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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엘탄절

새벽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7.26 01:22:38
조회 809 추천 40 댓글 1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ICYw




7월이지만 아렌델의 새벽은 여름답지않게 쌀쌀한편이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통해 서늘한 공기가 들어온다.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나지만 일반사람들이 쌀쌀하다, 춥다라고 말할만한 날씨가 어느정도일진 알수 있다.



오늘은 유달리 일찍 일어났다. 바깥으로 보이는 아렌델의 전경은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침대 옆 탁자위에 올려놓은 달력을 무심코 바라봤다. 달력의 태반은 x표가 쳐져있었다. 물론 내가 한거지만. 그리고 26일엔 붉은색 펜으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놨다. 혹시나 내방에 들리는 안나나 시녀들이 이 달력을 보고 다시한번 각인할수 있게끔.



오늘은 7월 26일. 바로 내 생일이다.









방안에서 시간을 보낸지 2시간정도 지났을까, 슬슬 배꼽시계가 울리는걸 보니 아침식사 시간이 다된 모양이다. 창밖으론 햇님이 반갑다고 얼굴을 내밀었다. 마치 나의 생일을 축하하듯 따사로운 햇살을 연신 내뿜고있었다.


- 슬슬 나가볼까? 


거울을 보고 모습을 단정히 한다. 자고 일어나서 헝클어진 머리에 빗질하고, 세면대에서 깔끔하게 세안을 한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주인공은 늦게 등장해도 되는법이지만, 격이 떨어져보여선 절대로 안되는법이지!


그리고 이건 부랴부랴 내 생일상을 준비할 시녀와 시종들에 대한 배려이기도하다. 후후..


- 기대된다... 기대돼 기대돼.. 헤헷...


콧노래를 부르며 나는 방을 나섰다. 복도는 평소보다 훨씬더 고요했다. 간간히 서있는 경비병외엔 아무도 없었다.


- 지금 다들 식당에서 서프라이즈! 하려는 모양인가보네? 귀여워라..


깡총깡총 신나게 뛰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경비병들이 쳐다보지만 뭔 대수야. 여왕으로써의 격이 좀 떨어질수도 있지만, 뭐 어때!


오늘은,


내 생일인걸!


- 좋은 아침!


크게 인사를 하면서 굳게 닫힌 식당문을 열었다. 이제 폭죽이 빵빵!하고 터지고 막, 꼬깔모를 쓴 안나가 종종걸음으로 나한테 달려와서 안겨주겠지?


- ......?


고요하다.


식당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안나와 카이, 겔다, 그리고 크리스토프.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꼬깔모나 폭죽, 커다란 케익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밥을먹는 네명의 남녀뿐.


- 언니 잘잤어? 얼른 식사해. 다 식겠다


- 저기 아...안나?


- (우물우물)...왜?


- 오늘 있잖아....


내말에 안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오늘 뭐?'라고 되물어버린다. 순간 나는 할말을 잃어버려서 '아냐..'라고 대꾸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없이 내 자리를 찾아서 묵묵히 식사를 들었다.


오늘 아침은 야채수프와 바게트빵. 간소한걸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맞춘 식단.


바게트빵은 돌덩이처럼 딱딱했고, 야채수프는 맹물을 마시듯 맛없었다. 도저히 이걸로 배를 채울 마음이 들지 않아.


제일 늦게와서 제일 일찍 자리를 뜨기로했다. 더이상 이곳에 있고싶지 않았다. 내방에서 나홀로의 시간이 절실했다.


- 저기.. 엘사 여왕님.


방문을 나서려는데 카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날 찾았다. 설마?


- 네! 카이! 왜요? 왜요?


- 으음... 다른게 아니라...


- 네!


- 1주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정치학 수업이 오늘 10시부터 있으실 예정입니다. 늦지않게 준비해서 오세요.


카이의 이말에 또 한번 짜증이 밀려왔다. 이런거 말 안해도 다 안다고!


-.....알겠어요...


나는 살짝 거칠게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내 나름 무언의 항의표시이자, 실망의 표시.. 다들 너무해..






그 후 방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어느새 9시 40분. 거울을 보니 눈이 필요이상으로 붉게 충혈되어있다.


그래, 나 울었다. 


너무 서운해. 어떻게 아무도 내 생일인걸 모를수가 있어?


나는 니네들 생일 다 잊지 않고 챙겼는데!


니들은 왜 안돌려주는데!


특히 안나 너!


하나뿐인 동생이라는게 어떻게 내 생일을 잊을수가 있어!


다들 너무해. 정말로 너무해. 진짜 너무해. 앞으론 니들 생일 절대 안챙길꺼야!


그리고 안나방에 있는 초콜렛 있다가 몰래 다 먹어버릴꺼야!


[똑똑똑]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 분명 카이겠지. 오늘 정치학은 타국의 유명한 학자가 온다고, 카이가 1주일전부터 내가 잊지 못하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여왕이니까, 정치에 대해서 잘 알아야하는건 당연해. 국왕의 기본 덕목중 덕목이니까.


........하지만 굳이 내 생일날에 이런 스케쥴을 잡아야했을까....


