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는 걸까?”
엘사는 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 앞을 가리는 거센 바람을 가르며 말에 의지한 채 달려가는 것밖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조금씩 몸이 지쳐갔지만 점점 찾고 싶다는 의지도 강해졌다.
어쩌면 곧 먼저 출발해서 크리스토프, 스벤, 안나를 찾으러 간 신하들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엘사였다. 그러나 달리고 또 달려도 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저 멀리에 보이는 북쪽 산의 밤 속 모습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인지 신하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갔을까?”
엘사는 홀로 있는 외로운 설산 기슭에서 말에게 말까지 걸어보았다. 당연히 말은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엘사는 적어도 아까 본 늑대 무리를 생각하면 재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늑대 반대 방향, 선명한 기억이었다.
그때 엘사는 문득 오큰을 생각해내었다. 얼음 성으로 가는 원래 길과는 조금 다른, 샛길로 가야 있는 오큰의 상점. 혹시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 일이 있거나 아무 일도 없는 건 아닐까, 부디 찾으려는 움직임이 과해서 오큰의 상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반길 크리스토프와 안나를 상상했다. 그래서 엘사는 말을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
말은 다른 방향으로 순식간에 틀어 내달렸고 그곳은 늑대들이 사는 무리와 떨어져 안전한 지역이었다. 오큰은 그런 자리에 자신의 상점을 세운 것이다. 여전히 늑대 정반대방향이기에 만약 크리스토프와 안나가 그곳에 있다면 전혀 위험 요소가 없이 무사한 것이었다.
마음속으로는 혹시 다른 곳에서 헤메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엘사였지만 오큰에게 이곳 지리를 물어보고 도움도 받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하여 그대로 달렸다.
약간의 졸졸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 그곳을 조금 힘들게 올라가 보면 고독한 겨울 산에 언제나 조용히 작은 불빛을 창문으로 내보이며 자리 잡고 있는 오큰의 오두막이 보인다.
“오큰?”
엘사는 상점을 보자마자 반가워 먼저 묻기부터 했다. 물론 작은 혼잣말이었으므로 오큰이 듣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 오고 있다는 기운을 느끼는 오큰이었다. 그는 자기 상점에 앉아 이리저리 물건들을 둘러보며 한적한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눈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일 년 언제나 추운, 겨울왕국과도 같은 산 그 속에서 익숙하고 또 익숙한 오큰이 사랑하는 풍경이었다.
그렇기에 엘사가 갑작스레 문을 열었을 때 오큰은 당황했다. 마치 작년에 안나가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생각이 나며 (그녀는 안나의 언니이니까) 먼저 인사를 건네자 엘사는 기분 좋게 받았다. 오큰은 전혀 엘사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지 못했다.
“오큰?”
그러나 엘사가 입을 열어 말을 꺼냈을 때 오큰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 목소리가 떨렸다. 엘사의 목소리가 워낙 심하게 떨렸기에 오큰은 그녀가 자신이 이렇게 불안한 상황인 줄 모르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봄 파격 할인판매예요! 어서 오세요!”
비록 북쪽산이 추워 봄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지만 일단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사우나를 즐기고 다시 내려가는 등반객들은 봄의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니 당연히 봄의 물건을 팔고 있었다. 엘사는 오큰이 반갑게 맞아주자 조금은 안심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안나와 크리스토프 혹시 못 봤나요?”
혹시가 두 마디나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낀 오큰이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말투는 이런 상황에서도 역시 엘사였다. 오큰은 좋은 감정을 느끼며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오큰도 순간 그런 소식에 당황하여 갑자기 존댓말이 튀어나왔고, 질문도 꺼내게 되었다. 엘사는 무의식적으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도대체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어디에 갔을까? 자기가 그들이라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벌써 먼저 출발한 신하가 찾아서 함께 아렌델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기를 찾는 것은 아닌지 고민까지 하는 엘사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시 아렌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찾아내야 했다.
“아마도 얼음 성?”
갑자기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그리고 엘사는 무언가를 깨달으며 서둘러 가게 문을 열었다. 오큰은 직감하고 서둘러 인사를 보내었다.
“꼭 찾으세요!”
“감사합니다.”
엘사는 다시 바깥으로 나가 추운 겨울의 말을 타고 얼음 성으로 힘차게 뛰어갔다.
한편,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엘사와 오큰의 생각대로 얼음 성에 이미 도착한 와중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상황이었다. 얼음 성 주변의 커다란 계단이 무너진 것이다, 마시멜로에 의해서.
여전히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 성 내부에서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계단 바깥에 외로이 서 있는 스벤을 애타게 생각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계단은 무너졌고, 마시멜로는 간신히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나 옆으로 굴러 산 중턱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그 경로대로라면 트롤을 만나러 가는 길 중간쯤에 멈췄을 가능성을 생각한 크리스토프는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어떻게 하지? 여기서 나갈 방법이 있어?”
“나도 모르겠어. 계단이 부서졌고, 얼음 성과 그 사이에는 절벽이 있고, 스벤은 저기에 혼자 있으면 몸이 심하게 얼 텐데.”
크리스토프의 대답은 안나에게 오히려 의욕을 북돋워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힘이 나는 그녀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곧 엘사 언니가 구하려고 올지도 모르고, 일단 그런데 여기 온 이유부터 생각해야지.”
안나는 서둘러 크리스토프가 두고 왔다는 얼음 캐는 물품을 가지러 커다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크리스토프는 멀어져가는 안나를 그저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나는 개의치 않았다. 빨리 다녀와서 크리스토프를 조금 위로해 줄 생각만 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간 안나는 멋지게 언니가 만든 조각품을 보며 또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을 보며 투명하게 바깥을 보이는 얼음의 군데군데를 감상했다. 눈꽃 모양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바닥부터 높이 솟아오른 얼음 기둥, 그렇게 아름다운 천장 장식은 처음 보는 듯 여전히 굳건한 얼음 성이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크리스토프가 지난번 작업 때 놓아둔 곡괭이 몇 개와 밧줄을 발견하고 서둘러 그것을 잡아 내려가는 안나였다. 천천히 내려가는 계단으로 안나의 발소리가 얼음 성을 울려주었다.
그리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간 안나는, 그 짧은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깜짝 놀랄 정도가 되었다.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고 그것은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말이었다.
“언니,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없고, 엘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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