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감상문이므로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Die Eiskönigin - Völlig unverfroren : 겨울왕국 독어 더빙판의 포스터-

겨울왕국의 독일 타이틀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강조한 오리지날 타이틀이나 작품의 배경을 연상하게 하는 한국의 타이틀과는 달리 엘사라는 케릭터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DIE EISKÖNIGIN이 '얼음여왕'을 뜻하기 때문이다. 독어 더빙판이 오리지날이나 다른 더빙판과 달리 엘사라는 케릭터에 보다 초점을 맞춘것은 작품을 보다보면 은밀하게 드러난다.(다른 케릭터보다 엘사의 더빙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대사를 좀 더 신경쓴다던지 케스팅에 힘을 줬다던지) 독일 개봉일이 미국 바로 다음날이었던 것을 감안해보면 독일 더빙판 제작팀은 이미 엘사의 케릭터성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다.

"훌륭한 더빙, 현지화"

-오리지날판에는 "WANDERING OAKEN'S TRADING POST"라 써져 있다.-

모든 외화를 더빙하여 배급하는 독일답게 겨울왕국 역시 훌륭하게 현지화하였다. 오큰네 가게의 간판부터 시작해서 케릭터 대사의 사소한 농담까지도 적절하게 현지화하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리지날과 조금 다른 의미의 대사를 내뱉는 경우도 있었지만 작품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리지날과 더빙판 양쪽을 모두 본 사람만 눈치챌 수 있을 정도. 한국어 더빙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날 그대로의 뉘앙스를 살리려다 어색해지는 부분 같은건 없었다.

더빙은 물론 수준급이었다. Hörspiel(라디오나 음성파일로 책을 읽어주거나 극을 하는 것을 말함)이 발달한 독일 역시 한국이나 일본처럼 전문 성우가 있다. 극중 인물 대다수를 전문 성우들이 더빙하여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입모양에서 오는 괴리감은 모든 더빙작이 감내해야 할 문제이니 논외로 하기로 하자.

개인적으로는 안나의 더빙이 가장 맘에 들었다. 오리지날의 Tomboy느낌이 물씬나는 안나와 한국어 더빙판의 발랄하고 귀여운 안나와는 또다른 새침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크리스토프와 눈썰매 위에서 말다툼을 하는 장면은 그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오리지날의 발랄한 느낌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발랄하면서도 새침한 양쪽의 느낌을 다 살린 만족스러운 더빙이었다. 한스의 더빙은 내가 생각한것과 달랐는데, 강할거라고 생각했던것과는 달리(독일어의 선입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다만 후반부 한스가 배신을 하는 장면에서 비열한 느낌이 잘 살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

-안나 성우의 새침한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장면-

-오 한스... 자네의 목소리가 좀 더 믿음-직했다면 좋았을걸...-

"엘사의, 엘사에 의한, 엘사만을 위한"

노래는 엘사파트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노래를 많이 부르는 엘사, 안나, 한스는 노래 전문으로 배역을 따로 썻는데, 특히 엘사 노래 파트를 맡은 Willemjin Verkaik는 유명한 뮤지컬 배우이다. 'Let it go'의 독어 버전인 'Lass Jetzt los'에서 그녀의 시원한 가창력을 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안나와 한스는 어딘지 듣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고, 특히 크리스토프는...... 가뜩이나 노래도 짧은데 그것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크리스토프랑 올라프는 노래 전문 배역을 따로 쓰지 않았다.)

이 동영상에서 그녀의 라이브를 확인 할 수 있다. 다만 독어 버전인 Lass Jetzt los가 아니라 오리지날인 Let it go버전. 댓글을 보면 그녀가 직접 남긴 댓글이 있는데 팬덤에서 Idina Menzel과 비교를 많이한 모양이다. 같은 뮤지컬 가수, 같은 배역을 맡았다는 것 때문에 그런것 같다.(위키드의 엘파바 역을 맡아 Defying Gravity를 불렀다는것까지 겹친다,) 각자의 매력이 있으니 비교는 금물이다.

가사 번안 역시 잘된 편으로 '다잊어'의 뭔가 아쉬운 느낌은 전혀 없다. 원곡과 차이가 많이 나는 후렴구와 마지막부분만 살펴보자. 우선 후렴구는

Ich lass los, lass jetzt los

난 놓을거야, 이제 그만 놓아버리자

Nun bin ich endlich soweit!

마침내 난 준비가 되었어!

Ich lass los, lass jetzt los

난 놓을거야, 이제 그만 놓아버리자

Doch Tränen sieht ihr nicht!

아차피 눈물은 그녀를 보지 않아!

오리지날과 가사 내용이 다르지만 얼음성에서의 새출발을 다짐하는 심정이 잘 드러난다. 다만 Ich lass los, lass jetzt los 이부분 발음이 노래 할때는 조금 힘들다는게 단점.

Ich bin frei, endlich frei

난 자유야, 마침내 자유야

Und fühl mich wie neu geboren

그리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Ich bin frei, endlich frei

난 자유야, 마침내 자유야

Was war ist jetzt vorbei?

지금은 어떻지?

Hier bin ich, in dem hellen Licht

난 여기, 밝은 빛 속에 있어

Und ein Sturm zieht auf
그리고 폭풍이 오고 있지

Die Kälte, sie ist nun ein Teil von mir.

뭐, 추위도 이젠 내 일부분이야

마지막 부분은 오리지날과 많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엘사가 얼음성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잘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이 파트는 원곡보다 엘사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소절 역시 당당해진 엘사를 잘 나타낸 느낌. 이렇듯 대체적으로 가사 번안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겨울왕국2를 기대하며"

작품 자체의 내용보다는 독어 더빙 버전의 느낌이나 다른점을 위주로 써보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잘된 더빙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리지날과 한국어 더빙버전과의 다름점을 발견하는 재미는 감상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 독어 더빙버전을 제일 먼저 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리 이렇게 정리해놓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겨울왕국2에서는 장점은 발전시키되 위에서 서술한 단점들은 개선한 상태에서 더빙버전이 나오길 기대한다.

-겨울왕국 : 열기의 독일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