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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지키며 엘빈을 기다리는 리바이가 ㅂㄱㅅㄷ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7.111) 2017.03.22 21:02:21
조회 593 추천 13 댓글 3


추위에 눈을 떴다. 최근 들어 부쩍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떠있는 낮시간이라면 몰라도 밤이나 이른 새벽녘에는 추위에 중간중간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리바이는 천장위를 조용히 응시하며 눈을 깜빡였다. 환풍기의 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평상시라면 햇빛에 떠오른 먼지가 반짝였을 테지만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어두웠다. 툭툭 무언가가 지면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라도 기계도시의 인간이 아닐까 긴장으로 몸이 뻣뻣해졌지만 이내 한숨과 함께 몸을 이완시켰다.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소리가 들린다. 비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림에도 리바이는 굳이 지상으로 올라갔다. 차가운 습기가 폐속으로 스며들어 한차례 기침을 한다. 아무 빈집으로 들어갔다. 흙먼지가 스며든 가구들을 대충 닦고 자리를 잡았다. 화로에 불을 붙이고 솥을 건다. 가져온 통조림을 덥히고 스프를 끓여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찻잎을 우려 차도 마셨다. 빗줄기가 지붕위를, 지면을 두드린다. 먼지로 더럽혀진 창문으론 빗줄기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큼은 지하에 있을 때보다 선명했다.

이튿날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 기세는 수그러들어 있었다. 새벽녘에 눈을 뜬 리바이는 추위에 담요를 뒤집어 쓰고 화로에 불을 붙여 그 앞에 앉아있었다. 지난밤 심하게 몰아친 비바람에 창문은 닦여 있었다. 화로의 불빛에 창문이 거울처럼 집 내부의 모습을 비춘다. 리바이는 멍하니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밖은 어둡고 날이 밝기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았다. 바람에 창문이 작게 덜컹거린다. 장작이 타오르며 튀어오르는 불똥이 마치 별같아 보였다. 꾸벅꾸벅 고개가 기울어진다. 세상은 고요하다. 그러나 순간 창문쪽에서 들려온 쾅하는 소리에 리바이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창문에 누군가가 달라붙어 있다.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한다. "사람이다."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이 남아있었어." 리바이는 허겁지겁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던 자동권총을 손에 쥐어 담요 안으로 숨겼다. 바로 다음 순간 문이 열리며 남자 한명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검은색 우비를 입고 있었다. 창밖에는 여전히 남자가 달라붙은 채다. 두명인가. 긴장으로 손끝이 저려온다. 집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느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서워하지마. 우리는 네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야." "당신들은... 뭐지?" 질문에 남자는 씨익하고 웃었다. "우리는 기계도시에서 왔다. 너를 데리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바이는  남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재빨리 달려들었다.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면 물리적인 공격은 별다른 데미지를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선 움직임을 막고보는 것이 최선이다. 리바이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망설임없이 당겼다. 정확하게 남자의 눈을 향한 총구가 탄환을 발사한다. 총성과 함께 유리조각이 튄다. 어? 하는 맥 빠지는 소리를 내며 남자의 몸이 기울었다.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긴다. 양쪽 눈이 파괴된 남자가 바닥위를 굴렀다. "뭐지? 앞이 보이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남자가 창밖의 또 다른 남자를 불렀다. 도무지 고통도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목소리가 동료를 부른다. 몸을 틀어 집 안으로 향한 또 다른 남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리바이는 총알을 쏴 양쪽 눈을 부셨다.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피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모습은 기괴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이봐 거기 있는 사람? 우릴 좀 도와줘. 말 했잖아. 네게 해를 끼치려는게 아니라고." "못 믿어." 리바이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두 기계를 부셨다. 도끼로 여러번 찍어 팔과 다리를 뜯어낼때까지도 남자들은 태평한 목소리로 지금 뭘 하냐고 물어왔다. 기계의 몸뚱이를 완전히 정지시킨 것은 그 후로 이틀이나 더 지난 후였다. "젠장. 큰 일이군." 완전히 움직임이 멈춘 쇳덩어리를 땅에 파묻고 리바이는 지하의 입구들을 철저히 점검했다. 나갔던 기계인간들이 돌아오질 않고 있으니 틀림없이 수색대가 들이닥칠 터였다.

지하의 입구가 들키지 않도록 단단히 점검한 후 리바이는 지하에 틀어박혔다. 만약을 대비에 몸에는 항상 권총과 통조림을 상비해뒀다. 지루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결국 참지 못하고 리바이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확실히 안전할테지만 지하에 있어선 누가 왔다갔는지 알 길이 없다. 2층으로된 빈집에 자리를 잡고 리바이는 항상 주변을 경계했다. 낮에는 2층 다락방으로 기어들어가 만원경으로 주변을 살폈고 밤에는 문 옆에서 선잠에 들었다. 지난번 같은 일이 있을까 밤에도 불을 피우지 못하고 추위속에 그저 이불을 두껍게 겹쳐 덮어 버텼다. 일주일 동안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을 때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후 삼일 후에는 한명의 여자가 나타나 폐허 주변을 둘러보다 사라졌다. 지내는 곳을 바꿔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를 통하면 안전하게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새로운 지역의, 기계 도시에서 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려줘.\' 하는 목소리가 떠올라 리바이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이곳을 떠났을 때 그가 돌아온다면. 오직 그것만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버텨왔었다. 리바이의 부모는 모두 리바이가 어릴 적에 죽었고 리바이를 얼마간 키워줬던 외삼촌 케니는 스스로 기계도시로 들어간 남자였다. 기계도시로 떠나기 전, 케니는 만류하는 사람들을 실컷 비아냥거린 후에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미움을 사 리바이는 어린시절 영문 모른채 사람들의 원망섞인 시선과 멸시를 당하며 살아야 했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었던 것이 엘빈이었다. 네가 돌아온다면.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혼자 남은 이 고독함을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밤이 세상에 짙은 어둠의 장막을 드리운다. 문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리바이는 잠시 꿈을 꾸었다. 세상은 온통 봄이었다. 따스한 햇빛과 바람이 불때마다 꽃잎이 휘날린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곳에서 리바이는 땅에 꽃씨를 심고 있었다. 옆에는 그가 있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웃으며 함께 꽃씨를 심는다. 이윽고 피어난 꽃은 찬란하게도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다... 꿈만 같아. 이런걸 볼 수 있다니..." 무의식 중에 그렇게 중얼거리자 엘빈은 살며시 손을 잡아오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괜찮아. 계속 볼 수 있을거야. 계속 함께..."  

"계속... 함께..." 리바이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잠결에 중얼거린 스스로가 한 말을 아직 잠에 취해 멍한 머리로 되새겨본다. 꿈을 꿨었지. 하고 생각했다. 그곳엔 그가 있었고 세상은 아름답고... 영원한 봄이었다. 끝나지 않을 영원한 봄. "엘빈..." 하고 그리운 남자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낡은, 나무로된 바닥이 삐걱인다. 긴 그림자가 자신을 뒤덮었을 때야 리바이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림자가 몸을 숙여 앉아있는 자신에게로 시선을 맞춰왔다. "잘 잤어, 리바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리춤의 총으로 향하려던 손이 그대로 바닥위로 떨어졌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 리바이는 움짓이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다녀왔어." 그토록 그리워했던 소년이 지금은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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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봄은 없는거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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