도 안 나오기 때문이다. 빨리 실어나르고 가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재휘야아아!"


 그때, 등뒤에서 껴안는 감촉이 느껴졌다. 감각으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여자일 터였다.


"누구시죠?"


 자신을 끌어안은 팔을 치워내며 등 뒤를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여자였다. 그녀는 재휘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고급스러운 정장에 올려묶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키는 조금 큰 편이고 굉장히 여성스러운 몸매였다.


 회사원일까. 재휘는 열심히 기억을 뒤적였으나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어째서일까.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죄송합니다. 저희 일행이 많이 취했나보네요."


 역시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자의 일행인 모양이었다. 30대 초중반일까, 재휘와 동년배로 보일 법한 얼굴은 아니었다.


"아, 네."


 하지만 딱히 알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걱정하기에는 너무 빡빡한 삶이었다. 나이가 비슷하다면 어릴 적 알던 친구나 동창일지도 모르겠지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눌 여유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


"놔봐. 진짜 아는 사람이라니까? 야! 야!"


 남자가 여자를 데려가려 하자, 그녀는 남자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앞뒤로 취객이라니. 재휘는 손님, 아니 손놈을 무시했듯이 여자도 무시하기로 했다.


"차키 주세요. 어서 들어가셔야죠."


 재휘의 말에 손놈은 갑자기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따 대고 명령이야? 젊은 놈이 일 같지도 않은 일 하면서 탱자탱자 놀기나 하고!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 한 번 안 하고 일하고 있다 이 말씀이야!"


 손놈은 몸짓까지 해가며 분개했다. 취객한테 껴안긴 것 때문일까. 재휘는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려 애썼다. 정작 본인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여자이건만.


'제대로 진상이네. 하아.'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만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더러운 손놈이라도 싸워봤자 자신만 손해일 뿐이기에. 스스로를 죽이는 일은 이제 익숙하니까.


"저기, 혹시 대리 부르셨어요?"


 그런데 또 다른 대리기사가 나타났다. 40대 중반인 듯 말쑥한 인상의 사내였다. 재휘는 곧바로 상황을 판단하지는 못했다. 손놈이 말했다.


"네. 빨리 갑시다."


 그러더니 바로 차키를 꺼내 새로 온 대리기사에게 건넸다.


"잠깐만요."


 손놈이 욕을 해도 괜찮다. 진상을 부려도 좋다. 하지만 금전적인 손해는 감수할 수 없었다. 재휘는 짜증을 다 숨기지 못한 얼굴로 손놈에게 따져물었다.


"지금 두 군데서 대리기사를 부르신 겁니까?"


"어린 놈이 손님 앞에서 연애질이나 하고! 너는 프로의 자세가 안 됐어!"


"저 기사분이 지금 오신 거 보면 제가 도착하기도 전에 불렀던 거 같은데?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대리하는 놈들이 너무 느릿느릿하게 오니까, 제일 먼저 오는 놈이랑 가려고 했지."


 누가 봐도 명백한 손놈의 잘못, 하지만 관련 조항이 없어서 경찰을 불러봤자 시간만 날릴 뿐이다. 뒤에 온 기사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재휘는 미안함만으로 손해를 떠안아줄 생각따위는 없었다.


"그럼 제가 먼저 왔으니 저한테 맡기셔야죠."


"너는 안돼. 일하는 자세가 안 됐다니까."


 진상 취객이 드문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 심했다. 재휘는 주먹을 꽉 쥐며 인상을 구겼다.


"야! 내가 왜 모르는 여자야! 한재휘!"


 뒤에서 아까의 취객이 재휘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었다. 일행인 남자가 제지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재휘는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기 위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손놈만 상대해도 짜증나는데 취객까지 붙다니. 현실도 머릿속도 개판이었다.


"많이 취하셨습니다. 집에나 가시죠."


"정말 나 기억 안 나? 수아야. 정수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학창시절 친구라 해도 최소 6년은 안 본 사이. 딱히 기억 나는 것은 없었다.


"차는 한 대인데 기사를 두 명 불렀다는 건 명백한 손님 잘못이고, 개인사정으로 취소하실 거면 제가 여기까지 온 택시비라도 받아야되겠는데요."


 재휘는 수아를 무시하며 손놈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새로 온 대리기사 또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또한 사정이 있으니 이 새벽에 대리운전을 하고 있으리라. 쉽사리 양보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기사끼리 싸워봤자 죽도 밥도 안 되니, 재휘는 손놈에게 차비라도 받아 챙길 셈이었다.


"내가 돈을 왜 줘! 늦게 온 니 잘못이지!"


"제가 먼저 왔습니다만."


"아니, 넌 일하는 자세가 안 돼있다니까! 정신머리부터 똑바로 챙겨와!"