[똑똑똑똑똑]


- 여왕님. 시간 다됐습니다. 어서 나오세요.


- 하아.... 알았어요, 나갈께요..


내안의 감정은 슬픔에서 점점 분노로 바뀌어간다. 한숨을 크게 푹 내쉬고, 눈가를 한번 닦고, 크게 심호흡을 한뒤 나는 방을 나섰다.









- 수고했습니다. 엘사 여왕님.


- ...네.. 수고했어요..


6시간에 걸친 정치학 수업이 모두 끝났다. 수업을 도저히 들을기분도 아녔는데 학자도 생각 이상으로 깐깐했다.


아렌델 내에 있는 학자들보다 얼마나 잘났는진 모르는데 까다로운거만틈은 확실히 더 잘난 모양이다. 쳇.


정신, 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한 나를 카이가 어디론가로 데려갔다. 


혹시 지금까지의 모든것들이 깜짝파티를 위한 계산된 행동일까?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잠깐이나마 품었던 기대는 책상위에 쌓인 서류뭉치들 앞에서 산산조각나버렸다.


- 여왕님. 요 몇일새 올라온 결제문서입니다.


더 이상 대꾸할 기분도 아니였다. 오늘 정말 최악이야....


평소같았으면 꼼꼼하게 읽었을텐데, 대충 훓어보고는 도장만 팡팡 찍었다.


빨리 끝내고 혼자 방안에 있고싶은 마음뿐이다.








- 으아아...


서류뭉치들을 해결하는데만 4시간을 잡아먹었다. 시간은 어느새 밤 8시. 이제야 방안에 도착한 난 침대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비추는 등빛뿐.. 성내는 고요했고, 창밖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가끔 불어오는 바람소리만이 전부.


- 이제.. 생일 축하받기엔 너무 나이 들어버린걸까?


몰라, 다들 너무해. 나 이제 삐뚤어질꺼야.


- 둥불아.. 너만이 나랑 함께해주는구나.. 너는 내 생일 축하해줄꺼지?


내 대답에 거부라도 하는듯이 등불이 갑자기 꺼져버렸다. 아마 기름이 다된 모양이다.


삐뚤어진 기념으로 내일 아침에 기름 안갈아넣은 시녀한테 벌이라도 줘볼까.


이건 엄연한 근무태만이니까.


[쾅!]


엄청나게 큰소리가 들렸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일텐데.. 버릇없게 여왕의 방문을 이렇게 함부로 열어?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문을 연 상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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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생일 케이크를 든 안나가 서있었다.


안나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 하나둘씩 나타나는 사람들...


- 너...너희들....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엘사 여왕님!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생일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는 안나, 크리스토프, 카이.. 그리고...


- 으아앙.. 다들 너무해.. 이게.. 이게 뭐야 진짜..나는.. 너희들이 정말로...다 잊어버린줄 알고....


눈물이 펑펑 흐른다. 몸이 심하게 떨려오고 목소리도 마구 떨린다. 얼어버렸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기분, 안도감, 고마움, 그외에 말로 표현을 다할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내 온몸을 관통한다.


- 바보.. 잊을리가 없잖아..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언니 생일인데?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내 동생, 안나의 품속에서 나는 마음껏 눈물을 흘렸다.


- 잠시나마..흑... 너를 미워했던거, 정말로 미안....


- 괜찮아. 더 말하지마 언니.






- 언니, 잠깐만 이리로 와봐!


어느정도 진정이 된디 안나가 나를 창가로 불렀다. 


- 카이! 시작하세요!


안나가 갑자기 창밖으로 크게 소리질렀다. 잠시 후 성벽 위에서 작은 폭죽이 날아가더니 펑 하고 터졌다.


[댕...댕댕...]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요한 분위기 탓인지 평소보다 더 크고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느낌이다.


- 안나, 지금 뭐하는거야?


- 쉿. 직접 봐봐. 내가 언니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야.


종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온다. 그 희미했던 소리는 점점 더 강해지고, 가까워졌다.


[와아아아아!]


[여왕님 생신 축하드려요!]


수많은 군중들의 환호소리. 또 울것만 같다. 


- 울먹울먹 거리지마 언니. 이제부터 시작인걸? 잘 봐봐.


안나의 말대로 나는 계속 창밖의 어둠을 응시했다. 하늘에 떠있는 별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눈이 약간 피로해지려고 하던 찰나 저 멀리서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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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빛이 하나둘,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불빛들은 조금씩, 조금씩 하늘을 향해 떠올라서, 마치 지상으로 떨어졌던 별들이 다시 하늘로 승천하는듯한 느낌이였다.


어느새 하늘은 수많은 불빛으로 뒤덮혔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난생 처음이야..


- 옆나라에선 매년 공주의 생일때마다 이렇게 풍등을 띄운대. 봐, 아름답지?


- 응...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저 많은 불빛들이 내 주변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 그리고 모두가 나를 축복해주는 느낌이야..


- 언니.


- 응?


안나를 바라본다. 사랑스러운 하나뿐인 내 동생. 환하게 웃는게 정말 이뻐.


-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언니.


나는 대답대신 안나를 말없이 껴안았다. 오늘은 정말로 잊지못할 여름밤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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