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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단편]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211.218) 2014.06.29 20:16:49
조회 273 추천 6 댓글 3

사랑하는 나의 딸, 아나에게

더 이상 너에게 직접 말을 할 수 없기에 이 편지를 쓴다. 네가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 버렸구나. 이 편지를 쓰려고 시작했을 적에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적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뭐라고 써야 할지 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펜을 잡고 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구나. 일단은 너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마. 너는 정말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로 자라주었구나.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테고, 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을 테지. 물어보고 싶은 것도, 내가 알려주지 않아서 야속했던 것도 있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엇나가는 일 없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자랑스러운 딸로 있어주었단다. 나에겐 너의 모든 행동이, 모든 모습이 큰 기쁨이었단다. 네가 태어나던 날, 네가 혼자 힘으로 일어서던 날,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던 것-네 엄마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 밖으로 나갔다가 크게 다쳐서 돌아왔던 날, 집안 장식품을 다 망가뜨려놓고 거짓말 한 날, 네 엄마를 묻었던 날, 네가 심하게 아파서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하던 날... 혹,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 테지만 나는 모든 일들이 마치 어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억이 난단다.

도,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요즘 들어서 내가 너에게 정말로 부족한 아비였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내가 너에게 감추었던 것들을 보여주었더라면, 내가 너에게 좀 더 많은 것을 하게 해주었다면, 내가 너를 조금만 더 이해해 주었더라면, 내가 아니라 아내가 널 키웠으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구나. 네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행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 내가 너를 위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다 내 욕심이었고 너에게는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구나. 그저 잘 하고 싶었을 뿐인데, 조금 더 잘 돼 보려고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잘 안됐다. 그리고 그 동안 너에게 해주지 못한 것, 해주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을 것 같구나.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너와 더 많은 시간을 지내지 못해 준 점. 너의 버릇이 나빠진다고 일부러 거리를 두고 엄하게 대한 것. 너를 믿지 못하고 하나하나 다 간섭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사랑한다고, 정말로 널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해주지 못한 점이란다. 이렇게 편지로써는 차마 다 전하지 못할 나의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알려 줄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내 딸아, 이 아비가 정말로 미안하고 네가 정말로 고맙구나. 너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사실이 너무나도 내 가슴에 몰아치고, 너의 웃는 얼굴, 너의 목소리, 너의 그 온기를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나의 마음은 갈라지는 얼음과도 같구나.

이 이상 하면 감정이 격해져서 오히려 더 나빠질 것만 같아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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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정말로, 그리고 정말로 사랑을 담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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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아나, 정말로 정말로 사랑한다.

남자는 편지를 관 속에 누워있는 소녀의 손에 쥐어주고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녀는 그토록 입어보길 원했던 하얀 블라우스에 초록색 조끼와 치마를 이제야 입어보았지만 더 이상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남자는 그렇게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게 된 장의사가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한다고 말할 때 까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장의사는 남자가 물러서고 난 뒤 관을 닫고 못질을 하기 시작했다.

급성 폐렴.

그것이 남자의 딸이 나무침대 대신에 차가운 나무관에 누워 잠을 자게 된 원인이었다.

그녀가 평소에도 지병이 있었다던가, 아니면 허약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그녀의 어머니도 같은 병으로 죽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유전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불운들이 뭉쳐서 그렇게 된 것 뿐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장작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었다.

그로인해 소녀가 이웃에게 장작을 빌리러 가면서 밥이 조금 늦게 된 것 뿐이었다.

그로인해 소녀가 아빠에게 점심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에서 나선 순간이 평소보다 아주 조금 늦었을 뿐이었다.

그로인해 소녀가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지름길을 택했다.

다만 한 가지, 그날은 아비가 일을 빨리 끝마치고 그냥 내려오는 길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도 마침 지름길을 통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딸은 생각보다 빨리 아빠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뛰어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내리막길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 위치에 하필이면 강이 있었고, 강은 아직 얼지 않은 상태였다.

