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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시리즈 3차창작] 왕을 위한 연극 (5) 만남을 위한 이별 (下)

그렇지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13 23:25:46
조회 4764 추천 127 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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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남을 위한 이별 (下)

"정말 저를 만난 걸 후회하나요?"

저는 여왕님을 속이고 상처입히고

눈물까지 흘리게 했습니다."


"아니요."

"제가 물어본 건 당신의 생각이에요."

"정말로 날 만난 걸 후회하나요?"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이상하네요."

"왜 자꾸 당신이 거짓말을 하는 거 같죠?"

"연극은 끝났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마음에 닿고 싶어요."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제 이야기 들어볼래요?"

"눈의 여왕에 관한 이야기."

"한 여왕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 눈의 여왕에게서 차가움을 느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여왕은 한 신하를 만나고 점점 녹아버렸다고 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 때문에 웃는 일이 많아졌거든요."

"그런데 재밌는 건 웃고 있는 건 그 여왕만이 아니었어요."


"당신도 미소 짓고 있었잖아요."

"제 눈에 비친,

제 기억 속의 당신은 행복했어요."

"마치 동화를 보는 어린아이처럼…."


"처음 뽑은 직속 신하가 간첩이라니 정말 웃지도 못할 일이죠."

"그래도 당신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당신이게 남은 것이 원망뿐이라면 그것도 거짓말이에요."

"굳이 기쁨과 고통 어느 쪽이 더 크냐고 한다면

저는 기쁨을 택하겠어요."


"정말로 괴로웠다면 미안해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정말로 저를 만날 걸 후회하나요?"


여왕님….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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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여왕님과 함께 웃고 떠들고,

여왕님과 함께 산책을 하고,

여왕님과 함께 여행도 떠나고,

여왕님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 만큼 행복했어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어나서 그렇게 행복했던 건 처음이었어요."

"왜 잊어버렸던 걸까요?"

"여왕님이 저에게 준 건 고통만이 아닌데…

매일 느꼈던 만나기 전의 설렘,

함께한 즐거움,

제게 주신 따스함,

소중한 추억

그리고 지금의 아련함까지…."


"이 모든 걸 전부 저에게 주셨는데…."

"고통 따위는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닐 정도로 많은 걸 저에게 주셨는데…."

"왜 바보같이 잊어버렸던 걸까요?"


"저는 여왕님과 눈 뜨고 숨 쉬고 싶어 모든 걸 버렸습니다."

"여왕님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럴 리가 없었겠죠."

"이 만남은 저에게 소중합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여왕님과의 시간은 단 한 순간도 양보할 수 없어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여왕님과 만난 것."

"여왕님을 사랑하게 된 것."


"분명…

또 다시 여왕님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이렇게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아니 이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여왕님을 만나는 걸 선택할 거예요."

"그리고 또 다시 여왕님을 사랑할 거예요"


"저는 여왕님을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몇 번이라도 어느 상황에서라도

심지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이 반복되는 한

저는

여왕님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선택하겠어요."


"인연을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지 않아요."


"죄송해요."

"거짓말해서…."

"괜히 어리광부려서…."


"다행이에요."

"절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서​…."

"그리고 고마워요."

"내 앞에 나타나 줘서

나를 만나는 걸 선택해줘서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저랑 만난 걸 후회하지 말아 주세요."

"후회만 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아요.

"그러니 부디 자신을 미소 짓게 했던 것을 후회하지 마세요."


"그리고 기왕이면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듣고 싶은데요."


감사합니다."

"여왕님 저를 뽑아주셔서

아니 제 삶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줘서…."


여왕님과 마지막으로 만났어.

이걸로 됐어….

마지막까지 여왕님만으로 가득 채울게요.

오직 여왕님만으로….


"마지막으로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아까 거짓말을 한 게 또 있어요."

"저를 잊으라고 한 거

사실은…

저를 그리워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기뻐서 웃고 있을 때도

갑자기 제 생각이 나서

슬퍼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네요."

"하하, 역시 그렇겠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일 거니까."


"네?"


