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우리 생활 전반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펼치는 음식중에 하나다. \'김치에 라면 없으면 무슨 맛으로\'라는 가사에서
도 알 수 있듯이 라면이라는 것은 이미 상당기간 우리의 삶에 뿌리를 박고 우리와 함께 생활해오고 있다. 라면은 한국인
이였고 한국인은 라면이였다.

라면은 그 영향 범위가 무척이나 넓다. 오늘도 라면으로 생계를 떼우는 고시원 학생들을 비롯해서 추운 몸을 달래기 위
해서 라면을 끓여먹는 사람, 학교 수업 끝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하는 그 즐거움은 이미 체험한 사람들에게는 할
머니가 말하는 전래동화 그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한 친숙하고 오래된 절친같은 라면을 그대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면을 쳐먹는 것에 집중해왔지 라면을 라면 자체
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수반되어오지 않았다. 설렁탕 하나도 세미오틱스에서는 하나의 기호 체계로서 분석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논문의 테마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라면이 못될 것도 없다. 라면은 오히려 더 깊게 연구되어야할
무었이다. 그럼에도 대중의 라면의 인식은 그냥 간편히 몸 망쳐가면서 쳐먹는 싸구려 음식이라는 개념의 틀 밖에 그들의
머리속에 담고 있지를 못하다.

면발 형태의 음식은 중국이 원조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가공화된 인스턴트 라면은 바로 우리의 옆나라 일본이 원조
인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인스턴트 라면 원조로 착각함.) 라맨 (ラーメン)도 일본에서 유명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먹는 라면과 1:1 함수 관계에 있는 음식은 아니다. 라맨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또 다른 글이 필요함으로 그 설명은 차후에
하도록 하자.

한국의 최초의 라면은 바로 순규라면, 삼양라면이였다. 최근에도 삼양라면 클레식 버전이 판매되어 시중에서도 그 맛을
체험할 수 있다. 판매 초기에 라면이라는 음식은 한국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라면이라는 것 자체에 무지가 그 원인
이였다. 하지만 이후에 라면은 인사이더로 군림하게 되는데 이유는 정부의 라면 장려 정책 덕분이였다. 쌀이 귀한 시기에
라면이라는 존재는 식량 부족을 해결할 하나의 수단으로 강구되었고 이는 라면을 쳐먹자라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는 음식으로 라면이 대접받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봉지라면에서 컵라면으로의 전환은 호돌이가 88년 올림픽에서 대가리 돌리던 바로 그 전해쯤에 출시가 되었다. 실로
컵라면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컵라면은 나오자 마자 시중에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호돌이가 대가리 돌리던 시절
부터 부동의 원톱으로 부상한 라면이 있으니 그것이 그 유명한 신라면이다.

나처럼 유학을 다녀왔거나 현지에 가 있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어느 개깡촌을 가도 신라면은 있다고. 내가 미국을 가서
처음 본 것은 삼성 TV도 아니고, 현대 자동차도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인도인이 운영하던 슈퍼마켓 한모퉁이를 당당히
점거하고 있던 신라면이였다. 신라면은 그야말로 인스턴트의 신이였다. 중국애들도 한국을 비판해도 신라면은 비판하지
를 않았다. 그것은 분명 아시아의 자존심이였다. 조금 과장일지 모르지만 커리(카레)가 인도애들의 음식을 대표했다면
개고기를 비하받고 김치냄새로 공격당하는 한국 음식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신라면이였다.

신라면의 상승세는 무시무시했다. 그 매울신이 그려진 뻐얼건 봉지만 봐도 수많은 기호체계를 담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
우리의 혀를 살랑 살랑 마비시키는 코브라로서 첨병 역할을 해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라면은 이전에도 밝힌적이 있지만 \'뉴면\'이라고 하는 시대를 앞서간 역대 최고의 라면이였다. 뉴면은 라면계의
호나우딩요였다.

아무튼, 라면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라면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라면을 가장 많이 쳐먹는 것은 한국이다. 일본
인은 라면을 크게 음식 카테고리에도 넣지를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라면을 쳐먹고 있는데 이미
중국은 일본의 라면 생산량을 뛰어 넘었다. 술쳐먹는걸 러시안들에게 내주었던 한국인들에게는 라면 쳐먹는거까지 짱
골라님들에게 양보하게 되면 우리의 자존심 2개가 사라지는 것이 된다. (물론 조크)

이정도의 라면 지식이 있어도 어디가서 라면 박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라면석사 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