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박]

"오늘도 대관건 하나 마치시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일 어린 직원이 사무실에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사수와 함께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사수의 핸드폰에는 디시웨이브가 켜져있었다.

"벌써 2년이라고?"
사수가 내뱉은 말에 어린 직원은
"뭐가 2년인데요?"
라고 반문했다.

"너 겨울왕국 알지? 벌써 그게 개봉 2년이 지났다고 하네?"
"그래요? 나름 재밌게 봤는데.. 그땐 뭐가 좋다고 두세번씩 보러다녔는지.ㅎㅎ"

"두세번? 야, 그건 봤다고 하는게 아니야 임마 ㅋㅋ"
"선배는 얼마나 보셨는데요?"

사수는 화면을 밑으로 쓸어내리면서, 절대로 그가 백의자리 숫자를 찍었다는 말은 하면 안 될것 같다는 직감과 함께, 그의 입에서는
"스무번 넘게 봤나...?"
"흐에엑 같은영화가 그렇게 봐져요?"
"야 ㅋㅋ 어떤 미친놈은 100번 넘게 봤다고 표 인증하는놈도 있었어"
"진짜 미친놈이네요..ㄷㄷㄷ"
어린 직원의 얼굴에서는 질린듯한 표정이 드러났다. 단순히 전해들은 이야기일뿐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의 속 마음을 여과없이 내보내는듯했다.

어린 직원의 표정을 본 사수는
'그래 내가 미친놈이다 임마'
"너 이번에 러브라이븐가 뭔가 하는 걔네들 있잖아, 어때보였냐?"
"어휴 무서워보이던데요, 막 광신도 집단같이.."

"제작년에도 걔네들이랑 비슷한 애들이 있었어. 내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때"
"걔네들은 뭔데요?"

"프로즌"
"에?"

"겨울왕국말이야 겨울왕국"
"에이 ㅋㅋㅋ 그건 스크린에 걸려있었고, 이번 애들은 대관해서 보는거였잖아요"

"걔네도 대관했어"
"...에?"

"한국에서 1월 중순에 개봉했는데, 이게 천만 찍고 3월부터 내리기 시작했거든. 근데 이놈들은 죽지 않았다는거야. 4월인가? 400석 있는 관을 채운적도 있었던 미친놈들이라니까."
"어떻게보면 대단한 놈들...이라기 보다는 무섭네요"

"그래도 다- 옛날 이야기다... 참 시간 빨라. 그렇지?"
"그러게요. 벌써 겨울이라니.."

"너 퇴근하는데 괜히 붙잡고 있었네. 미안. 어서 챙겨서 가라"
"네. 수고하셨습니다"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던 어느 겨울날, 영화관에서 한 직원이 서서 창 밖을 바라본다.
공터에 눈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예전에 쌓고 있었던,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는듯 했다.

눈은 텅 빈 공터에 소리도 없이, 인기척도 없이 조용히 자리잡는다. 눈이 덮인 공터는 덮인 눈의 따스함에 몸이 풀어지고, 눈 녹은 물에 젖어간다. 하지만 이내, 뜨거운 여름날이 다가오면, 덮였던 눈도, 젖었던 몸도 다 옛날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공터 저 깊숙한 곳에서는 지난 겨울에 스며들었던 물이 곧 다가올 눈을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지금 창 밖에서는, 그 '다가올 눈'이 공터를 덮어주고 있다. 공터 깊숙한곳에 있던 물이 땅 위로 올라온다. 다시 공터는, 눈의 포근함에, 잊은줄 알았던 눈의 포근함에 젖어 이번 겨울을 날 것이다.

ㅡㅡㅡㅡ
아몰랑
이젠 오큰보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