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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편대회 탈락작] 두 자매 이야기 9장

아렌델라이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11 00:30:47
조회 791 추천 16 댓글 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Z4Ax



횃불을 내려놓자 불길은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매웠다. 퀘퀘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감싸고 있었다. 점점 연기때문인지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순순히 나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미련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복도 끝에서는 한스의 실성한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성안 곳곳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사고사로 내가 죽는 것으로 처리만 된다면 그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뒷일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주변의 기둥이 불에 타서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마도 그가 불을 꽤나 거하게 지른 모양이다. 이 정도는 해야 그럴듯한 사고사가 될 거라 생각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



“여왕님!! 여왕님!!”



어디선가 나를 찾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홍염 속에서 카이가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은 신경쓰지 않고 나를 짓누르고 있는 잔해들을 황급하게 치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잔해에 깔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혼자서 잔해를 들기 위해 노력했다. 온힘을 다해 잔해를 끌어올리려했지만 잔해는 꿈쩍하지 않았다.



“여왕님, 조금만 기다리십쇼. 병사들을 데리고 곧 오겠습니다.”



아마도 카이 혼자서 들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여기야!! 여기 여왕님이 계셔!!”



그는 끙끙거리며 잔해를 들기 위해 노력했고 곧이어 병사들이 달려와 잔해를 치웠다.



내 다리를 깔아뭉개고 있던 잔해는 그렇게 카이에 의해서 풀어날 수 있었다.

잔해가 없어지자 감각이 없던 다리가 시간이 지나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은 물을 뿌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여전히 불길이 성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카이의 부축을 받고 휘청거리며 가까스로 성에서 탈출하였다.



요란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성이 서서히 불길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렌델의 성이 저렇게 허망하게 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보고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카이....”



나는 그의 부축을 받아가면서 성을 빠져나오면서 그의 이름을 힘겹게 말하였다. 정말 남은 힘이 없어 사실상 카이의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카이가 나를 질질 끌고 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나를 구한거죠??”



나는 그가 여태껏 한스와 한통속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나를 충실히 지켜온 사람이었다.

지난 40년의 세월동안 아렌델의 성에서만 왕실을 수호하던 그는 누구보다도 아렌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제가 여왕님을 구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카이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말하였다. 결국 화마는 아렌델의 성을 전부 집어삼키지는 못하였지만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허무한 표정으로 시커멓게 타버린 아렌델의 성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사상자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불길은 구석진 방에서 시작되어서 시종들이 있는 곳까지 화마가 뻗치질 않아 다친 시종들도 없고 병사들도 모두 무사하였다.



성을 바라보며 가던 중에 문득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성에 불을 지르고 나가던 한스가 떠올랐다. 아직 끝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안나의 행방도 묘연해졌고 한스도 사라졌을 뿐이었다.



“카이, 한스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한스말이에요. 그자가 이곳에 불을 질렀단 말이에요.”



나는 카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의 얼굴이 창백한 것이 상당히 당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그의 반응에 나는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카이, 한스는 지금 어디 있어요??”



“여왕님...”



카이는 최대한 정중하게 자신의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 하였지만 그의 창백하고 지친 기력은 얼굴에 숨김없이 드러났다.


나는 그에게 아까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사람이 성에 불을 질렀어요. 어디로 탈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또 다시 왕국에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요.”



나는 조급해졌다. 아직도 이곳 어딘가에 그가 살아있을 생각을 하니 심장이 다시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포식자가 자신을 표적으로 삼은 것을 눈치 챈 사슴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목 뒷덜미에 서늘한 느낌에 점점 불안해졌고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시선 사이에 숨어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여왕님, 이걸 드셔야할 것 같습니다.”



카이는 품에서 노란색 병을 꺼냈다. 마치 한스처럼 말이다. 나는 그런 카이와 병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한스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불구덩이에서 나온 그는 멀쩡해보였다.



그을린 곳도 없고 옷 역시 성 안에 들어간 적이 없는 사람처럼 깔끔한 모습이었다.



“카이!! 저기 안 보여요?? 한스가 오고 있잖아요. 잡아요. 어서요!!”



나는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뒷걸음질 치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지만 천천히 다가오는 한스가 보였기에 손을 뻗어 얼음을 내보냈다.

얼음은 허공에서 폭발하여 얼음조각을 하늘에 퍼트리기도 하였고 주변의 상자를 얼리기도 하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여왕님!! 제발 진정하십쇼.”



카이는 재빠르게 달려들어 나의 팔을 잡았다. 팔이 잡혔지만 나는 사방으로 얼음을 날렸고 내 능력은 폭주하였다.

