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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발키리 4

묵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16 20:17:48
조회 2309 추천 43 댓글 1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70bB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머리가 산발이 된 채 먼지투성이인 안나는 공주의 체면도 잊고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체력에는 자신있는 편이었는데 바넬로피의 수업은 그 자신있는 체력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의 것이었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 손 좀 잡아주세요."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안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바넬로피에게 내밀었다. 양손을 잡아 안나를 일으킨 바넬로피는

안나의 등과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며 말했다.


"저녁 식사를 하신 뒤 일찍 잠자리에 드십시오."


"네.. 온몸이 안 아픈데가 없네요."


욱씬거리는 팔뚝을 두들기며 안나가 대답했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어렷을 적 승마를 처음 배울때 느꼈던 허벅지의 고통이 전신으로 퍼진 느낌이었다.

안나의 기운이 하나도 없는 대답을 들은 바넬로피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대답했다.


"내일은 더 대단할 겁니다."


항상 무표정했던 바넬로피의 얼굴이 개구진 미소를 짓자 미모가 확 살아나는 것에

순간 정신이 팔렸던 안나는 바넬로피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바넬로피가 무표정이 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네?"


"아닙니다. 그럼 쉬십시오."


고개를 까닥여 목례를 하고 바넬로피는 안나를 지나쳐 문을 나섰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나는 삐걱거리는 몸을 애써 움직여 기지개를 피고 언니와 식사를 하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전쟁이 마무리 된 이후로 언제나 자매는 같이 식사를 했다. 으리으리하고 길다란 테이블이 아닌 아담한 4인용 식탁에서.


"언니. 나왔어"


먼지 구뎅이에서 한 석달은 구른 듯한 몰골로 안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엘사는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에게 다가갔다.


"다친데는 없어? 이 먼지 좀 봐"


눈썹을 찡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엘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는지 안나는 애써 웃음지으며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사실은 죽을 맛이었지만.


"괜찮아 괜찮아. 우리 빨리 밥먹자 나 배고파 죽을거 같아."


배를 움켜잡고 식탁에 앉은 안나는 스프를 게걸스럽게 떠 먹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한그릇을 뚝딱 헤치우고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혀 끼익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칼질을 하는 안나를 보며 엘사는 미소지었다. 


"많이 배고팠나 보구나?"


"믕? 응!"


입안 가득 고기를 넣고 우물거리던 안나는 목이 맥히는지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두들기며 물을 찾았다. 

물잔을 들어 안나에게 건내주자 한 입에 다 마셔버린 안나는 고기를 다시 입에 넣으며 칼질을 게속 이어갔다.


"진짜 장난아니야 선생님. 덩치를 조그만한데 어찌나 날렵한지. 언니도 알다시피 내가 한 체력 하잖아?

 그런 내가 숨이 차서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는데 땀방울 하나 안 흘리더라? 사람 맞나 싶어."


"실력이 대단한가보네?"


새콤한 발사믹 식초로 드레싱을 한 샐러드를 입에 가져가며 엘사는 안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언제나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한가득인 그녀의 동생이었지만 이렇게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최상급의 포도주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코코뱅에서 닭다리를 하나 집어든 안나는 포크도 사용하지 않고 입속에 쏙 넣어 한번에 살을 몽땅 먹어치운 후

뼈만 남은 닭다리를 마치 검처럼 휘둘렀다.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검을 이렇게 막 휘두르고 찌르는데 어찌나 빠른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더라. 내가 그 정도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럼. 누구 동생인데."


입이 짧은 편인 엘사는 금새 식사를 끝마치고 와인잔을 들었다. 아직 미성년이어서 포도 쥬스를 집어든 안나는 언니와 건배를 한 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언니에게 눈을 흘겼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녀의 칼질은 멈추기 않았다.


"언니는 그렇게 적게 먹는데 왜 이렇게 빵빵한거야?"


"뭐?"


"오늘 선생님이 나보고 가슴이 작다고 지적하더라. 검술 익히는덴 가슴이 작은게 좋아요~ 하면서 말이야.

 그말을 들으니 뭔가 여자로써 자신감에 상처가.. 난 고기도 언니보다 훨씬 많이 먹고 우유도 많이 마시는데..왜 이렇게 빈약한거지."


"넌 아직 어리잖아."


"그런가? 좀 더 크면 나도 언니처럼 빵빵해질 수 있겠지?"


"이미 볼은 나보다 빵빵한거 같은데?"