"방금 당신의 말을 듣고 확신이 섰어요."

"도망가세요."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여태까지 제가 한 일을 잊어버리신 건가요?"

"아니요. 전부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저를 용서하실 수가 있습니까?"

"저는 여왕님을 위험에 빠뜨렸던 사람입니다."

"나는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저를 선택했잖아요."

"역설적으로 저를 살린 건 당신이에요."

"내가 그랬잖아요."

"결국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모든 걸 다 무마시킬 만큼…."


"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날 구하는 거였다면

제 마지막 선택은 당신이에요."


"여왕님 진심이십니까?"

"장난 치지 마세요."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미친 짓 해보는 거죠."

"오히려 당신이 한 희생에 비하면 이건 초라하기까지 한 걸요."


"기왕이면 기쁜 일만 같이 하면 좋겠지만

인생이 항상 그렇지는 않잖아요."

"슬픈 일도 굳이 경험해야 한다면

당신과 같이 이겨내고 싶어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초콜릿 박스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라면 뭐가 나와도 웃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속였지만

내가 당신을 신임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에요."

"흔들림 없이 올곧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당신의 말을 들을 때는 이상하게도 망설임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객관적으로 봐도 당신은 참 일을 잘했죠."

"좋은 신하를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처음은 실수지만 다음부터는 잘못이라고

다음은 없어요."


"저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도 과분한 존재입니다."

"지금 괴로우시다면 전부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저를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에게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인연이라고 말한 건 당신 아니었나요?

"만약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조그마한 우연이 모여서 깊은 인연이 되는 거죠."

"그리고 다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당신을 살리는 게 합리적인 거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이제 모든 걸 버렸어요."

"저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제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를 위해 살아주세요."

"하지만 이제 저는 예전처럼 여왕님을 마주할 수 없어요."

"저는 여왕님을 속이고 상처 입혔습니다."

"알고 있어요."

"이제 저도 xxx를 볼 생각은 없어요."

"네?"

"시작을 위해서는 끝이 필요한 법이죠."

"법정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진 순간

서류상으로나 제 마음속에서나 이미 xxx는 죽었어요."

"대신 새로운 이름을 줄게요."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세상이 당신을 듀크 가의 13번째 노예라던가

사람을 속이기 위해 받은 xxx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거 용납할 수 없어요."

"제가 용서 안 해요."

"진정한 자신을 시작하기 위해

이전의 자신을 끝내세요."

"타인을 위한 연극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시작하도록 하세요."

"누군가를 위한 꼭두각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는 거예요."

"나를 위해 그래 줄 수 있죠?"


"왜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얼마나 더 저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그거 알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한눈에 봐도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에게 안 가시면 안 되느냐고 여쭤봤을 뿐

좀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건 여왕님 잘못이 아닙니다."

"여왕님은 일이 그렇게 될 줄 모르셨지 않습니까?"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몰랐다고 하더라도

만약 내가 그때 망설이지 않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말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아직도 저를 괴롭혀요."

"그런데 내일이 되면 당신이 죽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죽어버린다면 이후에 제가 받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망설이면 안 돼요."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아도 모자라요."

"더 이상 소중한 걸 잃고 싶지 않아요."

"더는 망설이지 않을래요."

"이미 당신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결국 모든 게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한 것이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도 그랬잖아요."

"이제 더 이상은 소중한 걸 잃기도 소중한 사람을 앞에 두고 망설이기도 싫어요."

"망설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아요."


"저와 여왕님은 어깨에 지고 있는 무게가 다릅니다. 잃는 것의 무게가 비교할 수가 없다고요!"

"여왕님은 계속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하셔야 합니다!"

"모두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곳에 갈 수 없어요."

"저 같은 노예는 여왕님과 함께 높은 곳을 향할 수 없어요."

"여왕님의 발목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여왕님에게 저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이제 기다리는 건 질렸어요."

"자신과 같은 출생은 높은 곳에 갈 수 없다라

당신의 그 결론은 귀납적 추론에 의한 거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귀납적인 추론에 의한 결론은 거짓임을 증명하기가 굉장히 간단해요."

