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여문대회 중편 탈락작] 공식 직함 1/2

What(210.117) 2015.08.21 23:01:18
조회 499 추천 19 댓글 2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9bcc427b38277a16fb3dab004c86b6f9ffe8e39ccc271d5d199628bb92d61c6153e39632edf11e39dcc03324967e2e0c6d19b3307f117cf928a136c

공식 직함



  엘사는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아렌델의 여왕으로서 부, 명예, 권력, 미모,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었고, 아직 스물넷밖에 되지 않은 나이라 앞날이 창창했다. 어디 그뿐이던가, 성에는 충직한 집사장과 시녀가, 성곽을 따라서는 입술만 달싹여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근위대가, 성밖에는 국모인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백성들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어디 엘사 본인이 무능하느냐? 어림없는 소리. 어려서부터 지리학, 기하학, 정치학 등의 학문에 통달했고, 넓은 포용력과 냉철한 결단력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두루 갖추었으며, 결정적으로 긴급시에는 일인군대에 버금가는 위력을 갖춘 마법을 부리는 그녀가 아니던가? 자연의 힘을 손끝에서 놀리는, 손만 까딱하면 피오르드 전체를 얼어붙게 하는 여인이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이곳 아렌델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 주변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최근 즉위식에서 있었던 불의의 사고로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그거야 화력시범을 좀 과하게 했다고 치고.
  그러나 그런 엘사에게도, 만물의 영장의 영장인 그녀에게도 근심거리가 있었다.
  철딱서니 없는 동생을 어쩐담?
  초여름에 있었던 일주일 상간의 소동 속에서, 안나는 크나큰 공을 세웠다. 여왕의 목숨을 구하고 역모죄를 꾸미던 죄인을 체포했으니 그만한 공이 있을까. 그런 일들을 겪으며 안나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한층 더 단련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엘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마치 장성한 자식을 보는 부모의 심정마저 얼핏 느껴졌다. 오히려 그때만 해도 나 몰라라 달아난 자신이 동생보다 철이 없었다고 자책했다.
  문제는 그것이 작심삼일에 그쳤다는 점이다. 엘사가 왕성으로 되돌아와 공식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이후로, 안나는 대관식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촐싹대는 아가씨로 돌아오고 말았다. 여왕이 된 언니라는 기댈 구석을 믿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어떻게 된 노릇인지 지금의 안나에게서는 눈밭을 헤치고 언니 찾아 삼만리를 걸어왔던 당찬 여걸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제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됐건만, 여전히 동화와 연애 소설을 읽으며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철부지 왈가닥처럼 굴었다.
  그런 동생을 보면 엘사는 한숨만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을 통감했다. 안나처럼 외향적인 아이를 성 안에만 가두게 만든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나 때문에 지난 13년간 성 안에만 있으면서 풀어낼 길이 없었던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와서 저러는지도 몰라. 그래도 날마다 모르던 사람을 만나면서 그 회포를 풀어가고 있으니 차차 나아질 거야. 헌데 아직은 여러 사람을 겪어보지 못해서 안목이 없어. 낯선 사람을 덥석 믿어서 탈이라니까. 그러니 한스 같은 남자가 꼬이지.'
  불현듯 엘사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갔다.
  '가만, 한스 같은 남자?'
  찻잔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성 안뜰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안나가 돋보였다. 밝은 색감의 하늘하늘한 나들이옷을 차려입은 안나는 한 마리 나비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너가며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만 그림 같은 광경을 망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웬 사내가 안나의 뒤를 시종마냥 졸졸 따라다녔다. 낡은 스웨터에 작업용 가죽바지를 걸친, 당장이라도 더벅머리 속에서 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금발 사내, 크리스토프였다.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북산의 얼음성에서였다.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내쫓기 급급했지만, 막간극이 일단락된 지금은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안나의 말로는 엘사를 찾는데 크리스토프가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북산까지 도달하기는커녕 진작 조난당했거나, 최악의 경우 늑대한테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니의 얼음 조각이 심장에 박혔을 때는 자신을 순록 등에 태우고 달려 위급해지기 전에 아렌델로 되돌려준 사람이라면서.
  엘사의 머릿속에서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고난에 빠진 공주 앞에 나타난 이름모를 조력자, 그리고 험난한 여정을 펼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연정. 막바지에 이르러 조력자는 공주를 계략에 빠뜨린 악당을 물리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굳혀나가고, 그렇게 이어지는 결혼과 왕위계승…… 동화 작가들이 소재로 써먹기에 조금도 손색 없는 촌극이 아닌가. 차맛이 싹 달아나는군.
