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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겨울 12.txt

숙련된조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27 20: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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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38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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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mK9Ia











--

 

 


엘사는 안나를 부축해 질질 끌다시피하며 창고 밖으로 나왔다.
안나는 이젠 거의 넝마조각이 다 된 언니의 망토에 감싸여 있었다.
안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눕힌 엘사는 아직 동생의 손목을 잡고 있는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놓을 수가 없었다.

경솔했다. 감격에 겨운 나머지 마력에 휩싸인 채로 잡은 손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깜짝 놀란 엘사는 최대한 접촉을 줄이기 위해 망토를 벗어 안나를 감쌌지만,
붙어버린 손은 아무리 애를 써도 떨어지지 않았다.

 

 

-의사는 아직인가..-
엘사는 램프를 가까이 밝히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쪽에서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방금전에 퍼진 그 빛.. 아마 아렌델의 깨어있는 모두가 성의 이변을 눈치 챘을 것이다.
기다리면 그쪽에서 알아서 찾아오리라.
그리고 그 순간이 마지막이 되겠지..

 

 

램프에 주변이 밝아지자 엘사의 눈에 안나의 모습이 비쳤다.
큰 상처는 없어보였다.
가슴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동생의 손목에서 떨어지지 않는 왼손엔 두근거리는 맥박이 느껴졌다. 하지만-
옷은 여기저기 불타고 온 얼굴이 그을음 투성이..
폭풍을 해방할 때 날린 것인지 머리칼과 몸의 반을 서리가루가 덮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린 엘사에게 그제야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망연자실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엔 어느새 아까와 같은 총명한 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저기 날카롭게 솟아 오른 고드름들.. 성벽에 무수히 박힌 얼음가시.. 부서져 날아간 얼어붙은 창고의 문..
모든 창문이 깨져 나간채 이미 전의 모습은 찾아 볼수도 없는 얼음조각에 뒤덮인 창고..
그리고 오른 손목이 얼어붙고 서리에 덮인 그녀의 동생..

 

 

모두가 마법이.. 엘사 자신이 저지른 짓이었다.
그녀는 눈앞이 아찔했다.
지금 이 상황은 엘사가 그렇게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했던 10년전의 악몽 그 자체였으니까.
얼어붙은 세상도. 무릎위의 안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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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다른 점은..
절박한 부름에 달려와 줬던, 함께 대책을 강구해주던 소중한 사람들이 이젠 더이상 곁에 없다는 것.
모든 절망과 두려움, 그리고 책임은 이제 오롯이 엘사만의 것이었다.
그 무게를 처절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각오를 했을 터였다.
그 결과가 이별이라 해도.

 

 

엘사는 안나를 물끄러미 내려보았다.
모든 것을 바쳐 지켜낸 하나. 문을 닫아 걸었던 자신을 지금까지도 기억해 준 고마운 아이.
덕분에 미련없이 떠날 수 있다.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상황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망신창이가 된 그 얼굴은 너무도 평온해보였다.

 

 

"네가 이런 일만 안 벌였어도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었잖아, 바보야.."
그 태평한 얼굴에 어이가 없어진 엘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을 걸었다.
집히는 곳이 없었다. 대체 왜 이런..
골똘히 생각하던 엘사에게 망토 밑으로 작은 가방이 보였다.

 

 

-어떤 책을 찾고 계셨습니다-

 

 

대체 무슨책이길래..
엘사는 남은 오른손으로 가방을 당겼지만 왜인지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망토를 들춰보니 안나가 왼손으로 가방을 보물인양 소중히 안고 있었다.

호기심이 동했다. 안나가 그렇게 비밀로 하고 싶어했던 보물에..
때아닌 장난기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엘사가 좀 더 힘을 실어 위로 잡아 당기자 가방이 쑥 빠져나왔다.
거꾸로 들린 가방에서 비밀이.. 낡은 책 한권이 땅에 떨어졌다.
자수책?- 기억에 있는 책이었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하지만 이걸 왜..

 

 

다음 순간 가방에서 무언가가 하나 더 떨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하고 떨어진 그 물건에 엘사는 시선을 빼앗겼다.
엘사의 입가에 서렸던 작은 미소가 가셨다.
그 물건은 그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왕실의 문양이 새겨진.. 이제 성안에선 자신밖에 사용하지 않는 장갑 한켤레가 떨어져 있었다.