그로인해 소녀는 온 몸이 차가운 강물에 다 젖어버렸고, 다리를 다쳐서 집으로 다시 내려오는 대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갑자기 몰아쳐온 눈보라는 소녀에게 더욱 치명적이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소녀는 이미 쇠약해져버린 상태였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날씨는 거짓말처럼 원래의 따뜻한 날씨로 돌아왔으나 소녀의 건강은 돌아오지 못하였다.

쾅!

마지막 못질소리를 끝으로, 남자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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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준비 되었나요?”

온 세상을 얼려버렸던 여왕의 말에 광장에 모인 모두가 대답한다.

뒤이어 광장에 얼음이 깔리고 얼음으로 된 나무가 벽을 따라서 자라나기 시작한다.

물음 뿜어내던 분수는 얼음 조각상의 받침이 되고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그 근처를 돌기 시작한다.

얼음은 햇살을 반사시키며 마치 그 자체로 빛이 나는 듯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며 시원한 공기를 내뱉는다.

모두가 이런 모습에 즐거워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여왕의 능력을 칭찬한다.

여왕의 선정, 백성과 어울리는 모습, 아름다운 미모, 우아한 행동, 특별한 능력까지.

모두가 여왕을 선망하며 자신들이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얘기한다.

그렇게 즐거움만이 가득해 보이는 광장으로 들어가는 문에 남자가 서 있었다.

광장에서 얼음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광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남자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남자 역시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저 광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에는 여왕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왔었다.

그래서 여왕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는지, 자신의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외치려고 했다.

그리고 처음 여왕의 능력을 보자마자 남자는 혐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여왕의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더 큰 혐호감과 분노를 느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붙잡고 여왕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로인해 자신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에 다른 소녀가 눈에 띄었다.

양갈래로 땋은 밝은 갈색머리, 하얀 블라우스에 초록색 원피스, 주근깨진 얼굴에 잔디색 눈동자. 게다가

“안나!”

여왕이 부른 그 소녀의 이름에 남자는 경직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소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당연하지만 그의 딸은 아니었다.

매일 부족한 잠을 자던 그의 딸보다 머릿결이 좋았다.

색은 같지만 재질도, 옷감도 훨씬 좋은 옷이었다.

눈동자도 딸보다 더 밝은 색이었다.

이름도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하지만 그는 그 소녀의 모습에서 딸을 찾았다.

한동안 말없이 소녀를 지켜보던 남자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남자는 계속 광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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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셨나봐요?”

남자에게 공주가 다가와 왼쪽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걸었다.

“왜 여기서 혼자 있으신거에요?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남자는 무뚝뚝하게 대답하였다.

“스케이트가 없으시나요? 걱정마세요! 제 언니가 만들어 줄거에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스케이트를 탈 줄 모르시나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뭐, 정확히는 크리스토프가 알려주겠지만요. 간단해요.”

남자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안나! 이리 와봐요!”

“스벤! 달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아있는 눈사람과 검은 비니를 눌러 쓴 남자가 순록의 뒤에서 줄을 잡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공주는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어... 저는 먼저 가 볼게요. 언제라도 참여하세요.”

공주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던 남자는 다시 광장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자신과는 정 반대로 즐거워만 보였다.

그렇게 광장을 바라보던 남자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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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다시 광장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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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들어와서 처음으로 글을 쓴다.

원래는 지난주 토요일에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모두가 아는 사건이 터져서 그거 뒷수습하느라 바빴다.

하필이면 보직도 헌병이라 뭣같이 바빠서 시발... 진짜 글 올리고 싶었는데..

지금도 업무보러 가야해서 퇴고도 못하고 그냥 글 싸지르고 간다.

이것도 원래 무관심 관련해서 생각한 글이었는데 3주나 지나서 쓰내... 샹...

아 그리고 우리 군교회에 공주님 닮은 꼬맹이도 들어옴 ㅋㅋㅋㅋㅋ 진짜 엄청 하는 짓도 외모도 닮아서 깜놀 ㅋㅋㅋㅋ

공주님도 있고 여왕님도 있으니 나름 좋내

그 둘한테 매일 소제를 얻는데 글 쓸 시간이 없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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