  이제는 끝을 맺을 때다. 두 사람의 결합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하는 동화의 황금율과도 같은 식상한 결말을 맺어줄 것이냐, 아니면 두 사람이 갈라져 제 갈길을 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맺어주느냐는 군주인 엘사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엘사는 자신이 그 동화의 결말을 어떻게 적어 내려갈지 이미 알고 있었다. 문득 어릴 적에 읽었던, 해수 구제를 업으로 삼는 사나이가 등장하는 동화가 생각났다. 지금 자신의 사고가 마치 그 동화 속의 배은망덕한 마을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지금으로서는 그런 그들의 행동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다만 고용주의 변심 때문에 일을 완수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한 사나이는 앙갚음으로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앗아갔었다. 엘사의 이야기도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야 두고 볼 일.
  어떻게 안나를 구제할지 한창 머리를 굴리는데,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카이가 들어왔다.
  "폐하, 지난 분기의  경비 지출에 관해 보고……."
  "아, 카이."
  엘사는 냉큼 말을 잘랐다.
  "그렇잖아도 부르려던 참인데 잘 왔어요. 지출 보고도 중요하지만 따로 긴히 논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괜찮겠죠? 그래도 용건 정도는 먼저 들어보죠."
  카이는 불룩한 배를 굽히며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입니다. 지난 분기 왕성에서 지출한 경비 내역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왕성에서 각종 연회로 지출한 식비와 의복비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의복비를 차치하고서라도 총지출에서 식비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비율로만 따지면 거의 빈민층 수준입니다."
  엘사는 카이의 노골적인 언급에 눈살을 찌푸리며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본디 군주들은 식사에 큰 공을 들인다. 손님 접대나 각종 행사에서 왕실 주방장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게 해야, 다른 군주나 외국 사절들의 기를 죽일 수 있으니까. 특히 평화기에는 국가간의 기싸움이 이런 종류의 사소한 전장으로 옮겨가는지라, 국가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소홀히 하기 어려웠다.
  물론 군주들 본인이 미식가인 이유도 한몫을 했다. 일례로 아렌델 남쪽 어느 대국의 왕과 왕비 부부는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의 미식가였는데, 하루 식사가 기본 다섯 끼라 몸집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래서인지, 일전에 그 나라에서 선물로 보내온 드레스는 엘사와 안나가 같이 입고도 허리가 남을 정도로 펑퍼짐했다.
  그렇다 해도 왕실 전체 경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썩 높지 않은 편인데, 보고 내역을 읽어보니 그 비중이 근래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연회를 연 횟수도 잦았지만, 거기에 준비된 음식 중에는 값비싼 육두구와 정향과 후추를 쓰는 요리가 많았다. 또 그 절반 이상은, 안나가 언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연 위로연과 비밀 축하연이 차지하고 있었다.
  엘사는 콧대를 주무르며 보고서를 책상에 던졌다.
  "살펴보니 이것도 긴히 논하고자 하는 문제의 일환이로군요."
  그러고는 찻잔을 들고 책상 뒤를 오갔다.
  "안나는 정말 착한 아이죠. 다정하고, 활달하고 붙임성 있고, 주변 사람들의 기운을 복돋워 주는 성격이죠. 추위 속을 헤매던 나그네가 따뜻한 불길을 간절히 바라듯, 격무에 시달리노라면 안나의 따뜻한 웃음이 절로 떠오를 정도니까요. 다만 얄궂게도 그 아이의 유일한 결점은……."
  엘사는 걸음을 멈추고 카이와 눈빛을 맞췄다.
  "방금 말한 그럼 점들이죠. 장작이 자기 한몸을 희생해 나그네의 몸을 데워주는 것처럼 안나도 뭔가를 꾸준히 태우고 있어요. 다름 아닌 왕실 재정을요. 여기에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함이 더해져 자기 행동의 심각성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어요. 노름을 잘 못해서 문제가 아니라, 잘 하지도 못하면서 하려드니 문제인 격이라 할까요?"
