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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니 감성 터지는 글이나 읽고 자자앱에서 작성

조은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10 03: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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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



이런 꿈을 꾸었다.



팔짱을 끼고 베갯머리에 앉아 있는데 내 옆에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던 여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곧 죽게 됩니다, 라고. 여자는 긴 머리를 베개 위에 늘어뜨리고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을 그 속에 감추고 있다. 새하얀 뺨에는 따뜻한 혈색이 돌아 발그스름하다. 입술의 색깔은 물론 붉은색이다. 나는 그녀가 도저히 죽을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말한다. 저는 이제 곧 죽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나 역시 여자가 이제 확실히 죽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여자에게 그래, 이제 죽게 된다고, 라고 여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물론 죽습니다, 라고 말하며 여자는 감겨져 있던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빛이 나고 있고, 긴 속눈썹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직 가운데 한 점만이 새까맸을 뿐이다. 그 새까만 눈동자 한구석에 내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투명할 정도로 깊어 보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런 상태의 눈동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베개 주위에 입을 갖다 대고, 죽는 건 아니겠지? 괜찮겠지? 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여자는 졸린듯한 눈을 크게 뜨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죽을 수 밖에 없는 걸요. 제게는 방법이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



자, 내 얼굴이 보여?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보이냐고요? 아, 거기 비추어지고 있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여자는 빙긋이 웃어 보인다. 나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어 베개로부터 얼굴을 들었다. 다시 팔짱을 끼며 나는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죽으면 묻어주세요. 큰 진주조개 껍데기로 구멍을 파서요. 그런 뒤에 하늘에서 떨어진 별 조각을 주워 묘비를 세워주시고요, 제 묘지 옆에서 저를 기다려주세요. 당신을 만나러 올 테니까요.'



나는 그녀에게 나를 언제 만나러 오겠느냐고 물었다.



'해는 매일 뜨지요. 그리고 다시 지게 되지요. 다시 해는 뜨고 지지요. 붉은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동에서 서로 떨어져갈 동안에 - 저를 기다려줄 수 있나요?'



나는 잠자코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여자는 조용한 태도를 바꾸어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말을 이었다.



'백 년동안 저를 기다려주세요.'



여자의 말에 결단의 빛이 역력했다.



'백 년 동안 묘 곁에서 저를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당신을 만나러 올 테니까요.'



나는 기다리겠노라고 대답했다.



이윽고 검은 눈동자 속에서 선명하게 보였던 내 모습이 사라졌다. 잔잔한 물살에 반사된 모습이 물살의 흔들림에 흐트러지듯 눈동자에서 내 모습이 사라지자 여자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나는 여자가 죽자마자 정원으로 내려가서 진조조개 껍데기로 구멍을 팠다. 진주조개 껍데기는 겉은 매끈매끈하지만 가장자리가 날카로웠다. 흙을 퍼올릴 때마다 진주조개 껍데기에 달빛이 반사되어 번쩍번쩍 빛이 났다. 습한 땅의 냄새도 났다. 구멍은 얼마 되지 않아 파였다. 나는 여자를 그 구멍 안에 뉘었다. 부드러운 흙을 여자 위에 뿌렸다. 흙을 뿌릴 때마다 진주조개 위로 달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별 조각을 주워 와서 가볍게 흙 위에 올렸다. 별 조각은 동그란 모양이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허공을 떨어져 내려오며 모난 가장자리가 매끈하게 다듬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조각을 보듬어 안고, 묘 위에 놓는 순간 내 가슴과 손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나는 이끼 위에 앉았다. 지금부터 백 년을 이런 자세로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팔짱을 끼고 동그란 묘비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여자가 말한 대로 해가 동쪽에서 떠올랐다. 크고 붉은 해였다. 그 상태에서 역시 여자가 말한대로 해는 서편으로 졌다. 둥근 그 상태에서 떨어졌다. 나는 '하나' 하고 헤아렸다.



시간이 흐르자 해는 다시 느릿느릿 떠올랐다. 그러고는 아무 소리도 없이 서편으로 잠겨 갔다. 나는 '둘'' 하고 수를 헤아렸다.



이런 식으로 헤아려 가다보니 붉은 해를 몇 번이나 보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헤아려도 해는 그치지 않고 내 머리 위를 지나쳐갔다. 그래도 아직 백 년은 오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이끼가 낀 둥근 돌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자에게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돌 아래에서 파란 줄기가 내 쪽을 향해 뻗쳐왔다. 주시하고 있는 동안에도 줄기는 계속 자라서 내 가슴 부분에 와서 멈췄다. 흔들리는 가늘고 긴 줄기 끝에 한 송이 꽃봉오리가 꽃잎을 열었다. 새하얀 백합 한 송이가 내 코앞에서 진한 향기를 풍겼다. 먼 하늘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자, 꽃은 자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흔들렸다. 나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찬이슬을 맞은 백합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백합에서 입을 떼며 먼 하늘을 바라보니 새벽 별 하나가 자기 혼자서 반짝이고 있었다.



백 년은 이미 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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