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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1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02 00:20:27
조회 1005 추천 43 댓글 5
														

“놓고 온 물건이 뭐야?”


안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안나의 목소리가 워낙 귀여웠으므로 크리스토프에게는 그저 좋을 뿐이었다. 조금은 재미있는 말투로 대답하며 심심하지 않은 길을 달려갔다. 사실 스벤이 워낙 역동적으로 달리고 있었기에 놓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가는 길은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안나와 크리스토프에게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그런 면이 있기도 했다.


“왕실에서 얼음 보관 관련 써야 할 도구, 그런 건데 날카롭고 그런 거니까 내가 가지러 갈 때 너는 혼자 썰매에 남아있어야 해.”


크리스토프는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연약한 안나가 그것을 만지다가 다칠까 우려되었다. 정말로 우려되어서 아찔한 상상까지 생각하는 중이었다. 안나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크리스토프는 언제나 많은 걱정으로 안나를 챙기기 때문에, 안나가 싫지 않았다.


“알았어, 그런데 얼음 성 이렇게 먼 곳에 있는 줄 몰랐네. 생각해보니 우리 거의 반나절 걸려서 그때 언니 있는 얼음 성에 도착했구나.”


안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얼음 성의 존재를. 그러나 얼음 성은 만년설 그 아름다운 설산 위에 언제고 굳건히 서 있었을 것이었다. 녹지 않는 산 위의 녹지 않는 성. 무너지지 않는 아름다운 성이었다.


“그래도 스벤이 길을 잘 아니까 금방 도착하겠지?”


안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스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크리스토프는 스벤 흉내를 내며 말을 동시에 했다.


“맞아 안나~ 금방 도착한다구! 반나절도 안 걸릴걸?”


안나는 귀여운 크리스토프의 행동에 웃어 보였다. 늘 그런 행동을 했다. 크리스토프는 은근히 편안한 구석이 있어서 안나가 무슨 행동을 하든 옆에 있을 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냥 한 몸처럼, 별다른 것 하지 않아도 재밌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그럴수록 설산의 위험요소를 생각해야 해.”


크리스토프는 깊은 숲 어딘가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늑대들이 떠오르는 공간에 안나는 살짝 경계하게 되었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보고 조금은 긴장을 풀어주었다.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대낮에는 늑대가 없을 거야.”


그러나 사실 크리스토프도 늑대의 활동 시간은 잘 몰랐으므로, 속으로는 걱정이 남아 있었다. 안나를 안심시켜주는 게 나쁠 리는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그때 스벤이 감지한 것은 이상한 기류였다. 무언가 평소와 다른 기분에 다리가 약간 후들후들 떨렸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배가 아팠다. 그러나 동물이 사람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릴 뿐.


예민한 크리스토프는 그것을 점점 알아채었다. 한 걸음이 지나고 두 걸음이 지나고 저 멀리 있던 산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와 거대한 오르막길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벤의 체력저하가 눈에 심하게 띄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할 만큼 다리가 풀린 것을, 안나마저 알게 되었다. 바로 올라프를 만난 그 장소에서.


“음, 스벤이 왜 이러지?”


어느 아름다운 호수가 얼어붙은 설산 한 복판에서 스벤은 멈춰 섰고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썰매에서 내려 스벤을 살폈다. 최근에 이만큼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낀 스벤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어디 다친 거 아니야?”


크리스토프는 면밀하게 스벤의 온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적막했고 오로지 아름다운 호수와 스벤과 크리스토프, 안나만이 그 거대한 설산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발을 들어서 봐.”


안나가 어째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몰랐지만 굉장히 좋은 해결책으로 보여 스스로도 놀랐다. 크리스토프는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멈춰 선 스벤의 발을 하나 들어 그 아래 바닥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한 곳에는 어디에서 박혔는지 거대한 못 하나가 스벤에게 박혀있었다.


“헉!”


두 사람이 동시에 입에서 큰 소리를 내었다. 그 바람에 겨울을 즐기는 몇몇 동물과 새가 푸드덕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할 정도가 되었다. 동물들이 그곳에 있었는지, 그 장소에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는지 그제야 알아채었다.


“이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어쩔 수 없이 크리스토프에게 남은 방법은 스벤을 쉬게 하는 것뿐이었다. 다친 스벤은 친구와도 같았다. 더 혹사시킬 수 없었다.


안나도 당연히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우리 얼음 성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야.”


안나에게 남은 고민은 그것이었다. 얼음 성까지 가려면, 적어도 걸어서는 한나절이다. 스벤과 함께라면 아주 조금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얼음 성과 아렌델 성까지 왕복으로 반나절도 안 걸릴 것이다) 걸어서라면 얼음 성에서 한밤 자고 와야 할 정도로 멀었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 얼음 성 갔다가 다시 아렌델 성 가면, 얼음 성에서 새벽을 보내고 아침에 출발해야 할 거야. 설산이라 춥기도 할 것이고, 아렌델로 돌아가는 게 어때?”


그러나 안나는 어떤 생각인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얼음 성에 무언가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 두고 온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들어온 이미지는, 엄청나게 그리워서 지금 돌아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 돌아가자.”


그러나 안나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며 크리스토프에게 어깨를 잡는 모습을 하고 스벤의 발바닥에서 못을 빼내는 그를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 빠졌을 때, 스벤의 고통은 심해 보였다.


“그래, 가야겠지.”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막아선 것은 스벤이었다.


갑자기 그 아픈 발을 곤두세우고 크리스토프에게 눈을 올곧게 뜨며 다가온 스벤은, 지금 돌아가선 안 된다는 듯이 막아 세웠다. 그것은 크리스토프가 얼음 성에 두고 온 얼음 보관 물품에 대한 눈빛이 아니었다. 맑고 투명한 눈빛이 말하는 것은 분명히 거짓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크리스토프는 갑자기 설레었다.


“왜?”


그러더니 스벤은 그 자리에 그냥 철썩 앉아버렸다.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하는 모습으로. 어쩔 수 없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모험이 시작되는 걸 느끼며 아렌델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거 잘 하는 거 맞는지 모르겠네.”


아픈 스벤이 그 발을 끌다시피 움직여 향하는 곳은 얼음 성이 있는 장소였다.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끌려가다시피 향했고, 그런 와중에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성으로 이끌고 있었다. 어쩌면 그 마음은 서로에 대한 신뢰였는지도 몰랐다. 안나와 크리스토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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