  엘사는 보고서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이 추세면 조만간 왕실 재정이 거덜날 지경이었다. 지금 안뜰을 메운 백성들은 내년이면 식탁에서 호밀빵은커녕 감자조차 구경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안나가 값없이 내어주는 값비싼 탄산음료에 벌꿀에 절인 과일을 즐겼다. 그런 주전부리는 여왕인 자신도 가끔 맛보는데!
  안나의 구국지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엘사였다. 그 점에 관해서는 당연히 감사를 표했다. 안나가 아니었다면 왕국이 송두리째 사라졌을 테니까. 그러나 나라의 들보를 뽑을 기세로 타오르는 순진한 낭비벽 앞에, 고마운 감정은 먼 과거의 승리마냥 기억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공과 사는 엄연히 별개로 봐야 할 문제잖은가.
  카이는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엘사가 말이 없자 물음을 던졌다.
  "헌데, 아까 공주님의 낭비벽이 긴히 논하고자 하는 문제의 일환이라 하셨는데, 그럼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요?"
  엘사는 조용히 창문을 가리키고 찻잔을 들었다.
  "밖을 보세요. 거기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찾아보세요."
  카이는 뒤뚱거리면서도 기품 있는 걸음걸이로 방을 가로질러 창가로 다가갔다. 
  "송구스럽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뜰에서 산책을 즐기고, 공주님은 그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계시는군요. 이야말로 선왕께서 바라시던 정겨운 모습이 아닐까요. 다만 이런 경우가 매일같이 이어지다보니 국고가 급속도로 바닥나는 중이라는 점이 문제라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탁 소리가 나도록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에 카이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여왕의 심기를 거슬렀을까 불안한 눈치였다.
  "다시 찾아 볼래요, 아니면 직접 말해줄까요?"
  "그러실 것 없습니다.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신지는 짐작했습니다만, 혹시라도 안나 공주님의 예비 약혼자를 함부로 말하면 폐하께서 화를 내실까 싶어……."
  엘사는 손사래를 쳤다.
 "노파심은 삼가줘요. 오히려 그렇게 '예비' 약혼자라고 구태여 덧붙인 말이 더 거슬리는군요. 하지만 맞았어요. 그 금발 더먹머리 사내에 관한 일이 요즘 계속 켕기더군요. 이대로 두다가는 내 마음까지 좀먹어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칠 테니 미리 근심의 싹을 자르려던 참이었죠."
  카이는 자세를 바로잡고 헛기침을 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선왕 시절부터 아렌델의 법을 근대화하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연좌제를 철폐하고, 군주의 가학적 악취미로 악용되고는 했던 각종 잔인한 고문과 형벌 및 공개 처형에 마침표를 찍고, '무죄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죄인이다'라는 명제를 뒤집어 무죄추정의 원칙을 도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폐하께서 다루고자 하는 일이라면, 참으로 모순되는 말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구습에서 답을 찾는 편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일 겁니다. 이를테면 국외 추방과도 같은 형벌 말이지요."
  엘사의 한쪽 눈썹이 추켜올라갔다. 여왕은 집사장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의외로군요. 당신이라면 내가 슬쩍 속내만 내비쳐도 극렬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다니 말예요.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네요.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내가 원하는 바는 구시대적이다 못해 노골적인 그런 해결책이 아녜요."
  카이는 팔걸이에 양팔을 붙였지만, 여전히 어딘가 불편한 눈치였다.
  "가장 속편한 방법은 국외 추방이나, 더욱 확실히 하고자 하신다면 사고를 위장해 없애는 방법이 최선이죠. 하지만 그런 방법을 원치 않으신다니 저로서도 의외입니다."
  "서던 아일 출신의 그 뜨내기가 날 처리하려고 시도했다던 방법이 후자 아니었던가요? 그에 대한 대가로 나는 전자의 방법을 이미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후자까지 꺼내기는 탐탁찮아요. 자신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드러내고픈 노출증적 욕구를 이기지 못해 계획을 실토한 것도 모자라, 결국 보기 좋게 실패했던 한심한 정적과 같은 방법을 나도 채택해야 한다니 말예요. 아무리 악에는 악으로 맞선다고는 해도, 그러자니 나 자신이 한 계단을 내려가는 자괴감이 들거든요. 여기서 내가 말하는 방법은 보다 근대적이면서……."
  엘사는 적절한 단어를 찾느라 말꼬리를 흐렸다.
  "경제적인 방안이죠. 돈으로 안 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친구가 그렇게 해결될까요? 금전을 목표로 접근했다면 일전에 공주님을 성으로 모셨을 때 그 자리에서 뭔가를 요구했을 법한데 말입니다."