 이 답도 없는 진상을 어떻게 해야하나.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던 차에 또다시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당연히도 수아였고, 재휘는 등을 돌리며 짜증을 뱉어냈다.


"취했으면 집에나 들어가시라니까."


"내가 살게요."


"네?"


"대리운전하러 왔는데 손님이 없어져서 곤란한 거 맞죠? 그럼 내가 대신 고용할게요. 운전해줘요."


 수아는 가슴을 쭉 펴며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나름의 당당한 포즈일까. 어떻게 봐도 취한 사람일 뿐이지만.


 방금까지 그녀를 싸늘하게 대했던 재휘지만, 손님이 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만일 조건만 맞는다면 지금 상황을 깔끔히 해결할 수 있을 터다. 적어도 저 진상 손놈과 같은 차를 타는 것보다는 낫겠지. 재휘는 재빨리 계산을 끝내고 말했다.


"어디 사시는데요?"


"서초동이요."


"3만원 괜찮으시죠?"


"콜."


 수아는 방긋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가서는 또 말 바뀌는 거 아니야?'


 갑작스레 불안감이 엄습했기에 재휘는 덧붙였다.


"선불 되죠?"


"그래요."


 수아는 비싸보이는 지갑에서 신사임당을 한 장 꺼냈다.


"남는 건 팁. 갈까요?"


 재휘는 잊지 않고 손놈의 오더를 취소시킨 다음 수아의 차에 올라탔다. 검정색의 잘 빠진 세단, 값으로 치면 집 한 채는 너끈히 살 법한 외제차였다. 시동을 거는 사이 조수석에 수아가 쓰러지듯 들어왔다.


"벨트 매시죠."


"매줘어어."


 이정도로 만취한 인간을 태운다는 게 불안하기는 하지만, 팁도 받았으니 그정도 쯤이야. 그리 생각한 재휘는 몸도 못 가누는 수아를 대충 의자에 기대놓고 벨트를 매주었다. 얼굴을 보니 누군지 기억날 것도 같은데,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학창시절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똑똑. 출발하려던 차에 운전석 창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창문을 내리자 수아의 일행이었던 남자가 서있었다.


"기사님. 명함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보아하니 범죄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 모양이다. 워낙 흉흉한 세상이고 이해 못할 걱정은 아니다. 재휘는 흔쾌히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대리기사로서의 명함이 아니라 회사 명함이지만, 상관 없겠지.


 뚜르르르. 곧 재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명함을 받자마자 번호가 맞는지 확인한 것이다. 재휘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가 온 것을 보여줬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


 재휘는 창문을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 부드럽게 나아가고 가속도 매끄러운 것이 비싼 값을 했다.


'집까지 데려다줄 사이는 아닌가보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재휘에게 잡념이 몰려왔다. 수아와 그 남자의 관계 따위다. 잠시 옆을 돌아보니 수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잠든 모양이다.


 이내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재휘는 머릿속에서 그 잡념을 지워버렸다.


 휘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친구와 만난 일이 없다. 사실 졸업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양친을 잃은 남매를 가엾이 여긴,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네 아주머니의 호의. 그들의 관계를 두 글자로 정의한다면, 분명 타인이라고 적을 수 밖에 없겠지.


 이 이상은 도와줄 수 없겠다고 아주머니는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재휘는 호의가 권리인 줄 알 정도로 멍청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감사의 말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생각했을 뿐.


'쓸 데 없이 옛날 생각이 나네.'


 결국 학창시절에 좋은 기억따위 없다. 그때의 기억을 들이밀려 든다니. 별로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부우웅. 핸드폰이 잠시 떨리다가 멈추었다. 재휘는 신호에 걸린 사이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동생으로부터 메세지가 와있었다.


─오빠, 언제 들어와?


 동생으로부터였다. 홀몸이라면 기숙사제 공장이라도 들어가 몇 년 돈을 모았으면 됐을 테지만, 아직 어린 여동생이 있었기에 재휘는 집을 구해야만 했었다.


 그것은 몸을 괴롭게 하는 일이었지만, 마음의 기둥이 되어주기도 했다. 천애고아 신세를 면케 해준, 세상에 하나 남은 혈육.


 금방 들어갈 거야. 답장을 보낸 재휘는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목을 붙잡혔다.


"재휘 맞잖아! 프로필에 한재휘라 써있네!"


 어느새 깨어난 건지, 수아가 멋대로 그의 핸드폰의 화면을 훔쳐본 모양이었다.


"아니라고 한 적은 없는데."


"화신고 2학년 때 6반에 3학년 8반이었잖아! 2년이나 같은 반이었는데 정말 기억 안 나?"


"응. 안 나."


 재휘는 단호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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