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긴장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하필 토트넘 홋스퍼와 엮였기 때문이다. 전력상으로는 토트넘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도르트문트지만, 한 개인 때문에 꿀벌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손흥민 때문이다.

손흥민은 유럽 데뷔 클럽인 함부르크 SV 시절부터 유독 도르트문트에 강했다. 시작은 2012-2013시즌이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4라운드에서 만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날렵한 헤더와 정확한 왼발 감아차기가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거푸 흔들었는데, 왼발 감아차기는 요새 들어 ‘손흥민 존’이라고 불리는 그 구역에서 생성됐다. 그 경기 도르트문트의 선발 라인업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마르코 로이스·마리오 괴체·이반 페리시치·마츠 후멜스 등이었다.

그리고 그 시즌이 끝나기 전, 손흥민은 도르트문트를 한 번 더 좌절시켰다. 21라운드에서 함부르크와 다시금 마주친 도르트문트는 손흥민에게 ‘또’ 멀티골을 허용했다. SON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 득점이 ‘또’ 나왔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2012-2013시즌을 리그 2위로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함부르크에만 두 번(2-3, 1-4)을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 아픔을 손흥민이 선사했다.

그 즈음 손흥민에게 ‘양봉업자’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도르트문트의 상징이 꿀벌인 데 빗대어, 누군가 손흥민을 벌을 다루는 일을 하는 양봉업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절묘한 단어 선택이었다.

양봉업자의 꿀(득점) 재배는 2013-2014시즌에도 계속됐다. 손흥민은 바이어 04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겼지만, 그곳에서마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골키퍼 로만 바이덴펠러를 제치는 완벽한 득점으로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독일에서의 도르트문트 사냥이 끝나자,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적을 옮겨서 도르트문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2015-2016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만난 도르트문트는 또다시 손흥민에게 한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2017-201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토트넘과 같은 그룹이 된 도르트문트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손흥민에게 실점했다. 그들에게 손흥민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넣은 골은 총 여덟 골이다. 이는 손흥민 커리어에서 그가 ‘한 구단을 상대로 성공시킨 최다 득점’이다. 손흥민은 레스터 시티·하노버·사우스햄튼·왓퍼드·마인츠 등을 상대로도 적잖은 골(각각 4골)을 넣었지만, 도르트문트의 여덟 골은 정말 독보적인 기록이다.

토트넘은 도르트문트와 오는 2월 14일(이하 한국 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16강 1차전을 갖고, 3월 6일엔 지그날 이두나 파크로 넘어가 2차전을 갖는다. 도르트문트가 가장 쉬웠던 손흥민이 이번엔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이번에마저 손흥민에 실점할 시 정말 끔찍한 기억을 안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