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학교물 엛립도 좋은데 딱 거중처럼
엘빈이 선생이고 리바이가 학생이겠지

나거붕의 취향은 리불쌍이므로 리바이는 과거가 그리 좋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키워주시던 할머니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돌아가셔서 충격도 충격이지만 반 강제로 독립생활을 시작하게 되겠지. 여느 아이들이 그러한 것처럼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졸업할거야.
다만 학창시절조차 원만하게 흘러가진 않겠지. 생긴 것도 음침하고 키는 존마니에다 부모님까지 없다고 초,중딩까지 쉼없이 따돌림당하는 생활을 보낼거야. 덕분에 여리고 감수성 충만하던 리바이의 성격이 점점 무뎌지겠지. 웬만한 일에도 표정변화 하나 없는데 속으로는 하루종일 끙끙 앓는 그런 타입.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니까 슬슬 따돌림 생활이 지겹고 싫어졌어. 어떻게든 그 일진들이랑 떨어져야만 했지. 여태껏 할머니랑 같이 살던 촌구석 주택가보다는 시내가 더 나을 거라 생각해서 통학시간까지 감수해가면서 그쪽으로 학교를 다녔던 건데,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동네를 뒤졌어. 며칠을 뒤지다 보니까 오래된 학교가 하나 있다고 해서 봤더니 우연히도 고등학교야. 그래봐야 다 무너져가는 곳이겠지 하고 봤더니 생각보다 나름 잘 돌아가는 학교네, 해서 리바이는 그 학교로 입학했어.
시내의 학교보다 훨씬 사람도 없고 남고라서 남학생들만 가득한 학교가 리바이는 마음에 들었어. 이렇다 할 불량배나 일진들도 없고, 그렇다고 눈에 띠는 범생이도 없고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학교여라.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담임도 조금 서툴렀지만 꽤 다정한 사람인 게 마음에 들었겠지. 그리고 이 담임이 바로 엘빈이고.
엘빈이 리바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학기 초부터였어. 한동안 먼 데서 학교 다니다가 온 것도 그렇고, 반에서 키는 제일 존마닌데 얼굴은 어른이고 하니까 가끔 눈에 들어오는 게 있겠지. 간혹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면 눈인사하고 지나치는거 쬲일듯.
하루는 안내장을 나눠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리바이가 엘빈이랑 단둘이 남을 때까지 집에 안 가는 거야. 그래서 왜 집에 안 가냐고 물으니까 리바이가 부모님이 안 계셔서 싸인을 받아올 수가 없다고 조용히 말하겠지. 표정이 너무 덤덤해서 엘빈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알겠다. 선생님이 알아서 잘 처리할게. 하고 얼버무리고는 교실을 나오겠지. 리바이 중학교 때 생기부를 보면서 리바이가 초중딩 내내 왕따를 당했다는 것도 알게 될거야.
그 날 이후로 엘빈은 리바이를 알게 모르게 챙겨주곤 하겠지. 무거운 짐이나 서류더미를 떠안을 때면 괜히 자기가 해준다면서 대신 가져가고, 남들이 안볼 때 초콜릿 같은 간식도 쥐어주고, 가끔 단둘이 있을 때는 학교생활이나 리바이 과거사는 일절 관련없는 얘기를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겠지. 좋아하는 음식 같은 소소한 주제로.
그렇게 둘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좋아하게 될 거야. 리바이는 흔한 관심이나 애정도 제대로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더 빠르게 엘빈을 좋아하게 되겠지만 먼저 깨닫는 쪽은 어른인 엘빈 쪽이겠지. 다정한 엘빈이라면 리바이도 자기 감정을 어느 정도 의식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썸타다가 어느 순간 고백할 거 같다. 리바이는 연인적인 감정도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선생님의 고백에 순순히 응하겠지.

서론 존나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