그러자 한스도 다가오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팔을 잡혀 몸부림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씨익 웃고는 주머니에서 노란 병을 꺼내들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에 많은 영상들이 한 번에 재생되는 것처럼 여러 장면들이 순간순간 지나갔다. 나는 고통스러워 머리를 붙잡았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크리스토프와의 식사 때 그의 옆에 삐딱하게 기대어 있던 나의 모습, 식사를 할 때 혼자 밥을 먹는 모습, 혼자 기름통을 부으며 성에 불을 지르는 모습



모든 영상이 머릿속에 한 번에 재생되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나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고 온 몸이 비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카이는 당황해하지 않고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는 듯이 익숙하게 나의 몸을 바로 잡아주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트롤이 주었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그 노란 병을 꺼내들었다. 그는 병을 내 손에 올려주었다.



병을 마시기 전에 나는 한스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손에 병을 들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는 사라졌다.

내 손의 노란 병을 빤히 바라보고다가 한입에 털어 넣고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내 침실이었다. 악몽을 꾸지않고 일어난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을 돌아본 그곳에서 카이가 보였다. 그는 뒤늦게 내가 일어난 것을 눈치체고는 보고 있던 책을 덮어 의자에 올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좋아요.”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안나는요??”



카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제는 더 이상 말할 기운도 없다는 듯한 지친 표정으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게 끝인가요??”



트롤은 여자에게 한번 더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았다.



“이게 지난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맞습니까??”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고는 씨익 웃었다.
창밖의 눈보라 치는 날씨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것을 보는듯하였다.



“저는 여름을 좋아했어요. 항상 따뜻해서 좋았어요. 오늘 날씨가 많이 덥죠??”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여자를 한참 보고는 트롤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지 체념하듯 방을 나갔다.

문 밖에는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트롤이 나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린 눈치였다. 남자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트롤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패비 할아버지, 여왕님 상태는 어떠신가요??”



“아주 심각해. 본인의 죄책감이 마음속의 감옥을 만들어 버린 거지.”



트롤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안나 공주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마음의 벽을 높이고 높인 결과야. 아마도 깊은 자괴감에 빠졌을 테지.

아마도 항상 안나 공주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을 거야. 그 강박관념이 결국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낸 거고 이 끔찍한 비극을 만들어 낸 거야.”



트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국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트롤들도 손을 쓰지 못하는 일이 생겨버린 지금으로서는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이 상황에 큰 절망과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듯했다.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남자는 절박하게 그에게 물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평생을 바친 아렌델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롤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은 이제 꿈속에서나 가능할 일이 될 것이다.



“그저 마음의 죄를 덜어내기를 기다려야지. 여왕님이 스스로 극복해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네. 그 약이 무조건적인 해결책은 아니야.”



트롤은 조곤조곤하게 남자에게 말해주었다. 남자에게 해줄 위로가 이것뿐이라서 미안했는지 더욱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때 방 안에서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말이다.



남자의 한숨은 더욱이 깊어져만 갔다. 그는 평생 피우지도 않던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최근에 남자에게 생긴 버릇이라고 하였다. 40여 년간 입에 한 모금도 대지 않았던 담배를 요 근래 피우게 되었다고 한다.



“당분간 아렌델을 비운다고 들었는데 어디 무슨 일이라도 있나??”



트롤은 남자의 옆에 서서 물었다. 남자의 이런 모습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적어도 트롤은 남자에게 담배같이 탈출구가 되어줄 수는 없지만 그의 옆에서 말동무는 해줄 수는 있었다.



“서던 제도 말입니다.”



남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길게 내뱉었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남자 주변을 뿌옇게 만들었다.

그 탁한 기운이 목을 따끔따끔하게 남자의 목을 자극하였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담배가 익숙하지 않은 남자는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였다.



“며칠 전에 한스 왕자가 이곳으로 오던 중에 배가 침몰되어서 익사했답니다. 제가 권한대행이니 장례식정도는 참석을 해야죠.”



남자의 한숨에 트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여왕님에게는 계속 한스 왕자가 보인다고 했지??”



트롤은 여자가 있던 방을 바라보다가 남자를 올려다보며 물어보고 있었다. 아마 평생을 이 왕국 아렌델을 위해 보낸 트롤과 남자는 누구보다도 여자의 안전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자는 상태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하였다.



“예, 어쩔 때는 자신이 스스로 한스가 되어있었죠.”



“자네가 여왕님을 잘 지켜주게나. 여왕님이 죄책감을 더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니까 말이네.”



남자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였다. 벌써 1년이 지난 이야기였지만 아직도 그때의 여름날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였다.





지난여름이 겨울이 되었던 1년 전의 여름이었다. 지난 3년간의 대행임무는 고되고 힘들었다. 한 나라의 왕좌를 3년간 대행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자 시련이었다. 선왕폐하가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가끔씩 그분을 배에 태워드리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나곤 하였다.



나에게 잠시 두 공주님들을 부탁한다고 하고 배에 오르시던 그 뒷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의 그분의 모습은 단순한 남자의 뒷모습이 아니었다.



