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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제 절정을 향해 가네요. 얼마 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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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나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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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갈레르는 여왕의 집무실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여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베스티올라 프갈레르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문은 열려 있어요. 들어와요.”
그는 집무실로 들어왔다. 엘사는 서류더미 가득한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웬일로 밖에 나왔네요? 무슨 일로 왔어요? 필요한 거라도?”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답했다.
“나흘 뒤에 열리는 스웨덴의 학회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회요? 발표할 논문이 생겼나요?”
그는 대답 대신 웃음을 지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었으니까.
그녀는 그의 웃음을 보고 기뻐했다.
“나흘 뒤라....... 겨울이라 산으로 가는 길이 험할 텐데........ 어느 길로 가실 건가요?”
그녀가 묻자, 그는 대답하려다 문득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북쪽 산으로 가지 말게.......’
잠시 생각하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북쪽 산을 거치는 길로 가려고 합니다.”
그녀가 놀라 말했다.
“북쪽 산이요? 가는 길이 험할 텐데....... 동행할 사람을 붙여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크리스토프 씨와 자주 가본 적이 있어서 길은 익숙합니다.”
“혼자 가려고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그를 혼자 보내는 것이 약간 불안했으나,
동행인을 붙이는 것이 그에게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생각을 접었다.
“알겠어요. 전날에 다시 얘기해 줘요.”
“감사합니다, 여왕님.”
그는 그녀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4일이 남았다.
그는 남은 4일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들러야 할 곳들을 떠올렸다.
그는 발걸음을 돌려 공주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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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공주의 방에 다다르자, 그는 노크를 했다.
“안에 계십니까, 공주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프갈레르 씨?”
“맞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방문이 열리고, 안나가 밖으로 나왔다.
“크리스토프는 일이 바빠서 아침 일찍 나갔어요. 할 얘기가 있으면 대신 얘기해 줄게요.”
“공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한테요?”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고는, 그를 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탁자에 서로 마주앉고 나서, 그녀가 물었다.
“제게 할 말씀이 뭐죠?”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프갈레르 씨가 제게 부탁이라.........뭔데요?”
“여왕님께서 평소에 공주님께 고민이 있으면 자주 얘기하곤 하십니까?”
“아뇨, 그다지. 고민거리가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얼굴이 풀려 있던데요.”
“앞으로 여왕님이 고민이 있으실 때 해결해 주시는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어렵진 않겠지만....... 그런데 이 얘기를 왜 제게 하는 거죠?”
“제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십시오.”
그는 안나에게 엘사와 그 사이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엘사가 몰래 성을 나왔을 때 그와의 만남, 궁에 들어와 살게 된 이유,
그리고 지금까지 그와 엘사가 왜 각별히 친하게 지내는지를.
그녀가 고민이 있을 때 그에게 찾아와 고민을 해결하고 간다는 말까지.
안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그래서 언니랑 프갈레르 씨랑 친했던 거였군요. 난 몇 번 본 적도 없는 사람끼리 왜 저리 친한가 했어요.”
그녀는 이해가 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직 의아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언니는 일을 많이 하니까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많을 테니 고민이 많기도 하겠죠.
그런데 왜 프갈레르 씨가 계속하지 않고 제게 말씀을 하시는지?”
“나흘 뒤에 잠시 스웨덴에 가 봐야 해서 당분간 궁에 없을 겁니다.
당분간은 공주님께서 고민 해결사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왕님에 대해서는 공주님께서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공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나는 비로소 의아했던 얼굴을 풀고 웃었다.
“알았어요. 언니가 얼마나 무슨 푸념을 늘어놓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히히. 언니의 고민 해결사는 제가 하도록 하죠.”
“감사드립니다, 공주님.”
“스웨덴 잘 다녀와요.”
그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와, 그는 그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1달 동안 만들었던 것들을 담은 봉투를 찾았다.
봉투는 그의 작업대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건 됐고.”
그는 그의 서재에서 왕립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강의 자료를 꺼냈다.
자료들을 훑어보다가 그는 생각했다.
‘가야 할 곳이 한 군데 남았군.’
그는 강의 자료를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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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향한 곳은 아렌델 왕립 대학교였다.
대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오랫동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교수들과 학생들이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인사를 받아주고는, 대학 내의 그의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그의 제자들이 곤충 표본들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소리쳤다.
“잘들 지냈나?”
제자들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더니, 이내 그를 보고 기뻐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돌아오시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말에 그가 답했다.
“며칠 간만 자네들과 다시 연구를 할 거야. 나흘 뒤에 스웨덴에 잠시 갔다 와야 하거든.
그때까지 실적을 뽑아내야지?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제자들은 그에게 그가 없는 동안 이루어졌던 연구들을 보고했다.
그가 없는 그의 곤충분류학 연구실에서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으나,
지속적으로 아렌델에 서식하는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의 데이터를 수집해오고 있었다.
그는 수집된 데이터들을 보고 흡족해했다.
“그래....... 이제 내가 없어도 이쪽은 걱정이 없겠군 그래.”
제자들은 그의 말에 당황했다.
“선생님, 왜 그런 말씀을........”
“아, 아냐. 4일 뒤에 스웨덴에 간다고 했잖아. 그 동안 연구를 맡겨도 괜찮겠다는 말이었지.
