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한 1봉 2봉쯤 됐었나? 멍하니 앉아서 말차만 기다리던 때에 일어난 일이었음

사건의 발단은 그냥 점심 먹고 남는 짜투리 시간에 일어났는데, 평소 나랑 친하게 지내는 상사가 있었음

이게 다른 사람들은 엄청 불편해 하던데 나는 맨날 당직 같이 서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다른 애들은 장난도 칠 생각 못하는데 나는 걍 툭툭 던져도 받아주고 그러드라고

부대 내에서 다른 간부들도 그사람한텐 딱 각잡는데(젊은 중대장까지 그랬음. 유일하게 군번 비벼볼만한 행보관만 대적 가능) 나만 살갑게 구니까 그사람도 나 막 챙겨주고 그랬던거같음

그날도 점심먹고서 흡연장에서 잡담이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전화를 딱 받더니 '아니... 왜... 돈은 줄게...' 이러더니 끊더라고

근데 이상하잖아ㅋㅋㅋ 돈준다면서 왜 매달림ㅋㅋㅋㅋ상사가ㅋㅋㅋㅋㅋ

궁금해서 누굽니까? 물어보니까 자기 딸이라드라고

그러면서 다른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원래 오늘 내려오기로 했는데 걍 안온다고 했대

그래서 자기가 교통비는 줄테니까 얼굴좀 보자고 자기 차로 서울로 대려다도 주겠다 했는데 안온다길래 걍 얼굴 보면서 용돈좀 주고 밥도 사주고 싶어서 그런다 좀 와달라


그러니까 그제서야 온다 했다는거야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데 와 그 개꼬장 92군번 상사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하는데 갑자게 불쑥 개드립 생각나서

ㅋㅋ아니 무슨 장비관님 딸도 돈주고 만나십니까?

이렇게 말했는게

그 상사 표정 싹 변하더니 너 지금 뭐라했냐? 예? 너 지금 뭐라했냐고. 아니 그....

그리곤 다음날 아침 분대장 단 병장이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10바퀴를 돌았음

ㅁ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