"반례가 하나만 생기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이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세요."

"제가 당신을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옳았다는 걸 보여주세요."

"그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몫이죠."

"그리고 위즐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아렌델에서는 아렌델의 법을 따라야죠."

아렌델에서 신분이라는 게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죠.

정무 대신을 뽑을 때도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게다가 당신은 위즐턴에서는 노예였을지 몰라도 아렌델에서는 아니잖아요."


"지금 여왕님은 제정신이 아니신 거 같아요."

"언제나 이성적인 여왕님답지 않아요."

"전혀 합리적이지 않아요."


"맞아요."

"저는 단지 당신을 살리고 싶어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제가 말했잖아요."

"이성은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저의 이 감정은 변하지 않아요."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

여왕님은 손가락으로 나의 오른팔을 가리키셨다.

"저와 함께 있고 싶다는 감정 때문에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진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전혀 설득력 없는 거 알죠?"

"변치 않는 건 없어요."

"지금 여왕님의 그 감정도 변치 않을 수 없어요."

"변치 않는 게 없다면

변치 않는 게 없다는 그 사실도 언젠가는 변하는 거 아닌가요?"

"변한다고 하더라도 아니 실체조차 없는 허상이라고 할지라도

무지개를 좇던 소년에게 남은 것이 과연 허탈함과 후회뿐일까요?"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겁니다."

"만남은 이별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만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집니다. 그게 운명이니까요."

"때로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만일 일이 잘못되면 여왕님은 너무나 많은 걸 잃으실 겁니다."

"간첩을 풀어준 왕이라니…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울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워하지 마라."

"현실에 너무 겁먹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라."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이 말을 저에게 해준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요?"

"말했지만, 운명 같은 거 저는 믿지 않아요.

아니 스스로 바꾸는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지 마세요."

"미래는 현재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면

당신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내 선택은 당신이에요."

"이게 지금 제 감정이 내린 결론이에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이 선택은 변하지 않아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어요."

"그리고 조금 더 그 행복 누리고 싶어요."

"이게 제 욕심이에요."

"누라 뭐래도 제 마음이 이걸 원해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아무리 그래도…."


"아까부터 계속 저와 같이 있기를 거부하는데

혹시 벌써 제가 싫어졌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줄곧…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할 거예요."


"그럼 뭐가 문제죠?"

"그건 여왕님의 행복이 아닙니다."

"여왕님은 단지 외로우셨던 겁니다."

"저는 여왕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없어요."


"무례하네요."

여왕님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언제나 내가 먼저 양보했었죠."

"왕의 직속 신하가 왕에게 말 한마디를 안 졌었죠."

"물론 고집 센 그 성격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네요."


"내 행복은 내가 정해요.

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 정해줄 수 없어요!"

"당신도 많이 변했네요."

"많이 당돌해졌네요."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저한테 말도 못 걸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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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당신 몇 살이에요?"

"가면 보면 저보다 어려 보이는데 맞죠?"

"네, 뭐…."

"그런데 무슨 말만 하면 꼬박꼬박 말대답이나 하고

위즐턴에서는 간첩을 보낼 때 예절 교육도 안 하고 뭐 했는지 모르겠네요."

"다시 만나면 제가 다시 엄하게 예절 교육 좀 해줘야겠네요!"


"후…."

"있잖아요…."

"여행 갔던 날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내 생에 그때처럼 아름다운 날이 또 다시 올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코로나 왕국의 푸른 바다와 밤하늘을 수놓았던 연등

기억나죠?"

"아니요. 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날 바다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불빛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저는 오직 여왕님만 보고 있었으니까요……."


"사랑해요.

제 목숨보다도 더…."

"뭔가 멋진 말 하고 싶은데 제 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죠."

"당신은 이미 저에게 보여줬어요."

"당신은 이미 저에게 감동이에요."

"저는 아직 여왕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이미 저를 위해 당신의 모든 걸 줬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요.

저는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요.

갈 곳도 아무것도…

앞이 칠흑같이 어둡기만 해요.

나아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요!"

"보이는 것만 믿지 마세요.