그래. 겨울이라 채집은 별로 없을 거고, 표본 관리는?”
그는 애써 변명한 뒤 화제를 돌렸다.
“표본 관리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상해가 없도록 잘 보관되고 있습니다.
분류하면서 약간 의심이 가는 것들은 따로 모아 놓았습니다.”
“신종이나 미기록종이 발견되었을 경우, 학명 명명법이나 논문 작성법도 다들 잘 익히고 있겠지?”
제자들은 그의 점검에 문제없다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 선생님.”
그는 흡족했다. 그가 바라던 아렌델의 곤충분류학 연구실이 제 모양을 갖추고
수준급의 연구 실적을 갖추게 된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난 내 제자들이 정말 자랑스러워. 오랜만에 제자들과 같이 표본 제작이나 해 보고 싶은걸?
전족(곤충의 자세를 맞추는 일)하지 않은 곤충들을 좀 가져오겠나?”
그는 제자들과 함께 작업대에 앉았다.
그가 스웨덴으로 떠나기 전날까지, 그는 연구에 복귀해 제자들과 다시 연구를 해 나갔다.
오랜만에 곤충분류학 연구실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그는 연구를 하면서, 제자들에게 그가 생각했던 여러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분류학 연구는 생물을 연구하는 데 기반을 다지는 연구이지. 이제 여기에서 한 발짝 더 앞서 나갈 생각을 해야 해.
벌레들을 관찰하면서, 이들의 특징을 자세히 봐 두도록 해. 살아 있는 녀석들이 살아가는 방식들도 기록해 보고.
혹시 아나? 이들의 특징에서 사람들에게 유용한 뭔가를 뽑아낼 수 있을지.”
제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했다.
어느덧 그가 스웨덴으로 가기 하루 전날이 다가오자, 그는 연구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 내일 떠나시는군요.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들의 제자가 그에게 말하자, 그가 답했다.
“고맙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잘 해낼 수 있겠지?”
“맡겨만 두세요.”
그는 제자들을 보고 웃고는,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자네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네.”
그는 그의 말에 집중했다.
“내가 연구실을 만들고 자네들과 연구를 하면서 반드시 숙지하도록 한 말이 있지. 읊어 보겠나?”
제자들은 한 입으로 말했다.
“작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했지. 이제 자네들에게 한 가지 더 숙지해 두도록 하고 싶어.
연구를 하면서 그동안 배운 것들이 있었을 거야.”
그는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내 말을 따라 해 보게. 벌레는 우리의 스승이다.”
“벌레는 우리의 스승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 거야.
그동안 사람들은 자연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구로만 생각해 왔지만, 내 생각은 달라.
사람들이 자연의 방식을 보고 배워야 하는 거지. 벌레들에게서도 우리가 배울 것들이 무궁무진해.
앞으로의 세상은 그들의 방식을 보고 배울 때 발전할 걸세.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그의 말에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내가 없는 동안에도 아렌델의 곤충학의 미래는 밝겠어. 난 자네들이 자랑스럽네.”
그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웃음을 멈추고, 그가 다시 말했다.
“아, 만일 내가 문제가 생겨서 제 시간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그땐 왜 내게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이 구절로 알 수 있을 걸세.”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작은 생명을 사랑한 자, 사랑에 스스로를 불태워버린 자.
그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리.”
그의 말에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처음에 듣기엔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걸세.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쓰게 될 곳이 있을 테니, 잘 기억해 두게.”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는 흡족한 웃음을 짓고, 제자들에게 인사했다.
“난 이제 떠나네. 아렌델의 곤충학도의 꿈나무들이여. 그대들에게 영원한 축복이 있기를.”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빌겠습니다. 아렌델의 곤충학의 선구자이시여. 그대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보고 웃었다.
연구실의 열려 있는 문 뒤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엘사와 안나도 그들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누구도 프갈레르가 했던 말의 속뜻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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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으로 떠나는 날 아침, 그는 일찍이 짐을 챙겼다.
먼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짐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
그는 그의 어질러진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그의 봉투가 그의 책상에 잘 놓여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작업대 위의 얼음 나비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여러 해를 보내고 아직까지 녹지 않은 나비.
그는 트롤의 푸른 돌과 얼음나비를 챙겨 주머니에 넣고, 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 그의 말이 대기하고 있었다.
문 앞으로 가려는 찰나, 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떠나는 건가요?”
뒤를 돌아보자,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와
프갈레르의 동료 과학자들, 그의 제자들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예, 지금 떠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중을 나와 주시다니........”
“당연히 마중을 나와야죠. 소중한 사람이 큰일을 치르러 가는데.”
엘사와 프갈레르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없을 때 고민거리가 생기면 어떡하죠?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안나 공주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공주님께 말씀드리면 되지요. 그렇죠, 공주님?”
안나가 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무사히 돌아와요. 그리울 것 같네요.”
엘사의 말에 그가 답했다.
“언제나 여왕님을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생각했다.
영원히.
그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말에 올라탔다.
배웅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뒤로 하고, 그는 말을 몰아 북쪽 산을 향한 길로 달렸다.
떠나는 그의 눈에는 웃음 속에 감추어져 있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영원히, 그대를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히........’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짐과 동시에, 마음속에 숨어 있던 그것이 붉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가 탄 말은 북쪽 산의 산길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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