  엘사는 책상 앞으로 몸을 굽혔다.
  "바로 그거죠! 더 큰 노림수가 있었으니 마치 자원봉사인 양 물러났던 겁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고, 이제 과수원의 과일이 무르익어가듯 수금일도 차차 다가오고 있어요. 그날이 오면, 아직까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을 그런 시골뜨기한테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불상사가 생기겠죠. 그래서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렇게 논의를 하는 거고요. 그러는 동시에 안나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초석도 다져나가고요. 이것 참, 서로 어디까지 이해하나 확인하느라 이야기가 진전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군요.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엘사는 책상에 양팔을 올리고 손을 탑처럼 맞대었다.
  "난 안나의 낭비벽과 약혼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해요. 계획은 이미 이 냉철한 머릿속에 그려두었고, 세세한 부분은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조금씩 조정해 나갈 생각이죠. 그리고 그 과정을 곁에서 거들어줄 사람은 바로 카이, 당신이에요."
  카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시다면 제가 어떤 역할을 맞게 될지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 ❄

  이튿날, 크리스토프가 왕성으로 소환되었다. 카이와 시종들이 그를 집무실로 데려왔다.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책상 맞은편에, 카이는 시종들을 돌려보낸 뒤 문을 닫고 가장자리에 섰다. 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칫 서방님이 될지도 모르는 사내를 맞이했다.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부러 그렇게 불길한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여왕님, 이렇게 불러주시니 영광입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나요?"
  "아무렴요. 안나가 새로 장만해준 썰매는 어떻던가요? 마음에 드나요?"
  크리스토프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만 공주님께서 변상해 주신 썰매는 제가 원래 쓰던 것과 달리 설원 전용인지라, 필요에 따라 바퀴 장착이 가능하게끔 따로 손을 봤지요."
  엘사는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일찍 부를걸 그랬군요. 그랬더라면 굳이 개조를 하는 수고를 덜었을 텐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우선은 오늘 내가 당신을 집무실로 부른 까닭부터 짚고 넘어가죠."
  엘사는 잉크가 군데군데 번진 초라한 전단을 크리스토프의 눈앞에 내밀었다. 얼음 채집과 운반 및 판매에 관한 새로운 분업안에 대해 얼음채집꾼들의 공조를 요청하는 글로, 끄트머리에는 이런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크리스토프, 아렌델 공식 얼음 공급 및 배달업자.'
    그 직함은 초여름의 막간극이 끝난 뒤, 엘사가 그에게 하사한 호칭이었다. 말만 그럴싸한 급조직인 데다 이름뿐인 명예직이라, 물질적 혹은 경제적 지원은 전무했다. 안나가 변상한 썰매에 더해 엘사가 그런 직함을 내려준 행동의 속내는, 그것 먹고 떨어져라 하는 식의 경고였다. 그쯤 했으면 네 공은 모두 치하한 것이다. 그러니 만족할 줄 안다면 신세 망치기 전에 알아서 물러나라.
  그런데 정작 본인은 뜻을 알기나 하는지, 혹은 알고도 그러는지, 그 이후 도리어 안나와 찰싹 붙어 다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새로운 지위를 십분 이용하는 것은 덤이고. 이쯤 되자 엘사는 크리스토프가 아둔한 것인지, 아니면 고단수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렌델 중심가 게시판에 이게 붙었더군요. 직접 쓴 글인가요?"
  크리스토프는 머리를 긁적였다.
  "예, 사실은 전부터 실행에 옮기고 싶었던 계획이었는데, 여태까지는 동료들 사이에서 제 말발이 듣지를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번듯한 직함도 생겼겠다, 이참에 관철시켜 보려고요."
  '그리고 언감생심 공주를 넘보기도 했고 말이야.'
  엘사는 조용히 속으로 덧붙였다.
  크리스토프의 주장은 간단했다. 업무효율 향상과 노동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철저한 분업화로 기존의 업무과정을 쇄신하고, 조합을 설립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조합 건물부터 세워야 하므로 그 건립기금을 모금하자는 것.
