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자동차 안 푹 눌러 쓴 캡모자를 막 벗은 중희와 어떤 생각인지 읽을 수 없는 미영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자주 이 차를 함께 타고 다녔지만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 . .

"미영아 "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걸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영이 무서웠고 겁이 났다.

"안배우님.."

그리고 미영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설레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두려워서..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사실이 되었다. 미영은 중희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사건의 발달은 열애설이었다.  



"작은언니랑 중희오빠 열애설 기사떴어!"

"진짜 어디어디??"

라영의 쩌렁쩌렁한 한마디에 온 식구가 모였다. 중희는 너무 놀라 라영의 핸드폰을 뺏듯이 잡아들고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다.

기사는 꽤나 구체적이였다. 이름만 안실려있을뿐 미영이의이름만 없을뿐 신분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서술되어있었다. 게다가 개인사와의 연결점까지 언급되어 있었다.  사악하면서 치졸하게 마지막 딱 한줄로. .


"안중 이거 어떡해? 괜찮을까?"

"미영아 절대 집에서 나오지마. 갔다올께"

"연락주세요 안배우님"

오히려 핸드폰 흔들며 인사하고 안배우님에 맞춰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중희는 알았노라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물론 걱정되었지만 중희를 믿었기에 차분하게 다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과연 3분도 지나지 않아 개인사와 신분에 관한 설명이 전부 빠지고 일반인 A씨로 남겨졌다.

"강제로 공개연애로 전환되는건가?"

"중희오빠가 연예인이라는걸 자꾸 까먹어. 우리 언니 연예인 만나는 대단한 사람이었네"

농담을 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신속한 기사 정정과 그 전에 겪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다들 어느정도 면역체계와 대응요령이 생긴탓이였다. 한수 역시도 어느정도 진정된 상태였다. 그 사이에 미영이에게 중희의 문자가 왔다.

\'이제 곧 있으면 열애인정 기사가 나갈꺼야. 너랑 다른 가족들 모두 댓글들 보지말고 있어. 저녁쯤에 갈께. 사랑해♡\'

이미 유주가 공유기 선을 뽑아놨다. 여유가 생긴 미영은 고생하고있을 남자친구에게 답문을 보냈다.

\'조심히 들어와요 사랑해요♡\'

분명 놀라긴 했지만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각오했던 부분이 아니었던가. . . .  중희가 집에 올 때 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중희는 저녁에 돌아왔다.



"아깐 정말 놀랐어요. 내 자신을 기사로 보게 될꺼라 상상도 못했는데"

"괜찮아??"

오랜만에 둘이서 나란히 옥상 벤치에 앉아 맥주를 한캔씩 마셨다. 중희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는지 걱정어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었다. 손을 맞잡는 순간마저도 깨지기쉬운 도자기를 만지듯이 조심스러웠다.

"한번은 겪을 일이잖아요. 차라리 지금이 낫지 작품 들어갈 때 터졌으면 뒷감당을 더 못했을꺼에요"

위축되어있는 그 모습이 싫어 평소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그까짓 기사가 뭐라고 내 남자를 이렇게 만드는건지..

"그래도 이제부터 떳떳히 다닐 수 있잖아요.우리 어디 가볼까요?"

미영이 제대로된 데이트도 못해봤단 사실에 미안함은 배가 되었지만 신경쓰는것같아 애써 괜찮은척을 했다.

"남들 가는 영화관 공원 산책 다 해보자"

"맛집도 가고 카페도 가요 요기 디저트카페 맛있대요"

아직 신경쓰이는것도 태산이였지만 당장은 서로밖에 보이지않아 행복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잘려고 이불을 깔고 눕자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중희가 이젠 베스트 댓글정도는 봐도 될것같다 그러니 핸드폰을 켰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예쁜 사랑하세요.축하드려요. 연예인도 사람인데 연애할수도 있지... 등등

과거에 중희가 공개연애 하고싶어 할 때 좀 더 빨리 오픈할껄 그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단 당장은 너무 많은 생각 않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지도 않고 내일에 일은 내일에 맡기기로 했다. 여기까진 행복했다.. 딱 여기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