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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정령살해자 - 17화: 집착, 자만, 방심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1.12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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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은 아니었다.

파비가 사피론을 묶어두는 사이 아크다르가 얼음 옥좌로 진입, 이후 잭의 주박을 역이용해 그를 잡으려는 과정에서 사피론으로 하여금 동장군의 성채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좋았다. 문제는, 그러다 정작 잭 본인을 만났을 때 자신과 이둔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였다.

결국은 도박이었던 셈이다 정령이면서 소년의 심장을 가진, 잭 프로스트의 마음의 동요를 파고드는 도박.

, 일단 상당히 뒤흔들린 듯한 그 표정을 보면 일단 크게 동요시키긴 한 것 같지만.

아니 뭐, 어떻게 살아남아 다시 찾아올 거란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박살이 난 방을 둘러보는 잭. “설마 잠깐 자릴 비운 사이 이 꼴을 만들 줄이야. 역시 인간이란 건 항상 놀람으로 가득하다니까…….”

양 손에 염귀의 망치와 뇌신의 보검을 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아크다르. 아직 이둔의 수갑을 풀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인정하긴 싫지만, 저 남자는 언제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다. 왜 그러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뿐이다.

, 그 이후는 놈이 얼마나 방심해주느냐에 달렸다.

있지, 말해주지 않을래?” 그 때, 갑자기 잭이 진심으로 궁금하단 표정으로 물어온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거야? 날 이길 수 없다는 건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그런 당연한 걸 묻다니.

“……. 언젠가부터, 꿈이 생겨버렸소,” 담담히 대답하는 아크다르.“내가 바라는 아렌델, 내가 꿈꾸는 내 앞으로의 인생이란 게 생겼단 말이오…… 그리고 난 내가 그 미래를 누구와 함께 보내고 싶은지 결정했소.”

“…….!” 등 뒤에서 이둔이 양쪽 귀로 김을 내뿜는 소리가 들리지만, 젠장,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지금 그 꿈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 그게 당신이오, 동장군.” 지금까지 없었던 곧은 눈으로 잭을 똑바로 노려보며 선언하는 아크다르. “나는 내 나라에 평화와 공존을 원하지만, 그대는 그걸 모두 불가능하게 만드는구려. 내가 당신을 적대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

잠시 동안, 얼음 옥좌를 지배하는 유일한 소리는 저 밖에서 사피론과 얀센이 날뛰는 소리뿐이다. 그러다가

“…… 그거 좋은 이윤데.”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없었던 진솔한 표정과 함께, 그렇게 흘리듯이 감상을 날리는 잭.

“……. 뭐라고?” 오히려 자신이 놀라 되묻는 아크다르. 분명 도전으로서 말한 거였는데, 인정받아 버렸다?

꿈이 있는 녀석은 좋아하거든, ,” 어딘가 쑥쓰러운 듯이 지팡이를 휘휘 돌리며 말하는 잭. “내가 인간이었던 시절은 기억나지도 않지만, 어렴풋이 남은 게 하나 있어; 마법, 그리고 거기에 대한 동경. 꿈이 날 나약한 인간에서 정령들의 왕으로 만들었어; 그러니까 누군가의 꿈을 비웃는 것만큼은, 난 못해.”

그 순수한 말에 오히려 아크다르가 할 말을 잃는다. 정령의 사고방식이 인간을 초월한 것인지, 그냥 이 녀석이 여유가 넘치는 건지.

그러니까……” 말하면서, 갑자기 들고 있던 지팡이를 그를 향해 들이대는 잭. “보여주지 않을래? 네 꿈이 널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지, 이 몸으로 겪고 싶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눈이 휘둥그래지는 아크다르. 결투를 신청하는 건가? 지금 여기서?

결투는 아니지; 그건 양 쪽 모두 승산이 있을 때 얘기하는 거잖아?” 마치 그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얄미운 소리를 하는 잭. “그저 보고 싶을 뿐이야, 꿈이 네게 주는 힘을. 인간이 인간을 초월할 수 있게 하는, 그 경이로움을.”

말은 좋다만, 결국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자신을 이길 순 없다는 거잖아, 이 자식.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절호의 기회다. 애초에 상대의 동요를 노리고 시작한 작전이었는데, 지금 잭은 동요를 넘어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 어쩌면, 하늘이 자신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을지도……!

“…… 좋소, 어울려주지,” 뒤에서 이둔의 경악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두 무기를 치켜드는 아크다르. “이것참, 어린애 장난감 신세라니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그치만 난 네 고조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걸?” 능글맞게 받아치면서 그에 맞서 지팡이를 휘두르는 잭. “자 그럼 간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장군의 발이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얼음 바닥 위를 미끄러진다 스케이트라도 타는 건가, 저 녀석은!

크읏-!” 사정없이 찔러오는 지팡이 끝을 일단 염귀의 망치로 막아내지만, 그렇게나 엄청난 기세로 내질렀는데도 지팡이는 부러지기는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나무로 만든 거지, 저건?!

자자, 한눈 팔고 있으면 이런 게 날아온단 말이지!”