  그러나 이런 대책이 나온 진짜 이유는 엘사에게 있었다. 때 아닌 겨울에 여왕의 능력을 체감한 얼음채집꾼들은 이제 호시절은 다 갔다고 한탄하며 다른 생계 수단을 찾아 일터를 등지거나, 내일 당장 홉의 재배가 불법이 되기라도 한다는 듯 맥주에 재산을 탕진했다. 손만 까딱하면 1년치 작업량을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마법사가 여왕으로 있는 땅에서, 이제 얼음 장사는 완전히 텄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래도 직업 정신과 소명 의식을 갖춘 크리스토프로서는 이런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고, 뭐라도 시도를 하면서 포기하지 말자는 뜻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정성은 갸륵하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런 시시한 동냥질은 당장 그만두도록 하세요."
  엘사는 짐짓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제가 철이 들 무렵부터 줄곧 생각해 오던 일입니다. 우리들 얼음채집꾼이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사미족임을 생각하면 진작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지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엘사는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끝까지 들어봐요. 노동조합 건물은 내가 지어줄 테니, 괜한 고생 말라는 말이니까요. 조합장으로는 당신을 임명하죠. 설원에서 도시로 신속히 오가게끔 썰매 전용 얼음 도로도 놔줄게요. 번번이 썰매날을 바퀴로 교체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질 테고, 한번에 많은 양의 얼음을 실어 나르기도 수월할 테니까요."
  엘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인데, 당신이 가족들과 편히 지내도록 트롤 숲에 마을을 지어줄 생각입니다. 트롤들도 이제 문명화된 생활을 향유할 때가 됐잖아요?"
  사실 엘사의 본심은 다른 데 있었다. 집을 지어준다는 명목으로 그럴싸한 가건물을 올린 뒤, 그곳을 일종의 트롤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놀이공원 같은 부대시설을 곁들인 다음 국유화, 그 수익금은 전액 국고로 돌릴 생각이었다. 어릴 적 돌팔이 처방을 내려 자신의 유년기를 빼앗아갔던 트롤 장로한테 복수도 하고, 이 얼빠진 약혼자의 정신도 돌리고, 안나의 낭비벽으로 비어가는 재정도 회복하고, 얼마나 효율적인가.
  크리스토프는 별안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입이 귀에 걸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 큰 덩치로 몸을 굽실대자 그 모습이 더욱 꼴같잖아 보였다. 그가 감사하다는 소리를 족히 열 번은 되풀이하자, 엘사는 참을성 있게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앞으로 안나를 만나지 마세요."
  크리스토프의 얼굴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처럼 변했다. 그의 둔한 머리가 오래된 경첩처럼 삐걱대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말씀이신즉, 앞서 언급하신 혜택을 받고싶거든 안나와 교제하지 마라, 그 말씀이신가요?"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시 말해, 제가 감히 폐하의 심중을 넘겨짚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공주님께는 저보다 나은 짝이 어울리니 저는 이만 그림에서 사라지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까지 돌머리는 아니었나보군.'
  의외라는 감정을 감추며, 엘사는 웃는 얼굴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토프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죄송하지만 폐하, 그렇다면 제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엘사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맘만 먹으면 자신쯤은 국외로 추방시킬 힘을 갖춘 권력자가, 굳이 이렇게 성으로 불러들여서까지 이만한 특혜를 건 회유책을 쓰는데도 대뜸 거절하다니, 배짱 한번 두둑하군. 엘사는 어째서 그냥 카이가 추천했던 방법을 쓰지 않았던지 자기 자신도 궁금했다. 몇 세기 전이라면 지금쯤 크리스토프는 벌써 오줌내가 나는 토굴에 갇혔을지도 모른다. 군주의 그날 기분에 따라 실컷 몽둥이찜질을 당한 뒤 벌겋게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는 미용 수술이 뒤따랐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그런 짓은 엘사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수준 낮게 물리적인 힘을 몸에 가한다면 결국 대화의 실패를 뜻하고, 이는 곧 지성의 정점에 있는 인간 의사소통의 실패이며, 또 화풀이 삼아 폭력을 행사한다면 도리어 군주의 낮은 수준만 드러내는 꼴이니까. 이번에는 접근 각도를 돌려보기로 했다. 돈으로 안 되는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그 말은 반드시 회유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엘사는 두 손 들었다는 듯 뒤로 돌아섰다.
  "좋을 대로 하세요. 다만 당신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어요."
  그러고는 되돌아서서 두 눈을 차갑게 빛냈다.
