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때 곁에 있는게 진짜 사람이다.'

어릴적 아버지가 거하게 한잔 걸치시곤

집오는길 우리 좋아하는 통닭 한마리 사들고 오셔서는

통닭에 정신팔린 우릴 앉혀놓고 매번 귀딱지 앉도록 하시던 말씀이었다.


IMF도 경제위기도 

잘 풀릴거라며 걱정말라며 우리앞에선 웃으시던 아버지도

얼굴 붉히며 소리 높이시던 유일한 취밋거리가 좆데 야구였다.


내가 나이를 먹으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에서 밀려나는 나이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요즘도 한잔 걸치시곤 전화하셔서

힘들때 옆에 있는게 진짜 사람이란 말을 하시곤 했다.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의 끝자락

외롭고 쓸쓸한 계절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조차 자주 안드리는 불효자식도

그래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건지

좆데의 야구를 물려받아 응원하는 나는

솔직히 엘지가 졌으면 했다.


답도 미래도 안보이는 암흑길에서

당신마저 우리를 떠나버린다면

당신마저 나를 뒤에두고 돌아선다면

그땐 정말로 외로움에 잠겨버릴것만 같아

못난 마음이지만

엘지만은 나의 진짜 사람이었으면 했다.