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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뽕감성]- 40년후...무언가를 다시 되찾은 겨울날.novel

까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02 21:45:20
조회 2188 추천 79 댓글 3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y3ZE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흰머리가 힐끗힐끗나기 시작한 몸뚱아리는 아침마다 비명을 지른다....


문 밖에선 알람소리 못지않은 요란한 아침준비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직장을 가지게된 아들과 딸놈들이랑 말 섞어본지가 일주일이 넘어가는거 같다.


아내도 고단한 삶의 무게에 나날이 무뚝뚝해져간다....


오늘도 아무말 없이 집을 나선다.


온 세상이 하얗다. 

찬 바람이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버스에 올랐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참 무의식에 빠져있는 와중에 신호에 걸려 급정거를 하는 충격에 무의식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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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놀이터엔 사이 좋아보이는 초등학생 남매가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있었다.

나뭇가지로 팔을 만들고

돌맹이로 단추와 눈을 만들어주고

코는 뾰족한 당근으로


순간 무언가가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해내려 해도 지워져갔다.


직장이다.

상사는 끝없이 눈치를 주고 아래에서는 스팩좋은 후배들이 치고올라오는 이곳은 나의 직장이다.

매일 사직서를 품고오는 이곳은 나의 직장이다.

하지만 매일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서 다짐한다.

" 애들 결혼시킬때 까지만...."


어김없이 또 야근이다.

졸다가 경비의 인기척에 놀라 시계를 보고 급히 회사를 나온다.

막차를 놓쳤다...

 "택시비 한푼이면 버스를 몇번이나 더 탈수있는데..."

무작정 걸었다.


놀이터 옆을 지나가다

아까 남매가 만들던 눈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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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리던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코가 떨어져있었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를 잃은 나의 모습같았다....


눈사람의 머리 위에 다시 쌓인 눈을 털어주고

코를 다시 달아주는 찰라....


아침에 버스에서 스쳐지나갔던 무언가가 더욱더 또렷하게 스쳐지나갔다.

이번엔 기억해낼수 있었다.

집으로 달렸다.

쉬지도 않고 미친듯이 달렸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여느때와 다름없는 집이 였다.

거실의 불은 꺼져있고 

학교선생이라 이어폰 꽂고 방에서 문을 닫고 교재연구중인 딸과

직장에서 시달리고 일찍 뻗어 있는 아들

안방에서 티비를 보는 아내


아무도 나를 맞이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뭐 이미 익숙해져가던 참이였다.


배란다의 창고를 뒤졌다.

찾았다! 이젠 그 시절의 플로피디스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블루레이 플레이어! 이거 사려고 알바를 뛰던 시절이 떠올랐다.

다른 상자들을 뒤져봤지만 더 중요한 그것은 찾을수 없었다.


서재로 돌아와 미친듯이 뒤졌다. 

더 이상....더 이상은... 잃어버려선 안될것 같았다...



 찾을수 없었다.



의자에 걸터앉아 낙담하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책상밑 아내가 싸놓은 '버리는 물건' 이라고 적어놓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열어보았다.

찾았다..... 요즘들어 무언가를 자꾸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왔었는데...

오랜만에 무언가를 되찾았다.


조용히 거실에 나와 플레이어를 설치한다. 모두들 자는 듯하다.

거실은 생각보다 추웠다. 

따뜻한 차한잔을 찻잔에 담아 쇼파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1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기엔 충분했다.

아름다운 곡들과 황홀한 영상들이 지나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무언가 뜨거운것이 내뺨을 가로질러 식어가던 찻잔을 다시 채우기 시작한다.

소리없이 흐느낀거 같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눈물을 닦을틈도 없이 뒤돌아 보았다.

아내였다. 

나는 급히 티비를 끄고 플레이어를 챙겼다.

조용하던 아내가 "안자고 뭐해요?" 나긋히 말했다.


운것을 들킨거 같고, 가장의 모습이 무너진거 같아 목소리를 다잡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냥 옛날생각나서 영화 한편봤다 그랬다.

아내가 얼른 자라고 하고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플레이어와 디비디를 서재에 숨겨두고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점점 천장이 흐려져갔다...

눈이 다 감기기 직전에 또 뜨거운 무언가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또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또 같은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지옥같은 하루가 마무리 되가고

이번엔 막차 시간에 맞춰 나왔다.

버스는 달려 놀이터옆을 지났다.

나는 고개를 돌려 눈사람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허무했다... 무언가 또 잃은 느낌이였다.



집앞 버스정류장에 내려 우리집을 올려다보았다. 약한 불빛 몇줄기만 간간히 흘러나왔다.


무언가를 많이 잃어왔다.

팔팔하던 청춘의 뜨거운 사랑 . 열정....

퇴근길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던  주먹만한 아이들도...



그러나 이젠 '돈버는 기계' 그 이상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복 안 주머니 속 사직서를 또 꺼내들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찢어버렸다.


"그래 애들 결혼할때까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김없이 닫혀진 방문들이 보인다...

그런데... 거실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들려왔다.

귀를 의심했다.

거실로 가보니 내가 흐끼며 보고있던 엔딩크레딧을 아내가 보고있었다.

나는 무척놀라서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아내가 다가와 꼭 껴안아주었다.

어느새 곱슬머리 동내 아줌마가 다된 머리칼이 볼에 다았다.

검은색 염색약으로 가려지지 않은 흰머리 들이 보였다.

실로 오랜만에....가까워져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 여보 우리 같이 한번더 볼까? " ....



나는 미소를 띄며 좋다고 했다.



그때 복도에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닭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우리 둘은 급히 떨어졌다.


거실한가운데 뻘줌하게 서있던 우리를 딸이 쓱보더만

이내 티비에 연결된 플레이어를 보고

 

" 영화보는 거야. 아빠? 나도 볼래! 요즘 영화본지 오래됬네 "

하면서 쇼파에 앉는 거였다.

아내와 나는 마주 보여 웃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아들놈까지

소파에 나와있었다. 

" 이거 아빠 젊을때 쓰던거 아냐? 겁나 골동품인데 아직 작동해? "

어느새 모두가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불을 끄고 아내옆에 앉았다.

오랜만에 재기능을 100% 발하는 오래된 4인 가죽소파가 즐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리모콘의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시작됬다.


영화 말고도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내 손위로 따뜻한것이 올라왔다.



 다름 아닌 아내의 손이였다.



어제 찻잔을 들고있을때 느꼈던 따뜻함과는 다른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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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눈꽃송이나 나타났다.

어린날 저 장면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뛰었는지 이젠 모른다.


누군가의 아들로써 보고있던 영화를 


       이젠


누군가의 남편으로써



누군가의 아버지로써



누군가의 가장으로써



보고있다.








잃어버렸었는데....



잃어버렸었는데.......



다시 돌아왔다....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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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가족한테 잘해라.


2.  아버지한테 잘해라.


3.  프로즌 불루레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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