  "한여름에도 얼음을 만드는 사람이 군주로 있는 나라에서, 당신 같은 사람이 밥벌이를 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 군주가 허락하기 때문이란 사실이죠. 내가 소일삼아 아렌델 전역에 얼음을 무료로 대주는 날이 온다면 당신네 얼음시장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또 그런 상황 속에서 '아렌델 공식 얼음공급 및 배달업자'라는 허울뿐인 직함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도 말예요."
  엘사의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집무실의 공기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싸늘해졌고, 크리스토프의 얼굴은 그의 주력상품마냥 차갑게 굳어갔다. 카이는 여전히 문가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며 혹시라도 수틀릴 경우에 대비해, 손을 근위대 호출용 비상종에 가까이 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내 제안을 달갑게 받는다면,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게 될 겁니다. 내 능력 사용은 오로지 궁궐 내부 장식 같은 사적인 용도와 외적 침입 같은 국가 위급시에만 사용될 테고,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생계가 위협받을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죠. 당신은 직함을 계속 유지하면서, 그걸로 뭔가 중요한 일을 해보게 될지도 모르죠.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랍니다."
  크리스토프의 양손에 들려 있던 모자가 걸레처럼 구겨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이건, 사랑이냐 사업이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엘사 본인이 보기에는 개미들의 싸움만큼 하잘것없게 느껴졌지만.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와 스벤은 물론 동료들 모두 이튿날 당장 길거리에 내앉을 것이 뻔했고, 그리되면 안나 역시 곁을 등질 공산이 컸다. 반면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안나를 잃는 결과는 같지만 전보다 훨씬 번듯한 생활을 하게 될 테고, 이만한 일을 성사시킨 대가로 동업자들 사이에서 평판도 얻게 된다.
  끝내 저울의 한쪽 끝이 기울었고, 그는 입을 열었다.
  "제가 공주님께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설령 관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리란 것도 말입니다. 그래서 공주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겠지요."
  "돌아가신 왕비께서 말씀하셨듯, 버드나무에 갈대를 접붙이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엘사는 말을 덧붙이며 대답을 종용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럼 제안은?"
  "받겠습니다."
  대답을 받아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카이의 신속한 실무 처리에 힘입어 그날부로 예정된 부지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엘사는 현장에 함께하며 얼음 비계와 임시 골조를 세우며 공사 시간을 단축시켰다. 마차를 타고 움직이며 주요 길목을 따라 얼음 도로를 깔아주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동서남북을 따라서 요소요소에 빙고 건설에 돌입함은 물론 그 길로 트롤이 사는 마을로 달려가 훗날 아렌델의 트롤 보호구역으로 자리잡을 공사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트롤들은 그저 좋아하기 바빴다. 오로지 장로만이 근심과 의심이 뒤섞인 눈초리로 엘사를 바라볼 뿐이었으나, 본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크리스토프는 관련 서류 여기저기에 서명을 하며 조합장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갔다. 그 과정에서 엘사는 그에게 실무와 관련한 조언을 해주기까지 했다. 정작 조합장 자리에 앉혀 놨는데 그 노릇을 제대로 못해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곤란하니까. 그가 임명된 뒤로는 한번에 운반되는 얼음의 규격이나 최대 안전 적재량 같은 사소한 규정에 트집을 잡아 일거리를 산더미처럼 늘려놓을 참이었다. 일이 바쁠수록 슬픈 기억을 떠오를 겨를도 없을 테고, 그러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법이니까.
  계절이 가을로 넘어갈 무렵 공사가 모두 끝났다. 녹지 않는 얼음도로 위로 얼음채집꾼들의 썰매가 힘차게 달렸고, 사방위를 따라 세워진 빙고에는 얼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크리스토프는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차렸으며, 엘사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공식으로 '아렌델 얼음공급 및 배달업자'라는 직함을 하사했다.
  '이렇게 계획의 초석 다지기는 끝났군.'
  엘사는 흰 리본처럼 펼쳐진 도로를 따라 썰매가 오가는 모습을 집무실 창밖으로 내다보았다. 기반시설 공사가 끝난 뒤로 매일같이 보는 광경이었다. 한편 크리스토프는 과연 그 머리로 조합장 업무를 어떻게 감내할지 내심 궁금했는데, 카이의 말로는 일에 잘 적응해 나간다고 했다. 이대로 순조롭게만 간다면 지부를 두게 될지도 모른다던가?  
  이제 일전에 말했던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차례다.
  엘사는 집무실을 나섰다.