믿어야 보이는 것도 있어요."

"믿음이란 이해와 달라요. 당연한 걸 믿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모두가 저를 괴물이라 부르며 포기했을 때

안나만은 굳은 의지로 저를 믿어주었죠."

"길이 안 보일 때

누군가 자신을 굳게 믿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안나가 가르쳐 줬어요"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믿어줄게요.

그러니 부디 당신도 자신을 믿어주세요."

"처음에는 그걸로 충분해요."


여왕님은 내게 와락 안기셨다.

"있잖아요…."

"나는 말이에요

행복했어요.

나는 쭉 행복했어요.

당신을 만나게 된 후부터 쭉…"

"나의 행복은 말이에요

당신이에요.

당신 곁에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그러니까 영원한 건 없다던가 그런 슬픈 말 하지 말아요."

"설령 변해버리고 만다고 하더라도

소중히 해요 지금 이 감정."

여왕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울지 마세요."

"이제 다시는 여왕님의 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가라고 할 때 가야지 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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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 원래 안 울려고 했는데…."

"신하한테 부끄러운 모습을 두 번이나 보였네요."

"다 당신 때문이에요."

"목숨 걸고 책임지도록 하세요."

"하지만 이제 나의 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서로 속이는 것도 상처 입히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 될 테니까요."


"모든 건 두려운 것이죠. 두려워 때까지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겁주는 건 상상이에요."

"지금은 힘들어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모든 게 우스울 정도로 작아 보일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야기도 웃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제 마법처럼 말이죠."

"과거의 불행이 항상 영원한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저주라고 생각했던 마법 덕분에 지금 당신을 구할 수 있어요."

"마법 덕분에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요."

"정말 기뻐요…."

"만남이 이별의 또 다른 이름이라면

이별도 만남의 또 다른 이름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여왕님은 나의 눈을 바라보시면서

내 뺨을 어루만지셨다.

"전에 여행 갔을 때 나한테 하고 싶은 거 없냐고 했었죠?"

"지금 하고 싶은 거 생각났어요.

숨바꼭질."

"북쪽 산으로 가서 숨으세요.

이미 바다는 얼려뒀어요.

언제 녹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바다가 녹기 전에 빨리 가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대신 아무도 찾지 못하게 잘 숨으셔야 해요."

"그래도 저를 위해서 조금의 흔적은 남겨두세요."

"그리고 다시 만나는 그 날, 새로운 자신이 되어 있으세요."

"아, 이번에 잡히면 다신 안 놓칠 거니까

각오하시는 게 좋아요. 후후후."


나도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만나면 정말 할 게 많네요.

예절 교육도 받아야 하고 기하학도 배워야 하고…."

"숨바꼭질 잡힌 벌칙이에요."

"좋아요.

전부 기꺼이 받을게요."


여왕님을 창밖을 바라보셨다.

"여행 갔던 날처럼

제 생애 그처럼 아름다운 날이 또 다시 올 수 있겠죠?"

"약속할게요."

"다시 만나는 그 날 모든 걸 버리고

여왕님 곁에서…

남은 시간을 걸어갈게요. "

"언제나 무엇이든

함께해요…."

"아, 그리고 이거."

여왕님은 나에게 회중시계를 건네셨다.

엘사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다.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했었죠?"

"그러면 저의 시간을 당신에게 줄게요."

"당신과의 기억은 나에게 있어서도

한순간도 양보하기 싫은 추억이니까요."

"처음 그 순간

나를 만나는 걸 선택해줘서 고마워요."

"제 신하가 되어줘서

아니 제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아직 저도 혼란스러워요."

"그런데 이 선택이 틀릴 거 같지는 않아요."

"생각이 다 정리되면 새로운 당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들고

이번에는 제가 만나러 갈게요.

그때 제 시계를 돌려주세요."

"조금 긴 이별일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죠?"

​여왕님은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따스하다.

"네 아무리 길어도 상관없어요.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영원히…."

손을 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셨다

열린 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준비됐나요?"


"네"

"문은 열어뒀어요."


"이제 정말 갈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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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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