두 아이의 행복을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가장의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그분을 덮치셨다. 그 사건 때문에 한동안 모두가 우울한 한때를 보냈었다. 그 사고는 두 공주님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와 두 분을 끝없는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그렇게 3년이라는 세월이 어영부영 흘러갔다. 그동안 일에 치여 사느라 내가 어떻게 일을 한 건지 어떻게 시간을 보낸 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여왕님이 진정한 아렌델의 여왕이자 성군이 되시리라 믿었다. 내가 지난 40년간 이 성안에서 배운 모든 것을 여왕님께 알려주었다. 여왕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를 보는 것에 있어서는 나를 뛰어넘으셨다.



나는 아렌델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흐뭇한 미소를 자주 보이곤 했다. 대관식만 치루시면 여왕님은 완벽하게 아렌델의 여왕이 되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대관식 이후 파티에서 여왕님의 능력이 통제되지 못하고 결국 모두 앞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여왕님은 북쪽 산으로 도망치셨고 안나 공주님은 이를 뒤따라갔다.



한스가 안나 공주님을 대신해서 아렌델의 대행 업무를 처리하였다. 나는 전 대행업무자로서 그와 같이 일을 하였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그의 시꺼먼 속을 전혀 눈치체지 못하였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눈치체지 못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나 공주님은 성으로 돌아오셨다. 크리스토프라는 한 남자가 순록을 타고 공주님을 바래다주었다.



그때 뵌 공주님은 머리가 하얗게 샌 것이 과거의 참사를 떠올리는 듯하였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한스와 단둘이 있고 싶다는 안나 공주님을 막지는 못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본 안나 공주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여왕님은 북쪽성에서 한스와 그의 군대에 의해서 발견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렌델 성 안의 지하 감옥에 갇히셨다.

그때 나는 여왕님이 자신은 아렌델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셨고 그분을 묶고 있던 족쇄를 풀어드렸다.



결국 여왕님은 탈출에 성공하셨지만 한스는 여왕님을 죽이려 들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여왕님을 죽이지는 못하였다.

그는 주변의 병사들에게 체포되었고 한스는 감옥에 갇혔다.



뒤늦게 가본 방에는 안나 공주님은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아마도 한스가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 아닌가하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다.



문이 밖에서 잠겨있다는 증거를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아렌델에서 쫓아냈지만 우리 손으로 그를 처벌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한스를 서던 제도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왕국은 평화를 찾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평화만 찾았을 뿐 겨울은 멈추질 않았다. 창 밖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멈추질 않았다.



패비 할아버지의 말로는 겨울을 멈출 방법은 여왕님에게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더 이상 겨울을 멈추게 할 수도 여왕님이 온전한 정신을 차리게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눈보라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전부이다.





남자는 담배를 길게 들이마셨다. 담배를 길게 물고는 하늘에 내리는 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송이가 손바닥의 미약한 온기에 사르륵 녹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담배를 끄며 오른손의 축축한 물기를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느꼈다.




방 안의 여자는 아직도 자리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보라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따사로운 여름날의 햇살이 비추는 창문이 보일 것이다. 그녀는 창문을 바라보다가 손앞에 떨어진 눈송이를 보고는 책상에 엎어져 흐느끼며 울었다.





아마도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1년 정도의 일이였을 것이다.



나는 내가 저지른 끔찍한 겨울로부터 도망칠 뿐이었다.



감옥 속에서 양 손이 족쇄에 묶여있었고 나는 내가 불러일으킨 겨울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나마 해결할 방법은 내가 이곳에서 사라지는 것뿐이었다. 내가 북쪽 산으로 몸을 숨겼을 때는 이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았다.



지난 십 수 년간 나는 내 능력이 감정의 평온을 유지하지 못할 때 유달리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초초함 그 자체였다.



그때 카이가 들어왔다.



“카이??”



“어서 나가셔야합니다. 곧 한스 왕자가 여왕님을 죽이려 들것입니다.”



“안나는요??”



“공주님은 한스 왕자와 있습니다. 몸이 많이 좋지 않지만 일단 가셔야합니다. 다른 귀족들이 여왕님을 죽이자는 한스 왕자의 의견에 만장일치로 합의를 했습니다. 도망가셔야 합니다. 안나 공주님은 괜찮으실 것입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카이는 열쇠를 꺼내고는 내 손에 묶인 족쇄를 풀어주었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벽에 손을 뻗었다.



손에서 뻗어 나온 얼음은 벽을 부수었고 그저 아렌델을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눈보라를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것이 안나와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 믿고 말이다.



그때 나는 몰랐었다.



안나가 그때 방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동생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었다. 하지만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때 한번이라도 돌아갔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였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그때로 돌아가 다시는 이런 선택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한번 돌아가서 안나를 봤어야하는데...



차가운 방 안에서 내 이름을 불러가며 죽어갔을 안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와줘..언니...”



“언니...”



“살려줘...”



아직도 나는 머릿속에 방안에서 쓰러져가던 안나의 목소리가 들리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내 동생을 뒤로하고 도망쳤다.

그저 비루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



아마도 지옥이 있다면 지금 이 세상이 바로 살아있는 자들의 지옥일 것이다.





여자는 울음을 멈출 줄 모르고 반나절을 방에서 계속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한 기분에 담배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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