❄ ❄ ❄


추천 비추천

19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471 3816
5489114 가짜 [1] ㅇㅇ(118.235) 06:55 14 0
5489113 간만에 디씨왔는데 프갤ㅈ망했노 [3] ㅇㅇ(211.234) 01:26 37 0
5489112 엘시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20 1
5489111 아 이제 진짜 안온다 잘있어라ㅂ [2]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37 0
5489110 오늘의 꿈은 루프물 [1] ㅇㅇ(222.107) 05.09 26 0
5489109 요즘 여자들한테 아줌마라고 부르면 싸움거는거래 [4] ㅇㅇ(222.107) 05.09 43 0
5489108 겨울왕국 갤러리를 변화시킨 6인의 열사들 [8]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65 0
5489107 제가 경어쓰기 캠페인 실천하니 님들도 예의가 있어진거죠 [3] ㅇㅇ(221.152) 05.09 28 0
5489106 ㅋㅋㅋㅋㅋ아니 이 점수차에서 만리런스찌는 ㅇㅇ(221.152) 05.09 12 0
5489105 이제 내려갔네 ㅇㅇ(221.152) 05.09 16 0
5489104 태칰투수 좀 불쌍한... ㅇㅇ(221.152) 05.09 11 0
5489103 1OVB 기증받습니다 [1] ㅇㅇ(222.107) 05.09 25 0
5489102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4]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24 0
5489101 홍어는 못 먹고 [1] ㅇㅇ(118.235) 05.09 21 0
5489100 일은 잘 풀리는데 인간관계는 완전 반대로 가네 [2] ㅇㅇ(1.225) 05.09 33 0
5489099 대관시 ㅇㅇ(118.235) 05.09 16 0
5489098 홍어 먹으러 간다 [1] ㅇㅇ(118.235) 05.09 24 0
5489097 미안한데 [1] ㅇㅇ(223.38) 05.09 22 0
5489096 스카웃제의는 흔하죠 [1]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43 0
5489095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15 0
5489094 여앙님의 시간 안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12 0
5489093 대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12 0
5489092 신난다 [4] ㅇㅇ(223.38) 05.09 49 0
5489091 뭔 바이러스 놀이 하는것도 아니고 [4]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41 0
5489090 가왕 거성이 부른 명곡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죠ㅇㅇ [3] ㅇㅇ(223.39) 05.09 42 0
5489089 아시발 꿈에서 존나 재밌는 만화 스토리 떠올렸었는데 [5]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40 0
5489088 님들 근데 [3]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50 0
5489087 요즘 디씨를 거의 안하게 되네여 허허 [9] ㅇㅇ(211.243) 05.09 66 0
5489086 엘-시 [1] ㅇㅇ(118.235) 05.09 23 0
5489085 귀엽지 [9]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63 1
5489084 ㅅㅂ 집정리하다가 ovb찾아가지고 화나서 갤왔음 [4] 겨갤러(121.161) 05.09 71 0
5489083 프바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50 0
5489082 기엽죠ㅠㅠㅠ 비추ㄴㄴㄴㄴㄴㄴ [5] ㅇㅇ(221.152) 05.09 68 0
5489081 목소리변조프로그램 사용해서 버튜버나할까 [4]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0 0
5489080 난 팔로워는 26명인데 팔로잉은 800명정도 됨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32 0
5489079 사실 진짜 별거 없는데 [2] ㅇㅇ(222.107) 05.08 59 0
5489078 접대파크 한번 가보고싶은 [3]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51 0
5489077 옛날에 글 하루에 100개 어케 썻지 [10] 렛잇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3 0
5489076 진짜 예전에 이건 어케했노 [5] ㅇㅇ(222.107) 05.08 91 0
5489075 인스타 팔로워 1000명 넘겼어 [6]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1 0
5489074 그래 너네 소원대로 내가 사라져줄게 [2]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50 0
5489073 방금 방구꼈는데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음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34 0
5489072 나만 글쓰냐고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28 0
5489071 피아노 vs 제무현 [1]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38 0
5489070 어버이날 vs 허버이널 [3]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46 0
5489069 님들 취미가 머에요? [13] 렛잇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6 0
5489068 어린이날때 안해줬는데 난 왜해줌 ㅅㅂ? [1]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41 0
5489067 오늘 어버이날인데 다들 뭐하셨는지 [6]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56 0
5489066 세라스노우야 넌 뭐하고 있니 [4]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4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