 

 

여러 가능성을 떠올리던 그녀의 생각이 멈췄다.
-생일선물 준비로 벼르고 있다더군요-
생각하지 않아도, 물어 보지 않아도, 장갑에 남은 서툰 바느질 자국이 말해주는 듯 했다.
그 장갑을 누가 누굴 위해 만들었는지. 왜 갑자기 자수책을 찾아 헤맸는지.
왜 안나가 이 시간에 창고에 와야했는지..
엘사는 감정이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이런게 뭐라고 이 밤에 여길 혼자 와!!"
고작 이런 일로 그녀의 목숨이 위협받고, 고작 이런 일로 헤어져야 한단 말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 그녀가 이렇게 까지 하는지. 왜..

 

 

-아..-

 

 

하지만 다음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안나를 몰아 붙여 온것이 누구였는지, 그녀를 혼자 버려둔게 누구였는지..
언젠가 마법을 제어 할 날이 올거라는 기대감이,
다시 함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매달린 것이,
엘사 자신이 이 상황을 초래했음을..

 

 

-내가 대체 언니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그런 말까지 하게 하고 말았다.

 

 

뭘 화내고 있는거야, 내게 이 아일 책망할 자격따윈 없어.
하고 싶은 말은 그런게 아니잖아.
마지막 얼굴을 보며 그런 말만 할순 없어.
해야할 말을.. 전하고 싶었던 말을..

아까 힘들게 삼켰던 말이 저도 모르게 울컥이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가, 누굴.. 싫어해?"
정말 힘들게 입을 연 엘사의 목소리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싶었어! 10년 전 그날부터 네가 찾아 올 때마다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 안한적이 없었어..!
근데 아무리 노력해도 제어가 안돼..! 이 힘을 멈출수가 없다고!!
네가 한 일이 기억이 안난다고?! 겔다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 당연하잖아!! 무슨짓을 한건 네가 아니라 난데!!
넌 노력할 필요 없어..! 고칠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한번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마치 무너진 댐처럼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까 받은 말들을 그대로 되돌려 주리라 마음먹기라도 한 듯 엘사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며 외쳤다.
하지만 눈물만 흐르지 않을 뿐, 누가 봐도 그녀는 울고있었다.
흘러야 할 눈물을 안으로 삼키며 엘사는 마음이 뒤틀어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자신의 마음따위보다 소중한 것이 있었다.
이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얼릴 순 없었다.

 

 

"눈길이 닿는 곳에 있어줘서, 나를 기억해줘서..!"
오래전 안나가 처음 다가왔을때 느꼈던 당혹스러운 정체불명의 따스함이 다시 가슴에서 번져나갔다.
왼손을 통해 느끼는 맥박이 자신의 심장을 울리는 듯 했다.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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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서 여러개의 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 마지막.. 엘사는 필사적으로 안나의 얼굴을 눈에 새기려 했지만,
어느틈에 그렁그렁 고인 물방울이 그것마저 방해하고 있었다.
겨우 형체만 보이는 안나, 서리에 덮인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추울텐데.. 이 손으론 그 서리가루를 털어주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엘사는 떨어지려는 눈물방울을 막기 위해 눈을 감았다.
마음속 한구석으로 자신도 모르게 빌고 있었다.
하다못해 이 아이만이라도 춥지 않게..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감은 눈 저편에서 사람들의 동요와 혼란이 느껴졌다.
각오는 충분했을텐데, 마음의 준비는 끝나 있었을 텐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녀는 이미 뿌리채 흔들려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모두"
도망칠 수는 없어.. 엘사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온 정신을 끌어모아 한마디 한마디 입을 열었다.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우선 안나 공주님을 의사에게..!"
힘들게 이어가던 엘사였지만 그 말을 다하지 못했다.
시녀들이 안나를 부축해 데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안나가 드디어 자신의 곁을 떠나간다. 그 슬픔에 휩싸여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지금 난 그애 손을 놓을 수가 없는데..

 

 

"자..잠깐만..!"
급히 말하며 손을 들어올린 엘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왼손에 잡힌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손가락만이 안타깝게 허공을 젓고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들었다. 병사들과 신하들, 시녀들 모두 안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다른 이변은 없었다.
얼음 조각도, 창고를 뒤덮었던 서리도, 위협적으로 솟아 올라있던 고드름도..

 

 

그 장소에 더 이상 겨울은 없었다.

 

 

멍청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는 엘사의 눈이 카이와 마주쳤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희미하게 미소짓곤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공주님. 중요하신 말씀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이 파악 되지 않았다.
그저 느껴지는 건 가슴 속 심장 한 구석에 남은 따스함..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 맹세 했을 터인데,
그 따스함이 가져다 주는 안심과 행복감에..

 

 

"..그 아이를.. 내 동생을.. 안나를 부탁해요.."
엘사는 또 다시 한 발자국 물러나고 말았다.

 

 

 

 

 

--------------------------------------------------------------

 

 

 

 

 

앞으로 마지막 하나.

 

팬아트 그려준 갤러.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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