"아 정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투덜거린 안나는 이제야 배가 부른지 나이프와 포크를 놓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녀의 앞에는 깔끔하게 비워진 접시가 몇장이나 쌓여 있었다. 

빼꼼 솟아오른 배를 두들긴 그녀의 입에서 행복한 한숨이 흘러 나왔다.


"배 터질거 같아."


"평소의 배는 먹는거 같더라."


"아, 이제 씻어야되는데. 언니 나랑 같이 목욕하자."


"뭐? 완전 어린애가 다 됐구나? 응석 부리는거 보게."


"아니 그게 아니라, 팔을 제대로 펼수가 없어. 근육통이 심해서."


인상을 찡그린 안나가 마치 전설에 나오는 좀비처럼 팔을 덜렁거리며 대답했다.


--


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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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침실은 아침부터 그녀의 새된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끼으아아야아악!!"


"무슨 일이십니까 공주님?!"


비명소리에 놀라 달려온 겔다를 침대에 반쯤 파묻혀서 맞이한 안나는 울상을 지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 이내 비명을 지르며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어정쩡하게 팔과 허리를 구부리고 배개에 얼굴을 파묻은 안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겔다를 바라보았다.


"어디 아프신가요?"


"네, 온몸이요."


아침에 눈을 뜨고 언제나처럼 기운차게 자리를 벗어나려던 안나를 덮친 것은 지독한 전신 근육통이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때마다 온몽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우스꽝스러운 안나의 포즈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겔다는 호호거리며 안나의 등을 받치고 그녀의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길래 왜 검술을 배우신다고 하셔서, 어디보자 여기가 아프신가요?"


"끄악! 아니 거기뿐만이 아니라.. 전신이요!"


안나의 어깨를 살살 주무르며 겔다는 눈물이 맺힌 안나의 눈가를 훔쳤다. 


"다 큰 처녀가 근육통때문에 눈물이라니.. 참."


"비꼬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요 겔다."


"실력 좋은 마사지사를 하나 고용해야겠네요."


"힝.."


낑낑거리며 겨우 침대에서 벗어난 안나는 겔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옷을 갖춰 입고 장장 1시간여 만에 침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매우 이상한 걸음 걸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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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했던 대로군요."


어기적거리며 벽에 손을 짚고 천천히 걸어오는 안나를 바라본 바넬로피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나는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닦으며 간신히 걸어가 웨이스터가 꼽혀있는 거치대를 부여잡고 주저 앉았다.


"근육통이 너무 심해요 선생님."


"처음엔 다 그런 겁니다. 빨리 일어나세요."


"오늘은 수업 안하면 안되요? 이렇게 아픈데 계속 하다가 근육이 찢어지면 어떡해요."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그래도..아야!"


말끝을 흐리는 안나를 한심하게 쳐다본 바넬로피는 웨이스터를 들어 안나의 이마를 가볍게 내리쳤다.

꽁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부여잡은 안나가 꽤 아팠는지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바넬로피를 째려보았다.


"고작 하루만에 이렇게 징징짜려면 검술을 왜 배우려고 한 겁니까? 공주님에게 검술은 그냥 시간 때우기인가요?

 그런걸 원하신다면 전혀 실전에는 쓸모없는 춤같은 우아한 검술을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걸 배운다면 근육통도 없겠지요"


"그런거 아니에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거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왜 지금 주저앉아 계시죠?"


"..끙"


잡아먹을 듯이 바넬로피를 올려다 본 안나는 눈썹을 있는대로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겹게 웨이스터를 뽑아낸 안나는

후들거리는 팔로 바넬로피에게 검을 겨눴다.


"좋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계속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어제 여성이 검술을 익히는데 가장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리치라고 했던거 기억하시죠?

 그럼 그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런 길다란 검을 사용해서요?"


"물론 그 방법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죠. 여성은 다른 것보다도 풋워크(Foot-work)를 마스터해야 합니다. 상대방보다 빠르게 다가서고 

 물러날 수 있는  능력. 춤도 스텝이 가장 중요하듯이 검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길다란 검을 100% 사용하기 위해서는 풋워크가 필수입니다.

 전투에서 상대방과의 간격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승리는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오늘은 이 풋워크에 대한 수업입니다."


"네.."


바넬로피를 따라 자세를 낮추고 다리를 벌리면서 안나는 울상을 지었다.


---


근육통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

한스나이트라이즈보다 이게 더 잘 쓰여진다..끄..


한스나이트 전편 외 팬픽 링크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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