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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175.194) 2018.02.19 20:46:20
조회 943 추천 22 댓글 8

에, 음, 부끄럽지만..



- 응니야앗~


처음으로 내 보는 고양이 소리는 생각보다도 더욱 고양이 같아서 흠칫, 하고 말았다.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거람.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과제는 성실히 해야한다는 마음에 조금 더 고양이 소리를 흘려보았다.


아까 학교에서 폴리나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 끝에, 교수님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류보비와 같이 고양이 합주곡을 불러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오셨던 것이다.


그래서, 성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도 류보비처럼 고양이 흉내를 내보는 것이 어떨까, 라는 폴리나 교수님의 말을 되새기며 텅 빈 연습실에서 쭈뼛쭈뼛 엎드려 보았다. 차가운 연습실 바닥의 냉기가 손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약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어쩔 수 없다.


- 니, 니야아아?


약간은 갸날프고, 맑은 목소리로 새끼고양이가 우는 것처럼 고양이 소리를 내다보니 절로 얼굴이 빨개졌다. 이것은 내 안에있는 인간 존엄을 조금씩 깍아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고양이 소리에 익숙해져야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류보비와의 연습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겠지.


바로 그 순간, 내 소중한 곳에 축축한 무엇인가가 쿡 찔러왔다.


- 히에엣!!


깜짝 놀라서 뒤를 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빨리 킁킁대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무언가 북실북실한 커다란 덩어리가 내 위에 슬쩍 올라탔다.


- 에, 에에? 벨카?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좀전까지 연습실 한 구석의 벨카 전용 방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담. 자꾸 흘러내려 눈 앞을 가리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나는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로 고개를 돌려 벨카를 바라보려고 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자세인데다가 내 몸무게와 거의 비슷한 덩치가 나를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일까, 한 손을 떼기가 무섭게 나는 앞으로 밀려 연습실 바닥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묵직한 체중이 내 등뒤에 실리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가 없다.


- 벨카! 장난이 심해요!


어떻게든 바둥거리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갸냘픈 내 팔은 뇌에서 내리는 명령을 수행할 힘이 없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팔과는 달리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몸. 그리고 킁킁대는 벨카의 뜨거운 콧김이 내 귓가의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평소와는 무언가 다른 움직임이다. 뒤를 돌아 볼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 자세는 너무 불편하다. 얌전하던 벨카가 갑자기 왜..?


- 장난은 그만.. 벨카?


- 그르르, 그르르릉..


항상 하던 장난이 아닌, 맹수가 나직히 내는 울음소리.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끼쳐왔다. 옛날 개의 조상은 늑대에서부터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수 많은 세월동안 인간과 부대끼며 야성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지금 벨카는 자신의 조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마치, 피식자를 깔아뭉개고 탐하려는 포식자처럼..!


하지만 갑자기 왜?!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단 하나, 내가 고양이 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런다고?


패닉 상태에 빠져 당황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벨카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듯 했다. 몇번,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혓바닥으로 내 귀와 목덜미를 핥던 벨카는 곧장 얇은 파자마를 물고 찢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뜯어져 나간 옷가지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나신에 벨카는 다시금 혀를 달렸다.


- 히야아앙?!


평소처럼 손이나 얼굴을 핥는게 아닌, 난생 처음 느껴보는 등을 따라 길게 핥아 올라가는 벨카의 혓바닥은 너무나 큰 자극이어서 나도 모르게 마치 고양이같은 이상한 신음을 내고 말았다. 당황도 잠시. 이대로라면 안된다고 내 뇌리에 경종이 울린다.


- 벨카, 잠깐 진정해요. 안 돼!


낑낑대며 팔을 허우적 대봐도 묵직하게 얹혀있는 덩치는 꼼짝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치켜올라간 내 엉덩이에 무언가 단단하고 길쭉한 것이 끈적하게 닿아온다.


- 안돼요! 벨카! 이러지 마!



베르체노바 저택 한쪽, 굳게 닫힌 별채의 연습실 안에서 미세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간드러지는, 울음소리와도 비슷한 소리였다.


======


- 어머나, 언니! 하루만에 이렇게 고양이 소리를 완벽하게 내시는 거에요? 역시 이쪽에 재능이 있으신 거네요!


활짝 웃으며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자그마한 소녀를 보며 나는 큼, 큼 하고 목을 골랐다.


- 그러게. 미하일이 기대하던 학생 다워. 정말 한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듯 하잖아? 대체 무슨 연습을 하면 하루만에 이렇게 될 수 있는 거니?


처음에는 약간 시큰둥하던 폴리나 교수님은 내 고양이 소리를 듣더니 깜짝 놀랐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셨다. 어느새 류보비도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두 사람의 눈망울을 보니 차마 어제 있던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 그냥, 제가 동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연습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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