으앗, 위험했다. 순간 잭의 손끝에서 발사된 얼음의 광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그대로 오른손에 든 보검을 잭에게 내지른다 하지만 상대는 얼음의 왕. 어느새 안 쓰는 손에 엄청난 강도의 고드름을 소환, 마치 칼처럼 휘두르면서 전격을 두른 검을 튕겨내는 것이다.

, 좀 제대로 싸워봐! 네 꿈이, 그 꿈이 주는 힘이 그 정도일 리가 없어!” 마치 반격을 재촉하듯이 엄청난 기세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는 잭; 지팡이로, 얼음의 검으로, 때때로는 둥 뒤에서 날아오는 얼음의 창으로, 몇 번은 바닥에서 솟구치는 고드름으로 계속 상대에게 움직임을 강요한다-!

하지만 아크다르도 명색이 아렌델의 왕자 아니, 이젠 왕이다. 겪어야 했던 수많은 수업들 중엔 당연히 무예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양 손에 망치와 검을 들고 얼음판 위에서 싸우는 걸 상정한 적은 없지만, 그의 응용력은 늘 뛰어난 편이었으니까.

그 덕분에, 그리고 잭이 계속 봐주면서 싸우는 덕분에, 마구잡이로 날아오는 정령왕의 일격을 피하고 받아내면서도 적의 실력을 측정할 기회는 있었다: 솔직히, 신체적 능력으로 따지자면 잭은 사피론은 물론이고 라피와 비교해도 수수했다.

문제는 그 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얼음의 힘이었다; 단순히 오래 살아서 전투 경험이 많은 건지는 몰라도, 정말이지 온갖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 아크다르를 괴롭히는 것이다. 단순히 활용도뿐만 아니라 위력도 뼈아파서, 혹시 어디가 얼기라도 하면 불의 망치에 깃든 힘 정도로는 바로 녹일 수가 없다.

아하하! 즐거워, 즐거워! 뭐야, 당신, 생각했던 것 이상이잖아!”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이 어린애처럼 웃으며 공격을 계속하는 잭.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만났을 때 괜히 얼렸었잖아. 그 때 바로 싸웠으면 훨씬 재밌었을텐데.”

역시 난 장난감인가!” 분노가 그에게 힘을 보탠 것일까? 아크다르의 다음 일격엔 지금까지 없었던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걸 별 생각 없이 정면에서 받아낸 잭은 호쾌하게 웃으며 방 밖으로 튕겨 날아간다-!

굉장해! 나 인간에게 이 정도로 흥미를 느낀 건 처음인 거 같아!” 외치면서, 다시 앞으로 달려드는 게 아니라 뒤로 빠지면서 오히려 아크다르를 밖으로 끌어내는 잭. 알고 있지만, 여기서 이둔을 풀어준답시고 등을 보였다간 바로 등에 고드름이 꽂히겠지. 어쩔 수 없이 잭을 쫓아 밖으로 뛰쳐나간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아크다르와 잭이 난투를 벌이며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그 위를 거대한 그림자가 덮쳐든다 사피론! 주박이 걸린 참에 잭까지 같이 공격할 생각인가?!

가만히 있어라, 사피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치는 잭. 발톱을 내리치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는 사피론이지만

폭풍이여, 몰아쳐라!”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어디선가 들리는 얀센의 외침과 함께, 어마어마한 회오리바람이 서리고룡을 뒤에서 강타한다?!

이런, 발이 미끄러졌네-!” 딱 들어도 성의 없는 외침과 함께, 굳은 자세 그대로 잭 위로 무너져내리는 사피론……!

에에잇,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투덜거리면서 손을 위로 뻗는 잭 그러자, 주인의 명을 받들어 주변에서 얼음 기둥들이 마구 솟아올라 쓰러지는 사피론의 몸을 받친다

- 지금이다, 계속 찾고 있던 기회가!

“-!” 조용한 기합과 함께 불과 번개의 무기를 한데 겹치는 아크다르. 강력한 에너지가 한데 모이며 엄청난 빛을 뿜어낸다-!

“-? 뭘 할 생각이지?” 얼음 기둥에 막힌 사피론을 치우면서 이쪽을 곁눈질하는 잭. 하지만

“- 이럴 생각이다!” 외마디 외침과 함께 그대로 얼음 기둥들 사이로 뛰어드는 아크다르-!

-!”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는 잭.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의 무기들이 내뿜는 빛이, 사방을 둘러싼 얼음에 반사되며 그의 시야를 흐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하나가 된 불과 번개는, 아크다르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힘을 준다 근본적으로는 둘 다 빛과 열이니까-!

하아아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잭의 뒤에서 튀어나와 전력으로 보검을 휘두르는 아크다르. 마지막 순간에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팡이를 들어 공격을 막아내는 잭이지만

콰직-!

정말로 호쾌한 소리와 함께, 아크다르의 보검은 잭의 지팡이를 두 쪽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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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짓입니다, 잭. 방심하더니 기어이 두 번째 빅엿을 쳐드셨습니다. 국왕님 화이팅?!

하지만 아무리 잭이라도 이 정도로 뒤통수를 쳐맞으면 가만 있을 수가 없지. 과연 빡친 정령왕의 분노란 어떤 것일지.... 다음화를 기대하세요?

이제 17화라..... 20화에 연재 종료라고 생각하니 이번주 안엔 끝나겠네. 내일은 바빠서 아마 못 올릴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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