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그중에서도 초콜릿 케이크.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어제 안나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크리스토프! 이거 어때?"
초콜릿 입에 한가득 물고 맛이 어떤지 다른 것도 먹어보라고 했지. 안나만큼 초콜릿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안나의 생일을 위해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로 만들어 줘야지.
"여왕님,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세요. 그러다 생일 당일에 감기 걸리실 것 같아요."
"난 감기 안 걸려요. 마저 케이크 만들게요."
"아니에요, 여왕님은 좀 쉬시고 제가 케이크 만들겠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 주는 게 어떨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여왕님이 만들어 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여왕님이 만드시는 게 더 나을까요?"
"아니에요. 정말로 크리스토프가 그렇게 좋아하면 제가 다른 거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여왕님은 분명히 쉬지 않으실 것이다. 어쨌든 이 케이크는 내 모든 힘을 다해서 만들어줘야지.
신속하게 준비하자. 요리사에게 배운 그대로 천천히. 동작은 신속하지만, 마음은 느리고 침착하게. 그게 모든 일의 비결이다.
"크리스토프! 여기서 뭐 해?"
올라프가 내게 물었다.
"나 지금 안나에게 줄 케이크 만들고 있어."
"나 조금 먹어도 돼?"
"올라프, 생일 케이크는 완벽한 상태여야 해. 먼저 먹으면 안 돼"
올라프가 시무룩해져서 다시 종종걸음으로 빠져나갔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다시 요리에 몰두했다.
"크리스토프! 조심해요!"
순간 거대한 선반이 나를 덮쳤다. 여왕님이 창문 밖에서 보시곤 나를 향해 큰 소리로 소리치셨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거대한 그림자가 내 몸을 덮으며 다가오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내 앞의 모든 재료를 앞으로 밀쳐냈다. 그러나 무너지는 선반은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깔려버렸다.
허리를 짓누르는 선반과 각종 식기를 무시하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선반 위의 모든 유리가 깨져 지금껏 한 요리들도 못 쓰게 됐다. 허탈해하는 내게 여왕님이 다가오셨다.
"크리스토프, 괜찮아요?"
"네, 일단 치료는 조금 받아야 할 것 같은 데 중요한 건 케이크 만들던 게 못쓰게 됐네요."
"어쩔 수 없죠. 힘들면 다시 만드는 건 제가 할게요."
"아니에요, 제가 다시 만들겠습니다. 여왕님"
여왕님은 내가 무척 걱정되시나 보다. 그나저나 몰래 내가 만든 케이크를 안나에게 전달해 주어야 해서 내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지 뭐. 다 만들고 나서 안나에게 이거 만드느라 다쳤다고 투정 좀 부려야지.
그렇게 허리를 약간 다치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다시 케이크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대신 옆에서 여왕님이 도와주시기로 했다. 아무래도 언니가 만들어주는 케이크도 안나는 먹고 싶어 할 테니. 같이 만들면 되겠지, 뭐. 벌써 언니가 만들어준 케이크 먹는다고 좋아할 안나가 눈에 선하다. 어쨌든, 태어나줘서 고맙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