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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단편 문학] 가까운 미래, 어느 한 어른과 어린이의 대화 중 일부

ㄱㅁㅅs(14.52) 2014.10.13 23:37:03
조회 1162 추천 37 댓글 12

가까운 미래, 사이버 세상, '디시인사이드'란 제도 안에 '겨울왕국 갤러리'란 섬이 있다. 짙은 파란 하늘은 둘로 나뉘어 왼쪽 하늘은 낮이나 밤이나 별들이 반짝거렸고, 오른쪽 하늘은 별들과 하얀 동그라미, 초록색 네모들이 섞여있었다. 그 밑에는 흰 강이 섬을 가로지르는데, 그 강은 거의 흰색 동그라미와 초록색 네모들이 떠올랐고 간혹 노란색 별들도 있었으며, 아주 드물게 회색 별도 있었다.

 

어떤 어른이 그 섬 안에서 앉은채 어느 어린이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예전에 가르쳐 준 건 기억하니?" 어른이 말을 꺼냈다.

 

"네!" 겨울왕국 갤러리는 줄여서 프갤이라고 하고, 저같이 여기 프갤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을 뉴비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 프갤은 외부에서 겨울왕국 관련 소식을 실어오거나, 영화 겨울왕국을 분석하거나, 그것을 바탕으로 재창작을 하는 곳이에요!" 어린이가 구구절절 막힘없이 술술 얘기했다.

 

"그래, 중요한 것들은 기억하는 구나" 어른이 씨-익 웃으며 칭찬했다. 그러자 어린이도 따라 씨-익 웃었다.

 

"오늘은... 그래. 저 하늘을 가르쳐주마. 검지 위를 가르치며 어른이 말했다.

 

"하늘이요?" 어린이가 고개를 위로 쳐들면서 물었다.

 

"그래, 여기 프갤은 디시인사이드란 제도에 속해 있어서 시스템도 디시인사이드의 시스템을 이용한단다. 아, 디시인사이드는 줄여서 디씨라고 한단다."

 

"네"

 

"디씨의 게시물은 크게 세 곳에 저장된단다. '전체목록'. '개념글', '일간 베스트'."

 

"전체목록, 개념글, 일간 베스트..." 어린이가 중얼거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글이란다." 어른이 고개를 살짝 돌며 말했다.

 

"왜요?"

 

"너가 방금 나에게 설명한 어제 배운 것들, 그것들과 그것들을 이 프갤에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추천과 댓글이란다. 그리고 추천 15개가 모이면 그것들은 별이 되어 저 위에 하늘을 장식하지. 그 때의 그 게시물들의 주인이 느끼는 기분이란..." 어른이 다시 검지로 위를 가르치며 말했다.

 

"하지만, 추천 15개가 안 되면요?"

 

"예리하구나, 바로 그것이 크나큰 문제였지... 여기 프갤이 생길때부터 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단다. 이상한 글이 하늘을 침범하고, 정작 하늘로 가야할 것은 흰 강에 머물다가 결국 어딘가에 묻히고... 그러던 어느 날, 누군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나타났단다."

 

"뭔데요?" 어린이가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

 

"사실 이 행위와 이 행위를 하는 사람은 프갤이 생기기 전에도 있었단다. 다만 프갤은 갤 생성 초기가 가장 왕성했었는데 그에 비해 좀 늦게 생겼지." 어른이 즉답을 피했다.

 

"뭔데요?" 어린이가 재촉했다.

 

"프갤에서는 이렇게 부르곤 했단다. '개추나이트'"

 

"'개추나이트'" 어린이가 따라 말했다.

 

"개추나이트들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게시물들에게 묵묵히 추천을 주었단다. 그들 덕분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던 게시물들이 올라가는 일들이 발생했지. 개념글은 그때부터 더 다양해졌단다."

 

"다행이네요!" 어린이가 자신의 일인 마냥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하지만 좋은 일도 지나치면 독이 된단다." 어른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왜요?" 어린이의 표정이 울상이 됐다.

 

"개추나이트들은 점차 하늘로 올라갈만한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들을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추천을 주었단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유했지. 권유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분탕러들이었단다."

 

"분탕러!" 어린이는 마치 자기 눈 앞에 있는 어른이 분탕러인 것처럼 이를 갈았다.

 

"그놈들은 선동해댔지, 개추나이트 때문에 하늘이 망가져간다고, 물론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어. 하지만 놈들은 그걸 빌미로 오히려 흰 강을 범람하게 했고, 자기들이 하늘로 올라갈만한 게시물들이 묻히게 만들었지. 또 자기들이 하늘을 더 망쳤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동안 겨울왕국 갤러리는 갤망을 겪었단다."

 

"안타깝네요"

 

"결국, 개추나이트는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갤망을 끝내기 위해 천천히 사라졌단다. 이제 개추나이트는 프갤위키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지."

 

"..." 어린이가 울먹거렸다.

 

"하지만 그 초기의 정신은 계-승되어 다른 형태로 나타났지, 댓추나이트, 영업, 댓추나이트는 추천에 더불어 진실된 댓글도 다는 사람들이고, 영업은 개추나이트와 비슷하지만 절제있게 행동한단다. 대리영업, 자영업으로 나뉘어져 있지. 그리고 은밀히 묵묵히 개추나이트의 역할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단다."

 

"다행이네요"

 

"저길 보렴! 창작물이야!" 어른이 갑자기 흰 강에 있는 초록색 네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 아름답다" 둘이 동시에 말했다.

 

"자, 이번 기회에 댓추나이트가 되어보렴." 어른이 말했다.

 

"제가요?" 어린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럼, 댓추나이트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어른이 다정하게 말했다.

 

“어디...” 어린이가 먼저 추천을 눌렀다.

 

“그 다음... ‘우와, 글 재밌네요.’” 라고 말하며 댓글을 남겼다.

 

“잘했어! 바로 그거야! 이제 보렴, 창작물이 강으로 올라가는 순간을.” 어른이 말하면서 동시에 창작물에 추천을 눌렀다.

 

그러자, 14였던 숫자가 15로 바뀌면서, 초록색 네모가 노란색 별로 반짝 빛나면서 바뀌더니, 흰 강으로부터 솟아오르면서 왼쪽 파란 하늘에 박혔다.

 

“아름답지?” 어른이 어린이에게 말했다.

 

“네”

 

“그럼 오늘은 이제 여기까지 하마. 착한 프린이는 이제 가서 자렴.”

 

“네~ 잘 자고 원하는 꿈 꿔요~”

 

“넌 엘몽 안몽 하렴”

 

“그건 이미 했어요!”

 

“또 하렴”

 

“안녕~”

 

어린이는 어딘가로 가버렸다. 어른은 어린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흰 강을 뒤졌다.

.
.
.


더 하늘을 빛낼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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